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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남긴 생명의 울림이 오래 남도록
-봉사가 선교가 된 두류본당 위령회


글 이성수 바오로|두류성당위령회

우리는 누구든지 하느님 나라로 가게 되 어 있다. 종교에 따라 선종, 소천, 입적, 그리고 신분에 따라 서거, 임종, 사망 등으로 부르지만 생과 사로 나뉘는 것은 다르지 않다.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에로 건너가는 관문으로 부활에 대한 신앙을 가지고 있음으로 새로운 탄생, 새로운 세상의 만남의 연장 선상에 함께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두류성당 위령회가 발족되어 조직적인 체계를 갖추어 활동한 지 35년을 맞는다. 1979년 두류본당이 설립되고 이듬해 요셉회 안에 ‘장례협의부’를 만들어 운영되던 것이 1988년 5월 8일 창립 총회를 갖고 비로소 제대로 된 위령회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창립 당시 회원 평균 연령은 65세였으나 지금은 모두가 망구(望九)를 바라보는 나이로 현재 120여 명의 회원에게 회원증을 발급해 소속감과 사명감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선례도 만들었다. 그중 임원은 12명으로 상례 기간 중 각종 예식에 참석해 유족들이 편안히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기도와 봉사를 하고 있다. 또한 냉담자 회두는 물론 비신자의 입교 등 어느덧 선교의 한 부분이 되어 위령회 활동을 통한 진정한 봉사는 선교의 꽃이라는 어느 수녀님이 하셨던 말씀을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매월 셋째 주일 전 회원이 참석하는 월례회에서는 먼저 떠난 이들의 영혼을 위한 위령기도를 시작으로 그동안 위령회 활동에 대한 평가와 교육을 통해 보다 나은 봉사는 물론 두류공동체의 일치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때론 성지순례를 통해 회원 간 친교는 물론 순교자들의 삶을 직접 체험하며 현재 신앙의 삶을 잘 살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우리는 누구나 일생을 살면서 ‘관혼상제’라는 사례(四禮)의 과정을 밟는다. 태어나서 성인이 되고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며 한사코 맞이하는 죽음과 죽음 이후의 하느님 나라에서 부활로 영생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곧 그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엄숙한 의식이 장례미사이다. 우리 본당에서는 매년 20여 명 안팎의 교우가 사랑하는 가족의 품을 떠나 하느님 곁으로 간다. 위령회는 선종하신 분들이 가족들과의 따뜻한 이별로 이승을 떠나 구원의 문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아우르는 일을 하고 있다. 가끔 나는 장례를 마치고 유족들의 마지막 손을 잡고 돌아온 날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한 채 그들과 만단정회(萬端情懷)를 나눌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만이 누리는 고마운 은총으로 생각한다.

먼 훗날 다시 만나야 할 영혼들, 그동안 함께 나누었던 생명의 울림이 오래도록 아름답게 우리들 가슴에 남기를 바란다. 수레를 같이 타고 길을 떠나는 이중섭 그림인 ‘길 떠나는 가족’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