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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신앙은 내 삶의 지침서


정리|박지현 프란체스카 기자

세대별 신앙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2024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 이번 달에는 30대 직장인을 만나 그들에게 ‘신앙’이란 어떤 의미인지 직접 들어보았다.

자기 소개 및 언제부터 신앙생활을 하셨나요?

30대 직장인 권용일(파우스티노)입니다. 어머니 뜻에 따라 유아세례를 받고 스무 살 무렵이 되어서야 그리스도인의 마음가짐으로 제대로 신앙생활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월성성당에서 주일학교, 청년회, 레지오 활동을 했고, 공군에 입대해 광성대성당에 다녔습니다. 제대 후에는 신암, 복현성당 청년회를 했고, 교구 활동으로 대학생 시절부터 파스카청년성서모임 봉사자를 했습니다. 그리고 직장생활 11년 차인 지금은 옥산성당에서 복사단을 하고 있습니다.

 

직장인에게 신앙은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이론적으로 ‘직장은 선교의 장이다.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내어 그들을 신앙의 길로 인도하자.’고 배웠지만 직장인의 현실은 복음을 선포하고 사랑과 친교를 나누기보다 각자의 목표를 향해 경쟁하기 바쁩니다. 그러나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나 자신의 ‘신앙’까지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직장에서 마주치는 모든 상황을 신앙의 눈으로 보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그 안에서 겪는 갈등, 성취감, 이별, 사랑 등 모든 것이 저를 신앙인으로 성장하도록 이끌어 주시는 길의 과정 중 하나라고 믿습니다. 제 삶의 모든 순간에 신앙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신앙이 도움 된 적이 있나요?

직장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거나 갈등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어릴 때부터 신앙생활을 하면서 여러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은 경험이 바탕이 되어 직장에서 인간관계를 형성할 때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신앙공동체 안에서 경험했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이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교회에서 직장인에게 무엇을 해 주면 좋을까요?

가장 활발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연령대를 20대에서 50대라고 봤을 때 직장에서 함께할 수 있는 신앙동료는 많지 않습니다. 신앙활동은 고사하고 직장 내에서 신앙인을 찾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 말인즉슨 교구 내 20대에서 50대의 신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본당에서 활동하다 보면 소수의 인원으로 공동체 유지를 위해 버거운 짐을 지고 버텨내는 안타까운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교회에서는 어떤 노력을,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현재 활동하고 있는 우리와 공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함께할 수 있는 신앙동료가 곁에 있다는 것은 신앙생활에 큰 힘이 됩니다. 직장에서 하느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교회에서 노력해 주길 바랍니다. 그 방법에 대해서 교회가 우리와 같이 고민해 보는 자리가 마련되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취미나 종교활동이 있나요?

박병규(요한보스코) 신부님을 중심으로 결성된 가톨릭밴드 ‘톡 인 어스(TALK IN US)’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 년에 20~30회의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6년째 몸담고 있는데 요즘 많이 강조하는 워라벨이 높아집니다. 또한 토크 콘서트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우리가 하나의 큰 신앙공동체임을 체험하게 됩니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톡 인 어스’에서 음악과 신앙으로 해소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신앙 안에서 위안을 받은 적이 있나요?

결혼하면서 복사단에 들어갔습니다. 지금껏 청년들과 함께하는 공동체에서는 ‘활동’에 중심을 두었다면 본당 내 공동체에서는 ‘기도’에 중심을 둡니다. 복사를 설 때에도, 성지순례를 갈 때에도 언제나 기도로 시작하고 마칩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기도를 많이 하는 걸까?’ 하고 의아했지만 언젠가부터 기도하는 그 순간 제가 위안을 받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동안 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기도에는 조금 소홀했나 봅니다. 요즘 기도하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그분께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 같습니다.

 

내 삶에 있어서 ‘신앙’이란?

제 삶에서 신앙을 걷어내면 물질적인 것만 추구하는 세속적인 삶에 빠져 살아갈 것 같은데 ‘신앙’이 지침서가 되어 저를 긴장하게 만듭니다. 신앙인의 삶은 조금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제게 ‘신앙’은 성령을 통해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길을 답습하면서 그분의 도구로 쓰일 수 있게끔 이끌어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나 자신보다는 세상을 위해 기도하고 우리를 위해 당신의 삶을 내던지는, 모든 것이 사랑으로 귀결되는 삶을 사셨습니다. 그래서 많이 부족하지만 예수님의 삶을 조금이라도 닮아가고자 노력하겠습니다.

경쟁 사회에서 하루하루 바쁘게, 힘들게 살아가는 직장인에게는 세상의 스트레스를 잠시 내려놓고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편안한 안식처가 필요하다. 그곳이 바로 교회가 될 수 있도록, 30대의 직장인에게 신앙동료가 더 늘어날 수 있도록 교회는 좀 더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