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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차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참가기
고마워,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글 황현진 에바|장성성당

약 3주 동안 다녀온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는 매 순간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한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대구&안동교구는 1월부터 매달 준비모임을 가지며 함께하는 순례자들을 알아갔고, WYD의 목적을 이해하며 신앙적으로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낯선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은 피부색도, 눈동자색도, 언어도 달랐지만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편했습니다. 또 WYD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서로의 문화를 나누며 일치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매 순간 새롭고 행복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세 가지를 나눠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교구 대회를 진행했던 포르투입니다. 저희는 감사하게도 교구, 본 대회 모두 홈스테이를 했습니다. 포르투의 ‘하이몬다’라는 마을에서 지냈는데 어르신들이 멋진 북 공연과 태극기와 한국어가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기쁘게 환영해 주는 것이 마치 명절에 만난 가족처럼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고 정성스럽게 챙겨 주셨습니다. 문화 차이가 있었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홈스테이 가족 셀리아, 알프레드, 리타, 루이는 우리가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 주셨어요. 아무리 같은 신앙을 가져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위해 선뜻 집을 내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런 조건 없이 신앙 하나로 우리들에게 넘치는 친절과 사랑을 보여 준 ‘하이몬다’ 마을 사람들을 보며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됐습니다. 또한 하느님의 조건 없는 사랑을 보여 준 따뜻한 '하이몬다’ 마을 분들에게 감사했습니다.

 

두 번째는 리스본 ‘테조공원’에서 진행된 철야기도 때 일입니다. 저녁부터 공원에서 철야기도를 하고 다음날 오전 9시에 폐막 미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대부분 침낭과 돗자리를 챙겨와 자리를 잡고 비박을 했습니다. 많은 청년이 해가 저물기 전까지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며 즐겼습니다. 저는 무거운 식량을 가지고 더위와 싸우며 공원에 도착하니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멍하니 앉아 힘듦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즐기는 외국 청년들을 보며 ‘나는 여기서도 불평하고 만족하지 못하는구나!’라는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날이 저물고 철야기도가 시작되자 무릎을 꿇고 기도에 집중하는 많은 청년의 모습이 새로웠어요. 특히 성체를 현시하고 성체 조배를 하는 순간 공원에 흐르는 고요함에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하느님은 얼마나 기쁘실까. 당신이 사랑하는 청년들이 모여 기도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이 은총의 순간을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평소 저는 어떤 모습으로 기도에 임하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교황님을 뵙고 싶어 WYD를 신청했어요. 청년들을 위해 노력해 주시는 교황님께 감사드리고 싶어 한국에서 편지를 써 가지고 갔습니다. 개막 미사 전 우연히 관용차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시는 교황님을 보게 되었어요. 그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흐르며 기뻤습니다. 4년 뒤 WYD 개최지가 한국으로 결정되어 총 16명의 한국 청년에게 제대 위에서 미사에 참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어요. 저희들은 사다리 타기를 했고 제가 뽑혔습니다. 교황님께서 미사를 집전하시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고, 또 16명 중에 5명은 교황님께 강복을 받을 수 있었는데 제가 포함되어 교황님과 악수까지 하는 영광도 얻었어요. 눈 앞에 계신 교황님을 보는 순간 행복함과 감사함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교황님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선하고 인자한 미소는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해요. 참! 챙겨간 편지도 전해 드렸습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저를 위해 계획하신 일이라고 믿으며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했던 날이었습니다.

순례 중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파티마도 방문하고 조원들에게 깜짝 생일 파티도 받고, 교황님을 만났던 것은 어쩌면 평생에 한 번뿐일 수도 있습니다. 낯선 환경과 체력적인 한계로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WYD에서 느낀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고 감사함을 많이 경험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주 작고 사소한 부분에도 감사하니 제가 몰랐던 저의 평온하고 자비로운 모습을 보며 하느님께 감사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다양한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의 기쁨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준 우리 3조(계연 언니, 진주 언니, 승주 언니, 인영, 가은, 동현 학사님, 찬석, 나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또 기쁨을 함께 나눈 대구&안동 언니, 오빠, 친구, 동생들, 신부님, 수녀님, 학사님, 직원 분들과 통역을 해 주신 봉사자 분들! 모두가 함께했기에 더 많은 은총과 사랑, 감사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그때의 감흥은 엷어졌지만 WYD 동안 느낀 감정과 감사함을 계속해서 되새기며 이전과는 다르게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사람으로, 행복과 사랑을 나누는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4년 뒤 서울에서 있을 WYD와 모든 청년, 교황님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