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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東施效嚬


글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 | 월간 〈빛〉편집주간 겸 교구 문화홍보실장

중국의 4대 미인 가운데 서시(西施)라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춘추시대 절강성(浙江省) 어느 시골 나무꾼의 딸이었던 서시는 월(越)나라 왕 구천에 의해 발탁되어 오(吳)나라 왕 부차에게 보내졌고, 결국 미인계로 오나라를 망하게 한 여인으로 유명합니다. 마을 서쪽에 사는 시(施) 씨 성을 가진 여인이라 하여 ‘서시(西施)’라고 불렸습니다. 그 마을 동쪽에도 시(施) 씨 성을 가진 여인이 있었는데 ‘동시(東施)’라고 불렸습니다. 서시와 달리 못생겼던 그녀는 빼어난 미모의 서시를 늘 부러워하고 동경했지요. 서시는 당시 패션의 아이콘이었습니다. 그녀의 옷, 걸음걸이, 머리 모양까지 모든 것이 여인들에게 유행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서시는 심장이 안 좋았는지 자주 한 손을 가슴에 얹고 이맛살을 찌푸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모습마저도 아름답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를 본 동시는 자기도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맛살을 찌푸리고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그렇잖아도 못생긴 동시가 얼굴까지 찡그리며 다니니 더 못생겨 보일 수밖에요. 그래서 동네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지요.

동시효빈(東施效嚬). ‘동시가 서시의 찡그림을 따라하다.’라는 뜻으로, 『장자(莊子)』 「천운편(天運篇)」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장점은 깨닫지 못한 채 무작정 남을 부러워하며 따라하는 행동을 비판하는 말이지요. 누가 봐도 동시의 행동은 어리석어 보이지만 우리도 부지불식간에 동시와 같은 어리석음을 저지를 때가 많습니다. 자신의 고유한 가치, 자기만의 탈렌트는 생각하지 못하고 남이 가진 좋은 점만 보면서 부러워한다든지,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다른 사람의 좋아 보이는 것만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은 타인의 삶을 더 쉽게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었고, 좋았던 추억, 행복한 순간만을 보여 주는 사진과 소식들은 나 빼고 모두가 행복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합니다. 서로서로 비교하면서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은 남의 행복을 따라해야만 행복의 대열에서 밀려나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을 갖게 되지요. 내가 가진 나만의 좋은 점을 생각하고 먼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봄입니다. 혹독한 겨울의 추위를 이겨 내고 새싹이 움트는 계절이지요. 우리도 나만의 아름다움을 싹 틔워야 할 것입니다. 내가 가진 좋은 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행복만을 부러워하며 쫓아간다면 봄이 와도 나에겐 봄이 아닐 것입니다. 공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싹은 트는데 꽃이 피지 않는 것이 있고, 꽃은 피어도 열매 맺지 못하는 것이 있다.”1)

 

나무가 열매 하나를 맺기 위해서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봄부터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야 하며, 그 꽃이 벌과 나비의 도움으로 수정을 해서 열매를 맺기까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요.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보고 예수님께서 화를 내시며 그 무화과나무를 말려 버린 이야기를 기억합시다.(마태 21,18-22)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이 내 안에서 싹트고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지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 나갑시다. 나에게 주신 나만의 고유한 탈렌트를 잘 키워 나가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이제 그 시작을 알리는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