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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상 안토니오 본당의 〈희망의 목장, 마르지 않는 우물〉 프로젝트 이야기
마르지 않는 우물 희망의 목장


글 김동진 제멜로 신부 | 볼리비아 상 안토니오 본당 주임

 

지난달 첫 연재를 위한 집필을 하고 있을 때 ‘마르지 않는 우물’ 1차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마을에는 이미 착공기와 대형 컴프레셔, 기중기 등 중장비가 들어와 일을 하고 있었지만 지하수개발의 성공여부를 확신할 수 없어 언급할 수가 없었고, 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심정적 고통과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기쁜 소식을 이 지면을 통해 모든 교구민들과 후원자분들께 전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교구민 여러분! 모든 후원자 여러분! 지난 30여 년 동안 수많은 업체(독일계, 미국계, 브라질, 베네수엘라, 현지 업체)가 거의 60여 곳을 착공해서 모두 실패한 볼리비아 로메리오 지역 지하수 대수원(大水源)개발사업에서 한국계 지하수개발업체 오아시스와 함께 대구대교구 볼리비아 선교사제들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일일 생산 가능량 246톤 이상, 깊이 80여 미터의 우물, 지난 7월 초에 야심차게 볼리비아에서 가장 큰 한국제(韓國製) 착공기를 들여와 착공을 시작하여 300미터와 200미터 깊이 등에서 여러 차례 착공을 시도하였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수량을 뽑지 못하였고, 자신만만했던 한국업체도 실망한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고 실시한 착공에서 50미터부터 물이 나오기 시작해서 76미터 지점에서 그토록 기다리던 대수원(大水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물이 터지는 순간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지하수 샤워를 했습니다. 지금도 사람들은 흥분해 그 순간을 전하곤 합니다. 저는 그 순간 미국의료미션팀을 맞이하러 도시에 나가있어서 전화로 전해들었습니다. 지하수개발업체 한국인 백 사장님은 지난 몇 주간 착공을 하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였기에 일하는 중간에 한 번도 저에게 전화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울린 전화기에 백 사장님의 이름이 뜨자 직감적으로 뭔가가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백 사장님의 들뜬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습니다. “제멜로 신부님! 신부님, 드디어 터졌습니다. 수량이 엄청납니다. 목표 수량 130톤에 거의 두 배되는 수량입니다. 신부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 순간 마을로 돌아가는 차 안에 함께 있던 한국에서 파견 나와 있는 루시아노, 요한보스코 두 한국인 신학생들과 함께 환성을 질렀고, 다른 곳에 있던 최 스테파노 보좌신부님께 급히 전화로 기쁜 소식을 전하고 나니,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생각나 울컥해졌습니다. 정말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성공이었습니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수많은 한국인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성공한, 아직 경험이 일천한 젊은 신부인 저에게는 짊어지기 너무 무거웠던, 이 마르지 않는 우물 프로젝트는 한 비양심적인 사업가의 나쁜 의도를 가진 일종의 사기극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제안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말은 이러합니다.

이번에 한국 업체와 7개의 공동체에서 총 15개의 착공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원래 이 지역은 지하수개발에 적절한 곳이 아니라고 합니다. 3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프로젝트로, 기계를 들여와 수많은 우물을 팠지만 비용 부족으로 얕은 우물밖에 팔수가 없었고, 그런 우물들은 가뭄이 되면 어김없이 말라버리거나 겨우 식수를 충당할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본당이 있는 공동체는 총 300가구로 얕은 우물로는 가뭄기간 동안 가족당 두 말 통의 물로 하루의 생활용수를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독일계 지하수개발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사람이 마을을 찾아왔습니다. 그 사람은 자신을 지질학자이며 자선사업가라고 소개하며 마을사람들에게 지하수개발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럴듯해 보이는 외모와 말솜씨로 마을사람들은 물론이고 본당신부인 저와 각 지역 추장들, 그리고 인디오 시장과 모든 공무원들도 그의 계획에 동조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 말로는 우리 지역은 에스꾸도 브라질레로(‘브라질의 방패’라는 뜻의 스페인어)라는 1센티미터를 파기도 어려운 엄청나게 견고한 지층이 지하 200미터까지 형성이 되어 있어 지하수개발에 어려움이 있지만 그 지층을 통과하면 엄청난 양의 수량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지금까지 비용문제로 지하 300미터까지 파 본 사람이 없지만 그 사람은 300미터를 파면 분명히 엄청난 양의 물을 가진 지하 호수가 나올거라고 호언장담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근거 없는 말에 넘어간 저희를 탓하지만 그 거짓말을 통해서도 하느님께서 섭리하셨다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 당시로는 지하수에 대한 개념이 없어 무지한 저희로서는 그 이론이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였고, 개인적으로는 지난해에 본당에 작은 우물을 파며 견고한 지층 때문에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어 그 말을 믿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비용문제로 이야기가 넘어가자 그는 100퍼센트 물이 나온다는 것을 확신하지만 만약에 물이 나오지 않으면 돈을 단 한푼도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물이 나오면 다른 업체보다는 고비용이지만 미화 10만 달러를 받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가 보기에는 정말 좋은 제안이었습니다. 물이 나오면 숙원 사업해결이고, 안 나온다고 해도 잃을 것이 없는 제안이었습니다. 이제 재원만 마련되면 물을 해결할 수 있다는 목표가 생기자 마을사람들은 간절함을 담은 눈망울로 본당신부인 저를 바라봤습니다. 지난 부활절 전 어느 날 한국 휴가를 준비하고 있던 저에게 인디오 시장과 모든 정치인들, 추장들이 모여 마을사람들의 뜻을 서면으로 전하며, 어떻게든 본당신부님께서 한국 휴가를 이용해 10만 달러를 마련해 주십사라는 뜻의 청원서를 가져왔고, 저도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그들 앞에 거듭 결의를 다지고 한국으로 휴가를 나왔습니다.

한국에서의 모금은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었기에 순조로웠습니다. 대구대교구 9개의 본당 신자들과 〈빛〉 잡지, 가톨릭신문 등의 홍보수단으로 모집된 전국의 100여 명의 개인후원자와 기업후원, 각종후원회 등의 도움으로 사업을 할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6월 초 두 달 간의 휴가를 끝내고 감사하는 마음과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임지인 볼리비아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다음 달에 계속 연재)

 

〈희망의 목장, 마르지 않는 우물〉 프로젝트 후원

대구은행 505-10-160569-9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조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