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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희망의 공장
아버지, 당신은 가정의 수호자입니다.


글 강영목(요한보스코)|신부, 교구 가정담당

“아버지, 당신은 가정의 수호자입니다.” 이 말은 교구에서 현재 가정사목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있는 성 요셉 아버지학교의 표어이다.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 아버지의 위치는 당연히 이 표어대로 가정을 지키는 수호자와 같은 존재임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 표어가 요즘 시대에는 더욱 더 절실하게 와 닿는다. 또 그런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가정에서 아버지의 존재감이 상실되고 아버지의 위치가 점점 없어져 간다는 느낌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문화적인 이유에서 본다면 권위적인 사회에서 소통을 강조하는 사회로 접어들면서 아버지가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가족들이 따르는 모습은 점점 없어져 가고 있다. 또 남녀평등, 똑같은 가정 안에서의 가사분담에 대한 책임 등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이로 인한 아버지의 역할이 단순히 과거의 경제적 부양의 의무로만 머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오늘날 아버지는 친구도 되어야 하고 교육자도 되어야 하며 가정의 모범이자 모델도 되어야 한다. 물론 신앙의 모범이 되는 것은 당연하며 이는 가장 영향력있는 중요한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러한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변화 속에 오늘날의 아버지는 아버지의 역할과 정체성을 찾기 보다는 가정 안에서 회피하려 하고, 가정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부정의 모습을 쉽게 드러낸다. 이에 대한 문제점을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분명히 언급하셨다.

 

“때로 아버지들은 가정에서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고, 자녀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잘 모르긴 하지만 그래서 아버지들이 움츠러들고, 책임을 회피하며, 또 소홀히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자녀들과 평등한 관계, 즉 있을 법하지 않은 관계로 피해 버리는 듯 보입니다. 여러분이 자녀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맞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여러분이 자녀의 또래로만 처신한다면, 이는 여러분의 아들딸에게 아무런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2015년 1월 28일, 일반 알현 중에 하신 말씀에서)

 

이에 2007년부터 시작된 교구의 ‘성 요셉 아버지학교’는 단순히 학교라는 명칭에서 오는 느낌에서 수업을 받고, 강의를 듣고, 교육받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시대 신앙인으로서의 아버지, 곧 성 요셉을 닮아갈 수 있는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의 장(場)이다. 본당 주일학교 미사 때 아이들에게 아버지와 평소 대화를 많이 하는지 물어보면, 대다수의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심지어 어느 동영상에서 학생들에게 아버지는 누구인가라고 묻는 질문에 어느 학생은 ‘돈 벌어오는 기계’라고 거침없이 표현하기도 하였다. 이는 오늘날 아버지가 제대로 자리를 잡고 가정 안에 머물지 못하고 가정에서조차 아내와 자녀들과 소통하지 않는 이 시대 가정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성 요셉 아버지학교가 이러한 가정 안의 문제점을 단숨에 해결해 주는 요술 주머니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껏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아내와 자녀들의 생각을 듣고, 내가 가정 안에서 어떤 자리에 있어야 할지 재발견하는 소중한 경험의 시간임에는 틀림없다. 이로써 가정 안에 가장 먼저 아버지가 해야 할 역할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가정 안에 ‘머물 수 있기’ 이다. 교황님은 말씀하신다.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이 바로 아버지가 가정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고난 등 모든 것을 함께 나누기 위해 아버지는 아내 곁에 있어야 합니다. 자녀들이 자랄 때 아버지가 곁에 있어야 합니다. 자녀들이 놀 때, 노력할 때, 근심이 없을 때나 고통 중에 있을 때도, 그들이 자기를 표현할 때나 입을 다물 때도, 두려워 할 때나 잘못된 길을 갈 때와 바른 길을 되찾았을 때도 아버지는 언제나 자녀 곁에 있어야 합니다. 곁에 있는다는 말이 통제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지나치게 통제하는 아버지들은 그들의 자녀들을 성장하지 못하게 합니다.”(2015년 2월 4일 일반 알현 중에 하신 말씀에서)

 

신앙인에게 있어서 머무를 줄 아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고 우선시되는 자세이다. 하느님께 머무르기, 말씀에 머무르기, 내 삶 안에 머무르기……. 이 모든 노력들은 나를 다시 돌아보고 나의 주변을 새로운 눈과 마음으로 보게 한다. 무엇보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어려운 난관 속에서도 성가정을 꿋꿋이 지켜낸 성 요셉처럼 믿음 안에 더욱 성숙해지는 올 한 해, 가정의 해를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러기 위해 오늘 당장 우리 가정의 자녀들과 아내에게 시간과 마음을 여는 머무르기 연습을 해보도록 하자.

 

 

2016년 대구대교구 성 요셉 아버지학교 일정

32기 아버지 학교 3월 5일 - 4월 10일(주 1회, 매주 토요일)

33기 아버지 학교 6월 11일 - 7월 10일(주 1회, 매주 토요일)

34기 아버지 학교 10월 8일 - 11월 6일(주 1회, 매주 토요일)

 *문의: 053-250-3114(가정사목 담당 사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