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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한티순교성지의 ‘한티마을사람들’
한티마을사람들


취재 김선자 수산나 기자

칠곡군 동명면 득명리에 자리한 한티는 순교자들이 살고 죽고 묻힌 곳으로 해발 600미터의 깊은 산중턱 고갯길에 자리잡고 있다. 박해를 피해 숨어든 신자들이 모여 신자촌을 이뤘던 이곳, 한교순교성지에 한티마을사람들이 모여 신앙선조 순교자들을 기리며 따르고 있다. 1868년 무진년 7월경 순교한 것으로 추정된 한티 순교자들을 추모하며 한티순교성지를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봉사하는 한티마을사람들을 위한 잔치가 지난 7월 22일에 있었다. 이 뜻깊은 날 전례 1팀의 황보숙(가브리엘라)·황보영(소화데레사) 자매와 한방울의 한성욱(미카엘)·김도연(미카엘라) 부부를 만나 함께했다.

 

Q. 반갑습니다. 〈빛〉 잡지 독자 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A. 함께 : 안녕하세요, 수성성당에서 온 황보숙·황보영 자매이고 전례 1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가창성당에서 온 한성욱·김도연 부부로 ‘한티에서 땀을 흘린다.’라는 뜻을 가진 한방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여러분이 속한 ‘한티마을사람들’은 한티순교성지에서 봉사하는 모든 분들을 일컫는데 어떤 단체입니까?

A. 황보숙 씨 : 한티마을사람들은 한티순교성지를 쓸고 닦고 전례도 하고 몸과 마음으로 봉사하는 분들이 모인 단체입니다.

 

Q. 전례 1팀과 한방울에서 활동하고 계시는데 팀 소개와 더불어 직접 하고 계신 활동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전례 1팀 : 첫째 주일에 해설을 하고 있습니다. 전례를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곳 한티에 와서 관장 신부님께 해설과 독서를 배워 하게 됐습니다. 전례 1팀이지만 미사 후에는 한티피정의집에서 요구하는 숙소와 식당 청소, 설거지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한방울 : 저희는 6명 정도가 모여 매월 둘째주 토요일 봉사하고 있습니다. 보통 청소 봉사로 청소와 설거지 등을 하며, 관장 신부님께서 맡기고 요청하시는 모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실내화 세척을 했고요. 그때그때마다 필요로 하는 곳에 손을 보태고 있습니다.

 

Q. 한티마을순교자 잔치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전례 1팀 : 각자가 맡은 날에 오다 보니 봉사자끼리 왕래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한티순교성지를 위해 한마음으로 모여 봉사하는 모든 분들이 만나 친교를 이루는 날인 동시에 이때쯤 돌아가신 것으로 추청되는 한티 순교자들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날입니다. 한티순교성지를 위해 봉사하는 분들이 다함께 모여 서로 격려하며 순교자들을 기리는 가족 모임 같은 날입니다.

 

Q. 봉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습니까?

A. 전례 1팀 : 수도회 신부님의 부모님이 계시는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분들의 한결같은 행동을 보면서 저도 한티순교성지를 위해 끝까지 봉사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현재 자매님이 편찮으셔서 나오지 못하고 계시는데 건강이 회복되어 다시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가을에 수북이 쌓인 낙엽을 트럭에 가득 싣고 운전한 기억이 남습니다.

한방울 : 저희 부부는 봉사한 지 이제 1년이 지났습니다. 작년 겨울에 봉사를 끝내고 나오면서 본 눈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대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눈이 한티를 뒤덮었는데 그 경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때 ‘봉사를 하니 하느님께서 이런 장관을 보여 주시는구나!’ 하는 생각과 ‘봉사의 기쁨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날 하느님께서 보여 주신 풍경이 지금도 가끔 생각나곤 합니다.

 

Q. 순교자 성월입니다. 순교자들이 죽고 묻힌 이곳,한티에서 봉사하는 여러분들의 마음가짐은 더 특별할 것 같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순교는 무엇이 있을까요?

A. 한방울 : 자신이 할 수 있는 봉사를 찾아 꾸준히 하는 것과 그 봉사를 본당 안에서 나누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주일학교 학생들이 쉽게 접하고 같이 봉사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전례 1팀 : 제자들은 눈으로 본 예수님도 믿지 못했는데 지금은 예수님은 계시지 않고 말씀만 접할 수 있는데 예수님의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 참 힘듭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괴리감도 많이 드는데 한티순교성지에서의 활동을 통해 말씀을 체험하면서 가까운 이웃들에게 변화된 저를 보여주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자매·부부가 함께 한티순교성지에서 봉사를 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A. 전례 1팀 : 저는 먼저 봉사를 하고 계신 언니의 권유로 하게 됐습니다. 언니와 함께해서 좋습니다.

한방울 : 저희는 제가 권유해서 세례도 함께 받았는데 하느님 안에서 모든 걸 함께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어요. 남편이 고맙게도 잘 따라오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인 것 같아요.

 

어느새 함께하다 보니 마음도, 모습도 더 닮아가고 있는 황보숙·황보영 자매와 한성욱·김도연 부부, 그리고 한티마을사람들의 활동을 통해 순교자들이 세상의 잇속만 쫓으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다. “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1요한 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