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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희망의 공장
가정은 문제가 아니라 기회의 장소


글 강영목(요한보스코) 신부|교구 가정담당

 컵에 물이 반이 차 있는 것을 두고 어떤 이는 물이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또 어떤 이는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한다. 같은 물 반 컵을 사람들은 왜 다르게 생각할까? 주어진 상황을 어떤 이는 부정하고 힘들어하며 벗어나려고만 하고, 또 어떤 이는 긍정하고 더 나아질 수 있음을 희망한다. 이처럼 어떤 상황에 따라 저마다 다른 마음을 지닐 수 있고, 이러한 마음가짐이 앞으로의 방향을 좌우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모습이다.

오늘날 현대 가정에 대한 모습은 긍정의 이미지보다는 여론과 각종 사건,사고를 통한 부정적인 모습들이 점점 더 부각되는 것 같다. 그로 인해 가정은 늘 위기이고 붕괴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가정 안에 크고 작은 어려움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는 없었다. 저마다 아픔이 있고 풀어 나가야 할 숙제가 있었지만 사랑이라는 이름 안에 수많은 가정들이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 내고 더 나은 미래를 꿈꿔 왔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 왔다.

여기서 우리는 오늘날 다양한 가정의 형태들, 즉 대화 없는 가정, 신앙을 물려주는 기본자리가 되지 못하는 가정에 대한 모습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다. 그것은 그저 현상들과 현 상황들에 대한 비판과 체념, 불평만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실천과 변화로 더 나아질 수 있는 길을 희망하는 자세여야 하는 것이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가정에 대한 2년에 걸친 세계 주교 시노드의 결과물로 사도적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을 반포하셨다. 그리고 이 사도적 권고의 7항에 의미 있는 말씀이 나온다.

“가정은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적으로 하나의 기회입니다.”

이 안에 어찌 보면 교황님께서 하고자 하시는 말씀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원래 가정은 사랑의 공동체이기에 그 기쁨을 누려야 하고, 이 가정 안의 사랑의 기쁨은 바로 교회의 기쁨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1항 참조) 똑같은 상황을 문제로 인식하면 해결해야 하고 풀어야 하는 긴박감과 어려움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런데 문제가 아니라 또 다른 변화와 성장을 위한 기회로 받아들인다면 다시 시작해 보려는 의욕과 더 잘해 볼 수 있는 희망을 찾아보게 된다.

가정은 사랑으로 시작된 공동체이고 마지막까지 놓칠 수 없는 사랑이라는 이름 안에 유지되어야 하는 가장 가깝고 친밀한 사회이며 교회이다. 이 본질의 마음들을 되찾는 것, 회복하는 것에 열중하는 것, 그래서 본연의 가정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할 일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건강과 함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가족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 그 방법을 잊어버리거나 세상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속에 나도 모르게 가족 안에서도 본연의 사랑을 잊고 살 때가 많다. 그러기에 조그마한 본연의 사랑과 봉사, 희생의 마음을 가족 안에서부터 가지게 된다면 더 큰 감동과 기쁨을 발견할 수 있다. 점점 무뎌져 가는 마음 안에 아무런 감동과 기쁨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 반대로 가족 안의 작은 사랑의 실천의 표현은 더 큰 파장으로 마음 깊이 전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가정은 기회의 장소이자 공간이다. 당연히 사랑해야 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연습장이고 감사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최고의 실습장이다.

그러므로 「사랑의 기쁨」을 통해 교황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다시 가정 본연의 사랑을 회복하기를 바라시며, 잊고 있던 가정의 소중함을 되찾자고 강조하신다. 그리고 가정은 늘 그런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변화와 희망에 대한 유연성이 있음을 교황님은 강조하신다.

“우리에게 약속된 것은 항상 더 많이 있습니다. 우리 자신의 한계로 희망을 잃지 말고, 또한 우리에게 약속되었던 친교와 사랑의 충만함을 발견해 나가길 포기하지 맙시다.”(「사랑의 기쁨」, 325항)

무엇보다 지난 두 해를 거친 세계 주교 시노드에서 시노드 교부들은 세상의 도전들 앞에 많은 가정들이 힘들게 싸우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기쁘고 훌륭하게 가정을 지켜 나가는 이들이 많음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황님은 사도적 권고 「사랑의 기쁨」 안에 그 가능성과 희망을 잃지 말기를 확인해 주고 계신다. 그러기에 오늘 다시 우리 가정 앞에 사랑의 기쁨을 누릴 기회가 주어져 있음을 늘 기억하자. 가정은 문제가 발생하는 곳이 아니라 기회가 주어지는 희망의 공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