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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성인
예수님을 업은 사람 성 크리스토포로(축일: 7월 25일, 순교자, 3세기경)


글 장성녕(안드레아)|대구대교구 문화홍보실

 

이제 곧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되면 많은 이들이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이달에는 수많은 성인들 가운데 특히 자동차 운전자들과 여행자의 수호성인으로 공경받고 있는 분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종종 천주교 신자들의 자동차 안에 한 남자가 어깨에 어린 아이를 얹고 있는 성상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분이 ‘크리스토포로’ 성인이십니다.

 크리스토포로 성인께서는 전설 속에 전해져 내려오는 성인으로 덩치가 크고 힘이 장사인 거인이셨습니다. 성인께서는 자신보다 더 힘센 사람이 나타나면 그를 주인으로 섬기고자 하셨는데 처음에는 왕, 다음에는 악마를 찾아갔으나 십자가를 보고 도망치는 악마를 본 후 예수 그리스도가 가장 힘이 센 분일 것이라 생각하고 그리스도를 찾아 헤매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은수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은수자는 성인에게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는 일이 곧 그리스도를 섬기는 것이라며 강가에 머물며 가난한 여행자들을 건네주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따라 성인께서는 강가에서 돈이 없어 배를 타고 가지 못하는 순례자나 여행객들을 어깨에 올려 태우고 건네주는 일을 하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어린 아이를 어깨에 앉히고 강을 건너게 되었는데 물속으로 들어갈수록 아이가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하더니 물살은 더욱 거세져 마침내 강을 건널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성인께서 “너무 무거워서 마치 세상을 짊어진 것 같구나.”라고 하자 어깨에 앉은 어린 아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두려워마라. 너는 세상뿐만 아니라 세상의 창조자를 짊어지고 있느니라. 내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다!”

 

그 후 성인은 자신의 원래 이름인 레프로보스 대신 ‘그리스도를 업고 가는 사람’이란 뜻의 크리스토포로로 불리게 되셨는데 육체적으로 ‘그리스도를 업는다.’는 것보다 영성적으로 ‘그리스도를 가슴에 간직한다.’는 의미입니다.

 

성인께서는 세례를 받으시고 소아시아의 리키아 지방에서 선교하시던 중 데키우스 황제의 박해 때 체포되시어 배교를 강요받으셨으나 끝까지 신앙을 지키시다가 순교하셨다고 전해집니다. 해마다 성인의 축일인 7월 25일에는 로마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자동차를 성대하게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