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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희망의 공장
꿈꾸는 가정


글 강영목(요한보스코)|신부, 교구 가정담당

어릴적 매년 새학년 새학기가 되면 자기소개서를 적고 장래희망을 적는 란이 있었다. 너는 무슨 꿈이 있니? 그때마다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난 뭐가 되고 싶을까? 친구들은 뭐라고 적을까? 요즘은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많다고들 하지만 이런저런 고민 끝에 흔히 적는 꿈을 적곤 했다. 과학자, 선생님, 그리고 꿈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 보지 않고 살다가 어느 순간 주님의 부르심에 자연스럽게 응답하게 되었고 지금 이 순간까지 와 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특별히 우리 가정의 꿈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다.

 

“꿈이 없는 가정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한 가정 안에 꿈꾸는 능력을 잃어버릴 때, 아이들은 성장하지 않을 것이고 사랑도 커나가지 못합니다. 삶은 의미 없어지고 무의미해져 버립니다. 이를 위해 오늘 저녁 여러분에게 부탁합니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양심 성찰을 할 때, 또한 이 질문도 해보시기 바랍니다. : 오늘 나는 나의 아이들의 미래를 꿈꿨는가? 나는 내 남편과 아내의 사랑을 꿈꿨는가? 오늘 나에게까지 삶의 역사를 이어준 나의 조부모님과 부모님을 꿈꿨는가? 하고 말입니다. 꿈을 꾸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한 가정 안에서 꿈을 꾸는 것 말입니다. 여러분은 꿈을 꾸는 능력을 잃지 마십시오!”(필리핀 마닐라 사목방문 중에 많은 가정들과의 만남에서, 2015년 1월 16일)

 

그렇다면 꿈이란 무엇일까? 꿈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의미들이 있다. 첫 번째,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두 번째,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세 번째,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 이 가운데 교황님이 말씀하시는 꿈꾸는 능력을 지닌 가정이란 무엇일까? 당연히 두 번째 꿈이다. 곧 우리 가정이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다. 헛된 공상이나 망상으로 기대하고 욕심내는 꿈이 아니라 이 꿈은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과 더 높은 생각으로 우리 가정을 더 좋은 모습으로 바꾸어 가려는 각자의 노력이고 바람이며 실천인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3포세대, 5포세대, 그리고 7포세대라는 말이 사용되곤 한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세대를 넘어,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하는 5포, 나아가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다는 7포세대라는 말은 참으로 걱정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포기해버리려는 마음들이 모인 가정 속에 어떤 기대감도, 변화에 대한 열망도, 지금 보다 나은 내일을 찾기란 어렵다. 그러기에 가정 안에 모인 이들 속에 웃음이 사라지고 부정의 에너지만 가득 넘치게 되는 것이다.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은 자신의 경험으로 다음과 같이 삶의 의미에 대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이 세상이 아무리 나에게 최악의 상황을 선사하고 모든 것을 빼앗더라도 나에게는 절대로 빼앗길 수 없는 한 가지가 남겨진다. 그것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내 선택권이다.”

우리 삶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결국 나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그는 말하고 있다. 그러기에 꿈꾸는 가정에 대해 말씀하시는 교황님은 가정 안에 꿈을 꿀 공간을 지켜나가고, 배우자를 생각하는 마음에 머물며 선(善)을 향해 꿈꾸고 노력한다면, 가정 안의 많은 어려움들이 해결된다고 강조하신다. 이는 바로 가정이라는 가장 작은 사랑의 공동체에서 사랑을 일상의 모든 날들 속에 회복해 나가는 가운데 이루어질 수 있다 하신다. 가정 안에 사랑을 회복하고, 사랑을 키워가는 것은 바로 포기하고 물러서고 움츠러드는 제자리 걸음의 모습 속에서는 발견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꿈을 꾸는 능력을 잃지 말라하시는 교황님의 당부를 우리 가정 안에서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나는 우리 가정의 모습 속에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우리가 지닌 믿음이 십자가를 넘어선 부활의 믿음이듯, 우리 가정이 좀 더 성가정을 닮아가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 오늘 하루 삶의 십자가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연습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늘 이룰 수 있는 희망과 기대 안에 머무는 우리 가정을 꿈꾸고, 또 그 꿈을 조금씩 만들어 나갈 때 점점 더 성가정의 모습으로 우리 가정이 성화되고 변모하게 될 것이다. 교황님은 말씀하신다. “꿈이 있는 곳에, 기쁨이 있는 곳에, 그곳에는 항상 예수님이 계십니다. 항상.”(2015년 9월 25일 미국 사목방문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