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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희망의 공장
가정과 사랑


글 강영목(요한보스코) 신부|교구 가정담당

몇 년 전 어느 결혼정보회사에서 결혼을 하는 현실적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당연히 결혼은 서로 사랑하니까 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현실적인 대답은 전혀 달랐다. 남성은 1위가 외로움 때문이라 했고, 여성은 가장 많은 응답으로 안정성이라고 했다. 어찌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응답일 수도 있겠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내가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동반자를 만나 혼자가 아니라 같이 함께 살아가고픈 마음, 그리고 의지하고 기댈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나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마음이다. 그런데 가정의 시작인 혼인은 나의 행복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나와 너가 하나가 되는 우리의 행복을 위한 삶이 가정 생활이어야 한다. 며칠 전 어느 뉴스의 인터뷰에서 ‘결혼과 출산을 꼭 해야 하나요?’라는 물음에 두 딸을 둔 어머니가 그에 대한 정답을 말하는 것을 보았다.

“나만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것을 결혼하면서 느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나한테 힘든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나만을 위한 행복과 기쁨을 위해 혼인을 생각하더라도, 이 어머니의 말처럼 나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나의 배우자, 그리고 나의 자녀로 이루어진 가정, 곧 우리를 위한 삶을 부모도 자녀도 배우게 되는 가장 작은 공동체가 가정이다. 너를 위한 삶, 우리를 위한 삶을 배우는 가장 가까운 장소가 바로 가정이다. 그러기에 교황님은 혼인에 대해 일치의 삶을 위한 계약이라 하셨던 것이다.

 

“혼인은 본래 덧없는 사랑의 감정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완전한 일치를 이루겠다고 동의한 배우자들이 맺은 확고한 계약에서 생겨나는 것입니다.”(『복음의 기쁨』, 66항)

사실 사랑하게 되면 일치하고자 하고 일치하고자 하는 마음이 모여 사랑이 커나가게 된다. 하느님께서 삼위일체의 일치의 사랑으로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보여 주셨듯이 가정 안에 하나되는 삶의 모습은 가정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고, 끊임없는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가정 속에 하나되기 위한 사랑의 모습보다 각자의 처지와 입장만 고수하려는 모습이 늘고 있다. 지금 우리 가정에서 나는 나의 만족, 편리함, 행복만을 앞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비록 나의 핏줄이라 하더라도 하느님께서 만드신 유일한 존재는 바로 나뿐이다. 이러한 사실을 가정 안의 부부와 자녀들이 생각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와 기다림은 일치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마음자세이다.

이렇듯 가정의 일치를 위한 사랑이 모이는 또 다른 곳은 바로 우리 본당이다. 다양하고 수많은 가정이 한 곳에 모여 하느님을 찬미하고 기도하며 함께 신앙생활을 이루어 가는 또 다른 대가족이 바로 본당공동체인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 가정을 넘어 본당공동체 안에서도 가족같은 사랑으로 일치의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가정이 소중하듯, 본당에서 만나는 다양한 가정의 모습 속에 서로 함께 나누고 기뻐하는 연습은 본당 생활 안에서도 우리가 계속해 나가야 할 몫이다. 이는 무엇보다 순교자 성월을 살아가며 모진 박해와 어려움속에서도 같은 믿음, 같은 신앙 아래 신분의 차별없이 함께 기뻐하고 나누었던 우리 신앙 선조들의 모습을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교황님은 본질적으로 교회가 한 가족의 모습을 지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는 가까이 우리 본당 안에서 끊임없이 의식하고 실천해 가야 할 모습이다. 나만 우리 가족만 생각하는 신앙생활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나누고, 도와주고, 이끌어 주고, 함께하는 삶을 본당 가족들 안에서 계속해서 실천해 가야 한다.

세상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풍조 속에 자칫 우리는 가정에서조차 가족이 우선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텔레비전이 나의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우리 본당에서도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하면서도 나만의 행복과 마음의 안정 외에는 신경쓰지 않는 유령 신자의 모습이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

누구도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서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정에서부터 사랑과 일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이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한번 더 양보하고 내어주는 삶 속에 나만이 아닌 우리를 보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가정의 사랑이 본당 안의 사랑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우리 사회 안에 더 큰 울림을 만드는 시작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이 달을 살아가자. 무엇보다 모진 박해와 어려움을 극복하고 신앙을 지켜낸 수많은 우리 신앙 선조들이 그러한 삶을 살았음을 특별히 기억하는 순교자 성월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