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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시선
꿈꾸는 직장인


글 이재근 레오 신부|월간 〈빛〉 편집부장 겸 교구 문화홍보국 차장

 

청소년들에게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부분 직업을 이야기한다. 직업과 꿈은 분명 다른 것임에도 아직 그들은 그 차이점을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갖게 되면 그때서야 비로소 꿈과 직장의 차이를 알게 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바라는 꿈들을 이루기 위해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비록 현실은 암울할지라도 늘 꿈꾸며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우리 가톨릭교회는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할지 한번 생각해 보자.

 

팬데믹을 기점으로 0.08%까지 떨어졌던 신자 증감수는 22년도에 0.1%에 머무는 등 여전히 회복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30대 직장인의 증감수는 큰 변화없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만 보면 문제없어 보이지만, 사실 30대의 신앙생활은 냉담자가 되지 않기 위해 가까스로 버티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그들에게 신앙은 버터야 하는 짐처럼 되어 버린 것일까? 그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하면서 공통적으로 알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적 압박이다. 30대 직장인은 경력 개발, 가정 생활, 경제적 책임 등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일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거나 가족과 함께 보내길 원한다. 그래서 매 주일마다 정기적으로 성당에 가야 한다는 것을 하나의 짐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냉담자가 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여러 부분에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30대답게 신자로서의 책임감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최소한의 의무만을 이행하며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둘째, 가치관의 변화이다. 30대 직장인은 개인적인 신념과 가치를 중요시한다. 과거 전통적인 가르침에 맞춰 살아왔던 세대와는 다르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면 전통적인 가치관도 버릴 수 있다. 문제는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이 지극히 개인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영향으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이나 활동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종교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진다. 30대 직장인들은 과학과 합리주의적 사고방식에 익숙한 세대이다. 그래서 가톨릭적 신념보다는 증거와 논리에 기반한 설명을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과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성당을 찾고 기도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귀찮아하고 멀리한다.

먹고 살기 바쁜 일상을 보내는 그들에게 가톨릭의 가르침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과학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굳이 믿음이 아니면 증명할 길이 없는 신앙을 유지해야 할까? 라는 의문 속에 그들은 성당에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을 위해 우리 가톨릭교회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까?

우선 현대적 가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선교의 기본 원칙은 선교 할 지역의 문화를 알고 존중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30대 직장인을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그들의 관심사를 이해하고 함께하는 것이다. 그들이 중요시하는 이슈들, 예를 들어 환경 보호, 사회 정의, 평등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가톨릭의 입장을 표출하고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로, 소통 방식의 다변화이다. 소셜 미디어, 앱, 웹 사이트 등 30대 직장인이 주로 사용하는 플랫폼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그들에게 더 매력적이고 접근이 용이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당에 오는 것이 그들에게 의무가 아닌 치유의 시간이 되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직장인이 바라는 것은 가르침보다 작은 위로일 수 있다. 일주일 동안 힘들었던 마음을 미사를 통해 주님께로부터 치유받고 다시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미사의 전례를 통해, 강론을 통해 그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다. 한 주간을 살아갈 힘이 되어줄 메시지를 미사를 통해 전달해 줄 수 있다.

 

직장인에게는 지켜야 할 세 종류의 꿈이 있다. 자신의 꿈, 소중한 이의 꿈, 그리고 소중한 이들과 함께 이루고 싶은 꿈이다. 모든 꿈이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때로는 바람만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직장인들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 다시 새로운 꿈을 꾸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응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것은 과학도, 개인적인 신념도 해 주지 못하는 일이다. 오로지 가톨릭교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너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하느님이 함께하심을 잊지 말라.’고 응원해 줄 수 있는 가톨릭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