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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사목을 하며
교정사목 봉사회 회장단 좌담회(3)


글 김종률 스테파노 신부 | 대구대교구 교정사목담당

 

일 시 : 2019년 7월 2일(화) 10:00 ~ 12:30

장 소 : 천주교대구대교구청 대건관 가정복음화국 회의실

주 관 : 천주교대구대교구 사회사목국 교정사목

사 회 : 교정사목 담당 김종률(스테파노) 신부

참석자 : 교정사목 담당 장명훈(론지노) 신부, 교정사목 담당 강 에스텔 수녀, 강경중(루치아노) 대구구치소 봉사회장, 안도범(요아킴) 김천소년교도소 봉사회장, 김선희(요안나) 경주교도소 봉사회장, 최옥이(데레사) 포항교도소 봉사회장, 박영자(벨라뎃다) 대구교도소 봉사회장.

 

사회자(교정사목 담당 김종률 스테파노 신부) : 회장님들의 감동적인 경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간간히 눈물을 훔치기까지 하시더군요.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교정사목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슬펐거나 좋지 않은 경험이나 기억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주십시오.

   

박영자(벨라뎃다, 대구교도소 봉사회장) : 예전에 천주교 총무를 맡으며 참 열심히 활동하던 심 비오라는 형제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를 마지막으로 봤던 날에도 보통 때와 똑같이 집회에서 만나고 헤어졌는데 그 다음 날 급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때 너무황망하고 안타깝고 슬펐습니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매사에 열심이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서 저는 요즘도 매일 그 형제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보통 2년만에 세례를 받는데 이 사람은 자기가 원해서 3년 동안 예비신자교리를 듣고 ‘마티아’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성경암송대회에서 1등을 할 정도로 신앙심이 깊었던 그 형제는 계속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수녀님과 함께 변호인을 소개해주기까지 했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괴로워했습니다. 지금은 다른 교도소로 이송됐는데 목에 암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부디 그 형제가 억울함을 잘 풀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선희(요안나, 경주교도소 봉사회장) : 60대 중반의 아주 순진하고 밝은 형제가 있었는데 세례를 받고 다른 교도소로 이감되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성주간 월요일에 “우리도 어려운 사람을 찾아가보자.”고 하셔서 교도소에서 세례를 준 사람들을 몇 명 찾아갔는데 그때 그 형제를 만나러 마산교도소에 갔습니다. 접견실에서 만난 그 형제는 우리를 보자마자 성호경을 커다랗게 그으면서 “찬미예수님!” 하고 인사하며 엄청 반가워했습니다. 몇 년 뒤에 그 형제가 가석방되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가석방 가능성이 낮은 경우라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전화를 해보니 간암말기로 형집행정지가 된 것이었습니다. 신부님과 함께 그 형제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지만 3개월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알던 한 스님의 권유로 그 스님이 계시던 절에서 마지막 요양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스님이 신부님께 전화로 “죽어서도 갈 곳이 없는 그를 제가 끝까지 돌보려고 하는데 세례를 받고 천주교 신자가 되었으니 마지막 준비는 신부님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하셨답니다. 그래서 그 형제는 신부님께 병자성사를 받고 돌아가셨고 스님의 바람대로 절에 모셨습니다. 그 형제를 생각하면 안타까움의 눈물이 자꾸 납니다.

 

최옥이(데레사, 포항교도소 봉사회장) : 저도 작년에 김 스테파노 신부님과 함께 포항성모병원에서 병자성사를 주었던 형제가 생각납니다. 병자성사를 주러 갔더니 병실 문 앞과 병실 안에는 교도관이 2명씩 지키고 있고, 그 형제는 한쪽 손과 발목에는 수갑을 차고 침대에 결박되어 있었습니다. 얌전한 성격에다가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수형자이기 때문에 병원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하게 수갑을 차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불쌍하던지 보자마자 눈물이 났습니다. 간호사들이나 의사들 보기에도 얼마나 수치스러웠겠습니까? 아픈 사람을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 그날 많이 울었습니다.

 

사회자(교정사목 담당 김종률 스테파노 신부) : 교정사목을 하면서 병자성사를 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특별한 경험이었는데 그래서 더욱 그 병자성사는 우리에게 감동적인 일이기도 했습니다. 함께 간 봉사자들도 다 울고 그 형제도 펑펑 울었습니다. 나중에 보내온 편지에서 그날 그 병자성사는 정말 감격스러웠다고 했습니다. 자기를 위해서 교도소도 아닌 병원에까지 찾아와 주고 기도해주어 너무나도 감사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삼엄한 경비와 수갑에 결박되어 있는 모습은 참 마음 아픈 일이었습니다.

