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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체 현장을 가다
성정하상성당 임마누엘 공동체


글 남현정 로엘라 | 성정하상성당 임마누엘 공동체

 

저는 약 23년 전 세례를 받고 얼마 되지 않아 냉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혼 후 우연히 복자성당의 신자를 만나 그분의 전교활동을 통해 비신자였던 신랑과 함께 다시 하느님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남편의 대부가 되어 주셨고 남편에게 ‘임마누엘’이라는 세례명을 주셨으며 하느님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 저희가 성가정을 이루며 살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주님의 은총 속에 평화롭기만 했던 저희 가정에 큰 시련이 닥쳐왔습니다. 시어머님의 뇌종양 판정에 잇따른 여러 슬픈 소식들은 제게 너무 큰 짐으로 다가왔습니다. 직장생활에 시어머님의 간병까지 해야 하는 저로서는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지만 간절히 기도하면 예수님께서 제게 한 번은 오시지 않을까? 한 번은 제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을까? 하며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오히려 더 큰, 씻을 수 없는 아픔이 제게 찾아왔습니다. 제가 아끼고 사랑하는 두 딸들의 아빠이자 하느님 당신의 아들 ‘임마누엘’을 주님께서 당신 품으로 먼저 데려가시고 말았습니다. 모든 것을 다 빼앗겨 버렸다는 생각에 주님을 참 많이 원망했었습니다. 그리고 제게 주어진 그 십자가의 무게를 미처 감당하지 못해 허덕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때 주님께서 제 마음을 읽어주셨는지, 먼저 데려가신 남편 ‘임마누엘’ 대신 사랑이신 주님의 힘으로 뭉쳐진 저희 공동체 가족 ‘임마누엘’을 만나게 해 주셨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미사와 복음나누기 시간을 통해 공동체 가족들과 대면하면서 의무적이기만 했던 미사 참례가 공동체 가족들을 만나고 싶어 더욱 더 기다려지는 기쁜 주일, 기쁜 복음나누기의 날이 될 수 있었습니다. 피를 나눈 가족만큼 마음을 써 주시고 신앙의 힘을 더욱 크게 만들어 주신 우리 공동체 가족들 덕분에 저는 제게 주어진 십자가를 힘겹게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제 등에 바짝 붙여 메고 갈 수 있는 큰 힘을 얻었습니다. 또한 그로 인해 저는 더욱 굳건해질 수 있었고 주님의 착한 딸로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4년 9월에 저희 본당의 주보 축일을 기념하여 공동체성가경연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저희 공동체 구성원들 가운데 음악을 전공한 사람은 없었지만 미사반주봉사자가 계셔서 적극적으로 후원해 주셨고 부족한 저는 지휘를 맡게 되었습니다. 매끄러운 진행이 이루어지지 않아 힘들었고 퇴근 후 늦은 시간에 일주일에 2~3회 모여 성가연습을 하는 것도 몹시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공동체의 단합된 모습과 적극적인 참여도를 보여주는 것이 대회의 취지라고 생각해 공동체의 모든 가족, 갓 돌이 지난 아기부터 60세 이상까지 모두가 참여하여 ‘실력이 아닌 정성’으로 준비해 나갔습니다. 물론 뛰어난 실력은 아니었지만 저희의 의도가 적중하여 장려상을 수상하는 영광까지 얻었습니다. 하나의 행사를 치르면서 좋은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준비과정이 바로 우리 공동체가 한마음이 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었던 행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소공동체 성당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동체별로 순차적으로 맡게 되는 ‘전례봉사’입니다.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해설과 독서의 기회가 주어졌고 특히 여성 신자들에게도 복사를 서게 함으로써 신앙의 힘이 부족했던 저는 전례봉사를 하면서 의무적인 미사 참례가 아닌 신앙의 싹을 틔울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를 계기로 성탄전야미사와 성시간 해설까지 맡게 되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은총으로 신앙의 꽃을 더욱 활짝 피울 수 있었고 앞으로 신앙의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본당은 주일학교를 대신하여 가톨릭스카우트 활동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 21년차의 교사로 재직 중인 저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직업인 관계로 본당 신부님의 추천으로 스카우트대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능력은 하느님께서 제게 내려주신 선물, ‘은사’라고 생각하고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 미흡하지만 대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스카우트대장 활동은 바쁜 직장생활로 인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늘 미안한 마음을 가슴 가득 지고 산 저로서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신앙활동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남의 떡이 커 보이지만 실제로 자신에게 주어진 몫이 제 것이고, 귀하고 소중한 것이라는 말씀처럼 저는 저의 몫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 몫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저희 공동체의 자랑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저희 공동체가 늘 순탄하게만 운영되었던 것만은 아니었고 정체되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성정하상 임마누엘 공동체’는 본당에서도 인정할 만큼 뛰어난 활동력을 자랑하는 우수한 공동체라고 자부합니다. 그런 밑바탕에는 바로 ‘아주 아주 대단한 단결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동체 가족들은 본당에서 실시되는 행사 후에나 매주 마지막 수요일 복음나누기 이후에는 항상 시간을 비워둡니다. 그 이유는 2차 모임을 갖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을 통해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고 이야기하고 공감해줌으로써 더욱 강한 결속력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가족을 위해 모두가 함께 ‘가정을 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기쁜 일이 있을 때는 ‘감사미사’를, 아픈 가족을 위해서는 저희 공동체의 이름으로 ‘생미사’를 봉헌합니다. 이렇듯 아픔도 기쁨도 함께 하는 공동체이기에 성당 내에서 어떤 일이 주어지더라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전교를 위한 활동으로는 가장 먼저 냉담자 회두 권면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외인을 위한 선교활동도 중요하지만 공동체 가족 가운데 냉담 중인 분들을 먼저 선발하고 그중 친분이 있는 분들을 위주로 짝을 지어 회두 권면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내용을 매주 소공동체 모임 때마다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냉담자를 다시 이끄는 실적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외인을 위한 선교를 위해서는 공동체 자체의 예산도 투입하여 물품을 마련하고 정기적으로 저희 구역 내에서 가두선교활동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나누고 살고 도우며 살아라.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지 마라.”는 잠언의 말씀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우리 가까이에 있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나서고 그분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매월 정기적으로 비신자이더라도 사회복지대상자로 선정하고 2인 1조로 구성하여 4~5곳의 가정을 매월 1회 이상 방문하여 근황을 살피며 명절선물을 지급하는 등 물질적인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손을 뻗어 가난한 이웃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 그것이 바로 전교의 첫걸음이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희 성정하상 공동체가 잘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소공동체 성당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큰 힘이 되어 주신 시성복 바오로 신부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미사시간 소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한 기도를 드리고 소공동체를 위한 지원도 물심양면으로 아끼지 않으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공동체 가족은 제가 주님께로부터 받은 정말 귀하고 소중한 선물입니다. 그 선물을 주신 하느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말처럼 항상 주님을 잘 맞이하며 그분과 제가 사랑했던 저의 남편 임마누엘과 지금 제가 사랑하는 공동체 가족 임마누엘이 앞으로도 영원히 저와 함께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참 많은 것을 배우게 해 주셔서 감사하고

임마누엘 공동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심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