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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성인
로마의 사도 성 필립보 네리(축일 : 5월 26일)


글 장성녕(안드레아)|대구대교구 문화홍보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르 10,21)

수많은 성인성녀들이 그러하겠지만 필립보 네리 성인(신부, 설립자, 1515-1595년)께서도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고자 자신 앞에 놓인 부와 명예를 버리고 가난과 봉사의 삶을 선택한 성인이십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나신 성인께서는 10대 때 부잣집 친척의 양자로 입양되어 사업가의 꿈을 키웠으나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의 가난한 삶을 통해 세상의 가치와는 다른 것을 보게 되었고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평생 보장된 모든 재물과 권리와 미래를 포기하고 로마로 건너 갔습니다.

기도와 묵상, 공부에 전념하시던 성인께서는 학문적 성취보다는 당장의 선행이 우선이라며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경지에 오른 공부마저도 그만두시고 책을 모두 팔아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성인께서는 가난하고 병든 이들에게 애덕을 실천하셨으며 특히 젊은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다가가 하느님과 하늘나라를 전하고 가르치셨습니다. 

36세의 늦은 나이에 사제가 되신 필립보 네리 성인께서는 특히 고해성사 직무에 충실하셨는데 신자들이 성당을 찾았을 때에 언제든지 고해성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성인의 뛰어난 영성과 고해성사에 대한 열정은 유럽 전역에 알려졌고 로마인들은 성인을 ‘로마의 사도’로 불렀습니다. 또한 성인께서는 동료 사제들과 함께 영적 성장을 위해 ‘오라토리오회’라는 작은 기도 모임을 만들었는데 오늘날 독창, 합창, 관현악을 위한 대규모 악곡으로 알고 있는 ‘오라토리오’(Oretorio)가 바로 여기에서 기원한 것입니다. ‘오라토리오’라는 용어는 본래 수도원 혹은 신학교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경당을 의미했는데 오라토리오 모임에서 성경을 감동적으로 느끼기 위해 신비극을 공연하고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이후 오라토리오가 음악용어로 정착되었고 하이든, 비발디, 모차르트에 의해 크게 발전했습니다.

성인께서는 모든 고통을 성체와 성모님께 의탁하며 투병생활을 하시다가 예언하신 대로 1595년 5월 26일에 선종하셨고, 1622년 그레고리오 15세 교황님에 의해 성인품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