 

최옥이(데레사, 포항교도소 봉사회장) : 교도소에 들어올 때도 그렇습니다. 버스에서 내려올 때 보면 포승줄에 묶여서… 그럴 때 저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시선을 피합니다.

  

안도범(요아킴, 김천교도소 봉사회장) : 저는 최 프란치스코 형제가 생각납니다. 그 형제는 교도소에서 세례를 받았고 천주교 반장까지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세례 대부를 섰습니다. 김천소년교도소에는 가끔 세례식이 있는데 다른 남자 봉사자가 없기 때문에 제가 거의 모든 예비신자들의 대부를 섰습니다. 그래서 거기서 생긴 대자가 17~8명 정도 됩니다. 프란치스코 형제는 세례를 받은 후 잘 지내다가 만기 출소했습니다. 그런데 1년도 채 안된 어느 날 집회시간에 자리에 앉아 있는 그를 보았습니다. 깜짝 놀라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3주 전부터 집회에 나왔는데 면목이 없어서 한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 열심히 잘 살았고 우리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격려하며 도와줬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는 또 만기 출소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또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두 번을 더 만났습니다. 지금은 그림 그리는 소질을 살려서 열심히 살고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몇 번이고 반복해서 죄를 짓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고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그리고 스테파노와 요한의 이야기입니다. 스테파노는 당시 27살 쯤 되었고 요한은 19살이었는데 둘다 교도소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형제처럼 친하게 지내던 둘은 비슷한 시기에 출소하게 되었는데 갈 곳이 없었던 요한에게 스테파노가 엄마에게 허락을 받고 자기 집에서 함께 살자고 하였습니다. 요한이 출소하던 날 먼저 출소한 스테파노가 데리러 와서 봉사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잘 살라고 덕담을 하며 떠나보냈습니다. 스테파노는 자기 집에 요한의 방을 따로 마련해두고 직장까지 구해놓을 정도로 요한을 진심으로 아꼈습니다. 스테파노와 엄마는 요한에게 하루 푹 쉬라고 하고서 일하러 나갔는데 저녁에 돌아와보니 귀중품이 모두 사라지고 요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방팔방으로 요한을 찾아다녔고 제게도 전화가 왔습니다. 그러나 결국 요한은 찾지 못했고 스테파노는 크게 실망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도 채 안 되어 언양구치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요한이 그곳에 수감되었는데 저를 찾는다고 해서 스테파노에게 연락했더니 요한에게는 희망이 없다며 만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교화한다는 것이 상당히 힘들고 무조건 따뜻한 마음을 가진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좋은 마음을 잘 받아주면 좋은데 오히려 이용하고 나쁜 마음을 가지고… 그런 경우를 보면 참 힘이 빠지고 마음을 다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전체 : 맞아요.

 

이후 좌담회에서는 교정시설의 수용자들이나 출소자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 , 가정환경의 중요성, 범죄예방교육의 필요성, 교정교화활동은 사회의 관심이 적기 때문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신학생들에게도 교정사목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봉사자들부터 수형자들이나 출소자들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고 항상 기도하며 일해야 된다, 봉사자들이 더욱 열심히 활동할 수 있도록 봉사회 체계를 잡아야 하고 내부 갈등이 생겼을 때 필요한 중재나 해결 방안, 봉사자들의 자질을 높이고 수형자들과 더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돌봐줄 수 있는 환경의 필요, 후원회원을 더 많이 모집해야 한다는 등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만 이즈음에서 좌담회 이야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진솔하게 나누어주신 교정사목 봉사회의 각 지역 회장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그 많은 이야기를 지면에 다 옮기지 못한 점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좌담회를 통해 교정사목 봉사가 얼마나 필요한 일이고 보람 된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사람은 사람 때문에 힘이 들고 고통을 받고 아파하고 절망하지만, 또한 사람 때문에 기쁨을 얻고 힘을 얻고 희망을 가지고 웃을 수 있고 가슴 따뜻한 감동을 받습니다.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로마 5,20)라는 말씀처럼 수많은 죄인들이 모여 사는 교도소이지만 그렇기에 그곳의 사람 이야기는 더욱 간절하고 애틋하고 감동적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와 같이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루카 15,7)라는 말씀 그대로지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주님의 복음을 받아들이고 예전 삶에서의 구원과 죄에서의 해방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빛〉잡지 애독자 여러분 기도해주십시오!

 

좌담회 연재를 마무리하며 교정사목을 위해 기도와 후원으로 도움을 주시는 모든 형제자매님들, 모든 레지오팀들, 성당 단체들, 봉사단체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또한 〈빛〉잡지와 가톨릭신문 등 교회 신문과 잡지를 후원해주시는 개인 및 단체에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 달에 마지막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 활발한 교정사목 활동을 위해서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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