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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놓는 사람들
축하합니다.…사랑합니다.…


글 신혜정 아녜스|감삼성당

 

저에게는 아버님 한 분이 더 계십니다. 2년 전 건강 검진차 병원을 방문하였다가 갑작스레 간암 말기로 6개월의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제 대녀의 아버지입니다. 짧은 시한부 생을 사는 동안 그분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되었고, 저에게는 또 한 명의 아버지가 생긴 것입니다.

아버님은 젊은 나이에 생사의 문턱 앞에 서 있는 딸에게 비급여 항암 주사를 단 몇 대라도 맞게 해 주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안타깝고 아픈 마음을 어렵게 제게 털어놓으셨습니다. 저는 곧장 신부님을 찾아가 사연을 말씀드렸고, 신부님께서는 긴급 의료비를 지원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통원 치료에 아버님과 따님을 모시고 함께 동행했습니다.

그 후 저는 따님에게 대세를 권유했고, 제가 대모를 서게 되었습니다. 대녀는 마음을 다해 하느님을 받아들였고, 할 줄 모르는 기도지만 본인의 죽음에 관한 기도가 아니라, 연로하신 아버지를 걱정하는 기도를 생을 마치는 그 순간까지 드렸습니다.

결국 대녀는 50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형편이 너무 어려워 장례식조차 치를 수 없었습니다. 신부님께서 본당에 빈소를 차려 준다 하셨지만 아버님은 극구 사양하시며 시신 기증이라는 그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사망 소식과 함께 대학 병원에 기증하셨습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지 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지만 아버님은 그 어렵고 힘든 시간들을 딛고, 그해 연말에 다시 기운을 내셨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하시며 예비신자 교리반에 등록하셨습니다.

저는 돌아가신 제 아버지 같은 마음을 지니신 분이라, 아버지의 세례명인 ‘베네딕도’를 권해 드렸고, 지난 주님 부활 대축일에 아버님은 본당 공동체 일원이 되셨습니다. 그렇게 세례를 받으시고 처음 맞는 축일, 축하를 전하러 가는 제 마음이 더 뛰었습니다. 그렇지만 축일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는 아버님께서는 지병인 폐기종으로 늘 호흡이 가빠 말하는 것도 어려워하셨습니다. 또한 뜨거운 7월의 한여름,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어지럼증으로 나오시지도 못하는 아버님께 저희의 방문 자체가 폐가 된다는 걸 알았기에, 케이크와 대리구 지원 여름 보양식만 전해 드리고 그냥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님은 그저 눈물을 흘리며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를 반복하셨고 잡은 제 손을 놓지 못하셨습니다. 체중 44kg에 어깨도 굽고 틀니도 뺀 상태의 서 있기도 힘드셨던 그날 아버님의 모습은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 축가를 불러 드리고 함께 웃으며 담소를 나누었던 다른 분들에 비해 첫 축일을 초라하게 보내 드린 것 같아 죄송하고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저는 아버님을 통해서 본당 사회복지는 단순히 경제적 나눔이 다가 아니라 “너희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나누어야 한다는 걸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신부님께서 “본당에서의 복지는 밖에서의 복지와는 다른 개념으로 ‘애덕’의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하신 말씀의 참의미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사랑’의 뜻을 담아 ‘애덕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애덕위원회는 복음 선포의 실천의 장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