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카리타스 사람들
우리의 시선과 관심은 한 사람의 삶의 변화와 행복을 찾아가게 한다


글 유금희|포항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사회재활교사

 

“이런 거 처음 해 봐예!”

“어떤 거요?”

“생일 파티예.”

“그렇구나. 그럼 앞으로 해마다 하면 돼요, 돈도 모아서 여행가고 그렇게 여기서 살면 돼요.”

“예.”

2018년 1월 16일 길호 씨의 첫 생일 파티에서 나눈 말이다.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고 처음 해 보는 나날 속에 신기하고, 좋고, 어렵고 두렵기도 한 삶이 시작되었다. 이길호 씨는 2015년 12월 경상북도 장애우 권익 문제 연구소를 통해 노동 착취 학대 피해로 포항 장애인 단기 보호시설에 긴급입소했다. 이후 동일 법인 내 공동생활가정으로 연계되면서 이전 생활에서 벗어나 독립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결혼한 누나를 따라 함께 시댁에 얹혀살면서 사회와 단절된 길호 씨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동네 주민의 신고로 긴급 분리되어 낯선 세상 속으로 나와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길호 씨가 처음으로 한 일은 치과 진료와 핸드폰 개통이다. 이후 새로운 직업과 직장, 동료, 생일 파티, 여행, 외식, 문화 관람 등 모든 것을 처음으로 해 봤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길호 씨는 힘들었지만 신기하고 행복한 시간이라고 했다. 처음 가져 본 핸드폰을 밤새 보다 잠들기도 하고, 새로운 직장에서 받은 훈련비로 사고 싶은 것을 사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가고 싶은 곳을 가는 등 해 보지 못한 것들을 하며 점차 자신만의 생활과 삶을 만들어 갔다. 현재는 오랜 시간 동안의 자립 훈련으로 일상 생활을 보내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존엄한 존재로 살아갈 권리가 있으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길호 씨 또한 자신의 행복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으며 존엄한 존재로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공동생활가정으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터전에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배워 나가는 과정 안에서 세상과 소통하며 삶의 방향과 질이 변하기 시작했다.

<2023년 10월 12일 목요일 늦은 저녁 길호 씨와의 대화>

• 공동생활가정에서의 생활

“여기에서의 생활은 어때요?” “좋아요.”

“어떤 것이 좋아요?” “친구들하고 같이 생활하는 것이 좋아요. 같이 밥 먹어 좋아요. 혼자 먹는 것보다 친구들하고 먹으니 좋아요. 같이 어울려서 먹으며 얘기도 하고 여러 명이 다 같이 먹으니까 좋아요.”

“같이 먹으니 왜 좋아요?”

“같이 회식도 해서 기분이 좋아요. 놀기도 하고 어디 가서 커피도 마시고, 소주도 마시고, 막걸리도 마시고, 술을 먹으면 기분이 좋고 하니까.”

“회식 말고 다른 것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한번도 안 해 본 생일 파티를 처음하니까 좋고, 내 생일을 기억해 축하한다는 말을 해 줘서 기분이 좋고, 내 돈으로 맛있는 거 사 줘서 좋고, 맛있게 먹어서 기분도 좋아요. 직장도 다녀서 좋고, 그래서 돈을 벌어서 좋아요. 처음에는 낯설어서 힘들었지만 지금 괜찮아요. 돈 벌어서 쓰기도 하고, 모으기도 하고 돈 쌓이는 거 보니 기분이 좋아요. 내가 필요하고 사고 싶은 거 살 수 있어서 좋아요. 가구도 사고, TV도 사고, 옷도 사고, 신발도 사고, 맛있는 것도 먹고, 맛있는 것도 사 주고 해서 기분이 좋아요. 명절에 누나네 집에 갈 때 명절 선물도 사고, 해외 여행도 가고….”

• 예전 생활과 현재 생활

“열입곱 살부터 매형 집에서 일해 줬는데, 밭농사도 하고 논농사도 하면서 골짜기라 전기도 안 들어오고… 처음에는 낯설고 어리둥절했지만 지금은 그곳에 다시 가고 싶지 않아요.”

“그럼 앞으로 여기서 어떻게 살고 싶어요?”

“앞으로 놀면서 여행도 다니고, 시장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돈도 벌고….”

 

오랜 시간 동안 했던 고립된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직장에서 동료와 함께 일하며 집, 방, 물건 등을 소유해 가면서 직접 번 돈으로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사고 싶은 것을 사고,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길호 씨는 풍요로운 일상 속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며 자신의 삶을 자기답게 살아가고 있다. 이는 길호 씨가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사회와 기관, 둘레 사람들이 함께함으로써 이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