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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신동엽(알베르토) 학생
신앙의 힘


취재|박지현 프란체스카 기자

 

청소년 신자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대부분 첫영성체 후 주일학교를 시작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업으로 인한 시간 부족, 진정한 신앙심이 생기지 않음, 친구 따라 냉담 등 그 이유는 다양하다.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청소년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

복현성당에 다니고 있는 고3 신동엽 알베르토입니다. 얼마 전 수능을 친 뒤 운전면허시험 준비도 하면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취재 시점에 아직 수능발표가 나지 않았으므로) 자유로운 하루하루가 굉장히 행복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대학입시 준비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습니다.

 

성당은 언제부터 다녔나요?

결혼 전부터 성당에 다니셨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유아세례를 받았지만 스스로 ‘신앙’을 인지한 것은 성모유치원에 다닐 때부터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어떤 신앙생활을 해 왔나요?

초3 때 첫영성체를 하고 지금까지 주일학교에 나가고 있고, 초6 때부터 고2 때까지 복사단장을 하면서 본당 밴드에서 보컬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첫영성체 후 지금까지 교구 청년청소년국에서 실시하는 학생주보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본당에서 주일학교 초등부와 중·고등부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생 수가 자꾸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초등학생 때는 본인의 의지보다는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서 잘 다닙니다. 하지만 사춘기를 겪으면서 부모님과 크고 작은 의견 충돌과 반항심이 생기면서 ‘주일학교에 왜 다녀야 하는 걸까?’ 하고 반문하게 됩니다. 게다가 초등부를 지내는 동안 신앙에 대해 스스로 깨닫거나 느낀 점이 없다면 ‘내 선택이 아닌 부모님의 선택으로 시작했으니 계속 다니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결론을 내리고 점점 성당을 멀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성당에서 청소년을 위해 무엇을 해 주면 좋을까요?

중·고등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입니다. 본당에서 다른 학년에 비해 학생 수가 많은 편인 저희 학년은 서로 소중한 친구이자 감시자(?)가 됩니다. 다 같이 어울리면서 누가 없으면 왜 안 나오는지 궁금해하고 소외되는 사람 없이 챙기면서 모두 열심히 나와서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청소년기에는 혼자보다는 ‘함께’가 중요합니다. 성당에 갈 때 나 혼자가 아닌 같이 갈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가벼운 발걸음으로 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성당에서 또래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 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들이 성당에 다니는 것을 당당히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런 적이 없지만 주변에 종교 자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친구들 앞에서 천주교 신자임을 자신 있게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종교, 신앙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데 자신의 믿음이 탄탄하지 못하고 스스로 확신을 얻지 못하면 성당에 다니는 것을 당당하게 밝히기 힘든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 시기에는 다수와 조금만 다른 행동을 해도 유별나다고 수군거리기 일쑤여서 학교식당에서 식사 전·후 기도를 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듭니다. 이런 모습은 각자 성당과 가정에서 어떤 신앙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앞으로 교리교사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중·고등부를 맡게 된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나요?

중·고등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감’입니다. 그래서 “지금 너희들이 성당에 나오는 것을 힘들어 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고, 나도 그 시기를 겪었으므로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성당에 다니면서 손해 보는 것은 없을 테니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라며 뭔가 시작하기보다는 일단 아이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겠습니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수능을 치고 나니 대학입시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그동안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지냈다면 대학입시 준비는 앞으로 살아갈 방향과 연결되니 더욱 막막합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안해 하고 있는 고3 수험생들이 성당에 가서 보좌신부님, 수녀님, 교리교사에게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너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때론 마음 가는 데로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직접 들으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고민이 덜 심각하게 다가오고,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대의 신앙인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지난해 같이 사시던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장례식 때 본당 신자들이 거의 다 오셨고, 친구들도 모두 와서 저를 위로해 줬습니다. 그 모습에 신앙의 힘과 결속력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그동안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 왔기에 외할아버지께서 주님의 품으로 가시는 길에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시작된 저의 신앙, 다행히 그동안 큰 고비 없이 주님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신앙생활은 절대 주저하지 말고 자신이 생각하는 일이 옳은 길이라 여기며 살아간다면 앞으로 더 좋은 결과가, 더 좋은 복이 나에게 따라오지 않을까요?

 

신동엽 학생과의 인터뷰를 통해 또래 집단을 중요하게 여기는 중·고등학생의 신앙생활에 중요한 것은 결국 함께할 친구와 공감이었다. 첫영성체를 통해 시작된 소중한 신앙을 성인이 될 때까지 꾸준히 잘 이어갈 수 있도록 본당과 가정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준다면 청소년 신자 수의 감소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