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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희망의 공장
가정과 휴식


글 강영목(요한보스코) 신부|교구 가정담당

 여름이면 누구나 시원한 곳으로 가서 피서를 하고 휴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일상 안에서도 가정은 휴식을 위한 보금자리이며 안식처이다. 하루의 피로를 풀고 재충전 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우리의 가정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주말을 기다리는 마음은 모든 직장인들에게 있어 공통된 마음이다. 현대 사회의 주말은 가족이 함께 하기 위한 시간으로 서서히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본다. 아버지들에게는 피곤할 수도 있지만 주말에 가족단위로 여행을 가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보게 된다.

사실 휴식(휴일)에 대한 개념은 이미 하느님께서 천지창조를 하시고 이렛날에 쉬셨음 안에서 볼 수 있다. 여기서 바로 휴식과 창조는 별개의 것이 아닌 함께 이루어진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묵상해 보게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가정생활의 여러 측면 가운데 하나로 휴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휴일은 소파에 누워 빈둥거리거나 노동에서 해방된 기쁨에 취해 있는 날이 아닙니다. 휴일은 무엇보다 잘 이뤄 낸 노동의 성과를 감사와 사랑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는 날입니다. … 우리 집, 우리가 맞는 친구들, 우리를 둘러싼 공동체를 바로 보기 위한 시간이고, 보니 참 좋다!고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셨을 때 그렇게 하셨습니다.”(2015년 8월 12일 일반 알현 중에서)

그런데 오늘날 한국의 많은 가정의 모습은 참된 휴식과 재창조의 공간으로서의 가정이기보다 개인의 피로를 풀고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숙박 장소(?)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부모 따로, 자녀 따로의, 서로 함께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회 시스템 속에서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머무는 소통의 시간이 부족한 것이 오늘날의 모습인 것이다. 또한 주일이 되어도 자녀 따로, 부모 따로의 모습은 여전히 한국 사회와 교회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창세기 천지창조에서 이미 하느님께서 알려 주셨듯이 휴식은 창조와 관련있는 시간이어야 한다. 단순히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있는 시간이 아니라 - 물론 편안한 휴식을 위한 시간이 필요치 않다는 말이 아니다 - 한 주간을 돌아보고 새로운 전환과 힘을 얻는 충전의 시간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주일의 의미, 주일을 지키는 것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단순한 의무감이 아니라 주일은 그리스도인의 뿌리를 찾는 재발견의 시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신앙생활을 소홀히 하는 이유, 곧 냉담으로 가는 이유는 학업이나 일이 바쁘고 신앙에 회의가 드는 것이 큰 원인이다. 거기에 덧붙여 최근 대두되는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주말을 이용한 개인의 여가생활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각종 운동과 친목 동호회가 활성화 되면서 많은 이들이 자기 발전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정작 가정, 교회 안의 신앙의 활성화와 성장에 대해서는 참으로 관대한 것이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특히 자녀의 신앙교육에 대해서는 참으로 관대하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라고 종용하기도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이 주일을 참된 신앙인의 휴식의 날로 여기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예전에 매주 가족들이 함께 주일미사에 오는 어느 가정의 모습을 흐뭇하게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어린 자녀가 자연스럽게 성당에 오고, 기도하고, 미사에 집중하며 참여하는 것을 보며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신앙을 물려주고 가르쳐주는 첫 번째 스승은 결국 부모라는 것을 느꼈다. 교황님은 오늘날 세상의 소비주의와 물질주의 속에 젊은이들이 휴일을 소비를 위한 무절제한 시간으로 보내고 있음을 염려하신다. 그러기에 가정 안에서 휴일을 단순히 가족들이 함께 소비하는 시간들로만 여기며 살아가는 모습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처음부터 하느님께서는 휴일은 창조를 위한 시간으로 마련하셨는데도 말이다. 교황님은 말씀하신다.

“가정은 휴일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향하고, 유지하기 위한 특권을 부여 받았습니다. 가정 안에서 휴일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특히 주일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지내는 휴일이 사실 더 성공적으로 축제일을 지내는 것입니다.”

올 여름, 가족 단위로 함께 피서갈 계획도 좋지만 가족이 함께 일상의 휴일, 교황님이 말씀하셨듯이 아름다운 우리 가정의 휴식을 위한 주일을 잘 보내는 연습을 새롭게 실천해 보면 어떨까 싶다. 우리 가정 안의 개개인이 하느님께서 주신 이 휴식을 진정한 재창조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 수 있도록 말이다.

“휴일은 하느님께서 인간 가정에게 주신 값진 선물입니다. 이 선물을 망가뜨리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