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만나고 싶었습니다 - 가톨릭근로자회관 관장 이관홍 신부
소외된 이들에게 집이 되어 주다, 가톨릭근로자회관


취재 김선자 수산나 기자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이주를 선택한 이주민과 난민,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보듬어 안으며 집이 되어 준 가톨릭근로자회관(관장 : 이관홍 바오로 신부)이 제35회 아산사회복지재단 아산상 대상을 수상했다. 이 신부는 “아산상에 추천을 받아 심사를 받으면서 가톨릭근로자회관의 설립자인 박기홍(본명 : 요셉 플라츠) 몬시놀의 ‘교회는 세상에 봉사해야 하고, 신자든 비신자든 소외된 이들을 환대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정신을 다시 한번 마음 속에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며 “직원들과 함께 수상의 기쁨을 나누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잘해야 하는 부담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구 중구 약전골목 안에 자리하고 있는 가톨릭근로자회관은 가톨릭교회의 정신과 가르침에 따라 모든 이가 국적과 종교, 체류 자격을 초월해 문화적 정체성을 보전하면서도 권리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옹호하고 지원하는 곳이다. 1970년 오스트리아 그라쯔교구에서 대구대교구로 파견 온 박기홍 몬시놀에 의해 1975년 개관한 가톨릭근로자회관은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설립됐다. 그 당시 가장 소외된 노동자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가톨릭교회의 사목적 배려와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처음에는 한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과 난민에 이르기까지 사회 안에서, 그리고 제도권 안에서 도움을 청할 곳 없는 사람들의 쉼터로 자리잡았다. 이관홍 신부는 “설립 초기에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해 한글을 모르는 노동자들에게 한글 교육을 시켰고, 권익 향상을 위한 노동법 교실, 억울한 일을 당한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문제상담 등 어떻게 보면 시대를 앞서가는 일들을 했다.”며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주일미사와 신앙공동체 형성, 각종 상담을 하며 더불어 살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현재 가톨릭근로자회관은 이주민과 난민의 권리보호를 위한 이주노동자 상담소를 운영하고 필리핀, 베트남, 페루, 동티모르 국가별 민족 공동체 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가톨릭근로자회관을 찾는 이들도 달라졌다는 이 신부는 “회관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다른 곳에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로, 우리 사회가 복지 혜택 등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외국인들, 이주민들, 특히 난민들 같은 경우에는 정부의 정책 등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이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는 이관홍 신부는 이주사목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에 대해 풀어냈다. 2003년 신학교 4학년 때 호기심으로 찾은 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이주민들의 미사 참례 모습을 보며 우리의 정적인 미사와 달리 그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통해 살아있는 신앙을 느꼈다고 한다. 서품을 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이주민들의 주일미사에 함께하면서 미사 준비부터 뒷정리까지, 모든 것을 함께했다는 이 신부는 “서품을 받으면서 교구장님께서 보좌를 2년 하고 필리핀에 가서 이주사목을 공부하고 오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2008년 11년 이주사목을 공부한 후 2011년부터 2015년 포항 경주 지역의 이주사목을 담당했고, 2015년부터 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이주민들과 동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민과 난민을 돕는다.’라는 말보다 ‘이주민과 난민과 함께 하는 삶’ 이라고 말하는 이관홍 신부는 “가톨릭근로자회관은 단순히 상담을 해 주는 곳, 문제를 해결해 주는 곳이 아닌 이주민들과 난민들과 함께 삶을 나누며 함께 걸어가는 곳”이라며 “가톨릭근로자회관을 위해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과 이 상을 나누겠다.”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국내 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에서 이주노동자 등의 권익을 보호하는 곳으로 변했지만 가톨릭근로자회관은 늘 그 자리에서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며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