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만나고 싶었습니다 - 공립초록빛어린이집 김미성(소화데레사) 원장
아이들과 함께하는 매일, 감사하는 삶


취재|박지현 프란체스카 기자

2024년 1월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공립초록빛어린이집 김미성(소화데레사, 봉덕성당) 원장을 만났다.

 

어떤 계기로 어린이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저는 공립초록빛어린이집 김미성 원장입니다. 새해에 이렇게 교구민들께 인사드리게 되어 정말 반갑고 영광입니다. 우연히 어린이 교육에 발 담그게 됐는데 교리교사를 몇 년 동안 해 온 터라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었습니다. 막상 시작해 보니 너무나 중요하고 즐거운 일이고, 스트레스가 전혀 없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들려주세요.

어린이집 교사로 16년 동안 근무하고 원장이 된 지 7년쯤 됐는데 되돌아보면 교사 시절이 더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7세 반을 맡았던 때가 유독 기억에 남는데 가정통신문에 아이들의 하루를 손 편지 형식으로 적어 주었습니다. 제 방식의 소통은 어머니들을 행복하게 했고,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아이들에게 매일의 일상을 엮은 노트를 한 권씩 전해줬습니다. 아이들은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걱정 가득한 마음으로 처음 어린이집에 보냈던 어머니들은 오래도록 기억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의 뿌리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할 뿐이지만 뿌리가 튼튼하면 따뜻한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 있기에 무척 중요한 시기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어린이 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전에 비해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지면서 본받을 수 있는 어른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어린이 교육’이란 부모와의 관계 형성 안에서 서로 소통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요리해서 먹고, 빨래하고 개는… 어쩌면 너무나 평범한 일상 안에서 대화법, 식사예절, 생활습관 등 삶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배우는데 요즘은 그런 것이 많이 부족합니다. 아이만을 위한 음식을 만들어서 따라다니면서 먹이는 것보다 가족을 위한 음식을 만들어서 온 가족이 함께 먹는 것이 더 필요한 요즘입니다.

 

어떤 신앙생활을 하고 계신가요?

교리교사를 하면서 사제, 수도자의 길을 고민하는 동료들 가운데 저는 ‘세상에 가서 평신도로 열심히 살아가자.’고 다짐했습니다. 결혼을 하고, 어린이집 교사로 살아가던 중 문득 하느님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저는 통신공부를 시작으로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원과 문화영성학과에서 석·박사과정을 밟으며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 진정한 내 모습’을 찾게 됐습니다. 신앙이란 하느님과의 끊임없는 관계 안에서 나를 찾고 내 주변을 알아가며 사랑하는 것입니다. 전공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20년째 미사반주를 하고 있는 제게 주변에서 힘들지 않냐고 하는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느님 안에서 하는 게 신앙 아닐까요?

 

주일학교 학생 수가 해마다 줄고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로서,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아이 상담을 하다 보면 결국 부모 상담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 원인은 부모에게 있습니다. 아이들이 주일학교에 다녀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도록 부모가 즐겁게 성당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교육이 필요하고 그 부분을 성당에서 채워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느낀 기쁨과 고민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소화(小華)’라는 닉네임을 가진 저는 작은꽃의 큰 은총을 잘 알기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부모님과의 소통에서 꼭 필요한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하는 방법에 대해, 다양한 교사들과 함께하면서 업무적으로, 인간적으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야 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꼭 기억해야 할 한 가지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부모라면 누구나 잘하고 싶은데 가르쳐주는 곳도 없고 전혀 모르다 보니 무턱대고 아이에게 몰입하게 되고 그것이 오히려 아이에게는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부모가 먼저 건강하게 지내세요.’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아끼고, 다툰 후에는 진심으로 화해할 줄 아는 건강한 부모의 모습이 아이에게는 가장 좋은 본보기이자 교육이 됩니다.

김미성 원장은 자신이 쓴 글을 엮은 「소화모음집」의 한 부분을 읽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 아이들에게 우리 교사들은 호랑이를 통째로 가져다 놓을 수도 있고, 별나라도 왔다 갔다 할 수 있고 심지어 산타 할아버지와도 연락이 되는 전지전능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아름다워야 하며 가장 진실해야 하며, 가장 겸허해야 할 존재입니다. … 매일 우리를 웃게 하는 아이들의 말은 맑은 샘물처럼 아름다운 마음에서 퍼오는 말입니다. 자꾸만 말라져 가는 우리 어른들의 샘물에 물을 댈 수 있는 샘물. 나는 매일 그들의 웃음과 말들 속에 하루를 감사하며 삽니다.”

지금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그릇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부모, 교사, 사회는 그 과정에 함께 할 뿐 어떤 그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 같은 모양이 아니라 아이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살려 다양한 모습의 그릇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곁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겠다.

 

2024년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한 해 동안 세대별 안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신앙인의 삶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로 공립초록빛어린이집 김미성(소화데레사) 원장님께 현장에서 바라보는 유아교육과 신앙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