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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새해 결심: 미워하기


글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 | 월간 〈빛〉 편집주간 겸 교구 문화홍보국장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아 이런저런 결심을 하실 겁니다. 새해 결심으로 ‘미워하기’라니 좀 의아 하시죠? 저는 새해를 맞아 본격적으로, 제대로 미워해 볼 생각입니다. 누구를, 무엇을 미워해야 할까요? 공자의 제자 중 언변이 좋기로 유명한 자공(子貢)이 스승 공자에게 미워하는 것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자공이 물었다.

“군자도 미워하는 것이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미워하는 것이 있다. 남의 나쁜 점을 말하는 사람을 미워하며, 아랫사람으로서 윗사람을 헐뜯는 사람을 미워하며, 용맹하기만 하고 무례한 사람을 미워하며, 과감하기만 하고 꽉 막힌 사람을 미워한다.”

그러자 자공이 말했다.

“저 또한 미워하는 것이 있습니다. 남의 훌륭한 뜻과 생각을 베껴 자기 지혜로 삼는 사람을 미워하며, 공손하지 않은 것을 용감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을 미워하며, 들추어내는 것을 정직하다고 여기는 사람을 미워합니다.”1)

 

도덕적으로 훌륭하고 끊임없이 덕을 쌓아 나가는 군자(君子)라 하더라도 당연히 미워하는 것이 있습니다. 어진 마음(仁)을 강조한 공자도, 그의 가르침을 따르는 제자 자공도 무조건 사람들을 받아 주고 친절을 베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확고한 도덕적 기준으로 사람들을 사랑하고 미워합니다.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께서도 미워하신 이들이 있지요. 불의를 일삼고 약한 이들을 괴롭히는 나쁜 사람을 눈감아 주고 참으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무조건 참고 용인하는 것은 올바른 사랑이 아닐 것입니다. 정의가 빠진 너그러움은 사랑이 아니라 타협이며 비겁함입니다. 마태복음 23장에는 예수님께서 무엇을 미워하는지에 관한 말씀이 나옵니다. 예수님께서는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에 대해서 크게 꾸짖으십니다. 특히 사회 지도층인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위선을 미워하십니다. 그들은 인사받기 좋아하고, 무겁고 힘겨운 짐을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신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습니다. 잔칫집에서 윗자리를 좋아하고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큰소리로 합니다.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그 안은 탐욕과 방종으로 가득 차 있다고 꾸짖으십니다.

 

새해를 맞으면서 나는 어떤 사람을 미워하는지 생각 해 보았습니다. ‘말만 번지르르하니 앞세우며 행동이 따르지 않는 사람을 미워합니다. 자기보다 높은 사람에게는 잘 보이려 하면서도 약하고 힘없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미워합니다. 코로나19 같은 상황을 핑계로 합리화 하며 신앙생활과 사랑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을 미워합니다. 자기 자신만 챙기면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소홀한 사람을 미워합니다. 공은 자신이 가로채고, 잘못은 남에게 전가시키는 사람을 미워합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정초부터 너무 미워하는 일만 널어놓았군요.

그런데 문득 그런 미운 짓은 타인에게서 발견되는 것만이 아니라 내 안에서도 발견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부터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나도 그런 사람을 제대로 미워할 수 있겠지요. 도덕적 기준이 바깥으로만 향한 채 사람들을 판단하고, 나의 내면을 비추지 않는다면 나야말로 ‘내로남불’의 위선자가 될 것입니다. 새해를 맞아, 내가 진정으로 미워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내 안에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니다. 새해에는 ‘제대로 미워하기’를 결심해 봅니다.

 

1) 『논어』 「양화」 24. “惡稱人之惡者, 惡居下流而?上者, 惡勇而無禮者, 惡果敢而窒者.” 曰, “賜也亦有惡乎, 惡?以爲知者, 惡不孫以爲勇者, 惡?以爲直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