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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하느님 마음으로 세상 보기(以道觀之이도관지)


글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 | 월간 〈빛〉편집주간 겸 교구 문화홍보국장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이 사람들을 판단합니다. 그래서 선행을 한 사람을 마음 깊이 존경하며 좋아하기도 하고, 반대로 나쁜 일을 저지른 사람을 미워하며 그의 악행에 몸서리치기도 하지요.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선망을 받던 사람이 알고 보니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충격을 받기도 하고,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했는데 나중에 잘못된 소문이라고 밝혀져 미워했던 것이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요즘처럼 인터넷을 통해 가짜 뉴스가 판을 치면 무엇이 진실인지, 저 사람은 과연 선한지 악한지도 구분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너무 쉽게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작가의 경우, 독자들은 그분을 너무나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출판사의 편집 담당 직원은 그분의 무례하고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미운 마음만 가득 품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제나 수도자도 마찬가지지요. 대외적으로는 훌륭하고 강의나 강론도 잘 하는 분으로 존경받지만 가까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분들의 위선적인 행동이나 독단적인 성격을 보면서 실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 ‘미투(me too)’ 운동으로 성폭력을 고발하는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 가운데 하나도 이런 것입니다. 자신은 그 사람의 위선을 잘 알고 있는데 정작 그 사람은 세상에서 존경받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모든 잘못은 자기에게 있는 것 같고 자괴감에 빠집니다.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가 봅니다. 그래서 일찍이 선현들은 쉽게 판단하지 말고, 작은 소문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여기지만 여기에 추한 것이 있고, 모두 선한 것을 선하다고 여기지만 여기에 선하지 않은 것이 있다.”1)

“도(道)의 눈으로 보면 사물에 귀하고 천한 것이 없지만, 사물의 눈으로 보면 자기는 귀하다 하고 상대는 천하게 여긴다.”2)

 

수천 년 전에도 세상은 별반 다르지 않았나 봅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사람을 판단하고 그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뒤에서 이런저런 험담을 합니다. 쉽게 그 사람을 좋아하고 존경하다가 쉽게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끼며 저버립니다. 오히려 예수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하느님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품으려고 해야 합니다. 장자(莊子)가 이야기한 ‘도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겠지요. 너무 엄청난 일이라고 느껴지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이들로 하느님의 사랑에 참여하는 그분의 자녀입니다. 우주를 작게 여기면서도 발아래 핀 들꽃 한 포기도 크게 보고 소중히 여길 줄 아는 ‘큰마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영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로 우리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신다는 것을 압니다.”(1요한 4,13)

 

1)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2장.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皆知善之爲善, 斯不善已.”

2) 장자(莊子), 『장자(莊子)』 「추수(秋水)」 6장. “以道觀之, 物無貴賤. 以物觀之, 自貴而相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