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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YHY(Youth Helping Youth) 해외봉사활동기
사랑합니다. 행복합니다.


글 김서현(대건 안드레아)|대건고등학교, 월성성당

* 교구 청소년국에서는 YHY(Youth Helping Youth, 청소년을 돕는 청소년) 캠페인을 실시하여 지난 1월 30일(토) 교구청 교육원 다동 대강당에서 열린 제21회 청소년 윤일축제에서 제4회 YHY 대상 시상식을 가졌습니다. 이후 YHY 수상자들과 지원자, 교사, 그리고 교구 청소년국 학교복음화 담당 황성재(프란치스코) 신부로 구성된 YHY 해외봉사단은 2월 12일(금)부터 2월 19일(금)까지 필리핀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그들 중 한 명의 소감문을 소개합니다. - 편집자 주(註)

 

비행기를 타고 4시간여를 날아가면 있는 섬나라, 천주교가 국교인 가톨릭 국가,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세부와 보라카이 등 각종 휴양지로 널리 알려져 있는 필리핀. ‘서로서로 돕는 우리 YHY’라는 모토 아래 세 번째 해외봉사활동을 그곳으로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의 저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먼저 미제레오 마을에서 한 아저씨의 집에 오랜 시간 머물며 필리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았습니다. 홍수피해가 가져다 준 엄청난 트라우마 속에서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그저 집에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많은 마을. 그러나 그곳의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오늘 하루에 감사하고 그 하루를 자신의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갑니다. 밝게 웃으면서 말이죠. 우리에게 “나 지금 행복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항상 밝게 웃으며 살아갑니다. 그저 지금의 삶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와중에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늘 하루보다는 내일을 위해서 말이죠. 미래를 위해 공부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만남’을 소중히 여깁니다. 제가 미제레오 마을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주변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들에게 “Does anyone remember me?”(나를 기억하나요?)라고 말하자 모두가 “Yes.”(네.)라고 대답합니다.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저의 이름을 기억하고 제가 가르쳐 주었던 태권도까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함께 하고 또다시 찾아온 이별의 시간에는 눈물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제 이름을 부르며 쫓아와서는 부족하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하나씩 내어줍니다. 편지를 써주기도 하고 팔찌를 주기도 하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한 친구는 매점으로 달려가 음료수를 사서 전해줍니다. 그들의 형편에서 결코 작은 부분이 아니고 소중한 것들을 우리에게 내어 주는 그들을 보며 우리의 것을 더 나누지 못하고 함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음은 ‘서로서로 돕는다.’는 것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하나의 마을 전체가 마치 한 가족처럼 살아갑니다. 먼 거리를 다녀와야 하면 자가용을 빌려주기도 하고, 마을사람들 여럿이 둘러앉아 밥을 함께 먹고, 집에 없는 물건이 있으면 스스럼없이 옆집의 것을 쓰고 돌려놓습니다. 이런 것들을 아이들은 더 잘 실천합니다. 우리가 주는 선물이 부족한 경우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서 나누어 주기도 하고 공용으로 사용하자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마을에서도 혼자가 되는 친구 없이 무리를 지어 함께 골목에서 뛰놀며 우리가 가르쳐 준 경쟁 놀이인 딱지치기나 제기차기보다는 모두가 하나 되어 함께 할 수 있는 수건돌리기를 더 좋아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선생님들께서 “옛날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하십니다. 서로가 서로를 넘어서서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경쟁하는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 돈이 전부라는 인식이 만연한 물질만능주의, 그러나 예전에 우리나라는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갔답니다. 두레, 품앗이처럼 서로의 농사일을 함께 하며 “이웃집 수저 수까지 다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하나가 된 공동체 생활을 했습니다. 그런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먼저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것을 아쉬워하지 않고, 남의 행복이 나의 행복인 것처럼 기뻐하며 남의 슬픔은 함께 나누어 주는 우리들이 되어야겠습니다. 비행기만 타면 멀미를 하는 제게 한 친구가 이륙직전 손을 꼭 잡아주며 들려준 말을 되새겨 봅니다. “서로서로 돕는 우리 아니가?”

이밖에도 마더 데레사 수녀님께서 설립하신 ‘사랑의 선교 수녀회’ 수녀님들께서 운영하시는 복지시설에서 빨래를 도와드리며 세탁기의 소중함을 느꼈고, 학교 밖 어린이들을 모아서 교육하는 시설(Tahanan outreach projects and service)에서 혼자 앞에 나와 노래에 맞춰 자신있게 춤추던 어린이를 보며 개인의 개성은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쓰레기 섬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그곳 밖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길러주기 위해 설립된 기관에서 K-POP을 통해, 음악과 춤을 통해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으며 “입은 상냥하게 말하는데 사용하고, 귀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듣고, 손은 자선을 베푸는 데 사용하며, 머리로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가지고 마지막 가슴으로는 남을 사랑하라.”고 하신 플로어 수녀님의 말씀까지. 그곳의 아이들과 사람들에게 우리의 문화를 알려주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해주고, 무엇보다 우리가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왔습니다.

소중한 인연이 생겼고 잊을 수 없는 일들이 만들어진 지난 9일간의 시간들. 그리고 함께 한 우리 8명의 봉사단원, 3명의 선생님과 신부님. 이제는 각자의 위치와 자리에서 맡겨진 일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힘들 때나 걱정 고민이 많을 때면 서로서로 돕고 행복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또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 가길 기대해봅니다. 서로서로 돕는 우리 YHY!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