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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참가기
가슴이 벅차는 세계청년대회(WYD)를 다녀온 뒤


글 이준호(그레고리오)|윤일성당

 2년 전 한국청년대회(KYD)에 참가했던 경험이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곁에 소중한 인연들이 생기고, 하느님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계시는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마음에서 강한 울림이 느껴졌다. 그것은 ‘더 넓은 세계로 가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자!’는 것이었다. 대학생 때는 유럽에 관한 교양수업도 많이 들을 만큼 관심이 많았고,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삶을 누리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기에 만사를 제쳐두고 7월 14일 나는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열리는 2016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에 참가하기 위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동안 ‘어떤 힘든 여정이 있어도 나는 즐겁게 잘 해낼 수 있다!’ 라는 긍정의 생각과 즐거운 설렘만이 가득했다.

이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힘든 일도 있었다. 나는 비신자 가정에서 태어나 고등학생 때부터 혼자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다. 하느님께 의지함이 좋아서 이번 세계청년대회(WYD) 참가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러나 내 뜻을 말했을 때 부모님께서는 반대의 눈길을 보내셨다. 회사에 장시간 자리를 비운다는 것이 걸린다고 하셨지만 나는 다시 오지 않을 좋은 기회라며 겨우 설득한 후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다녀와서 들어보니 내가 메신저로 보내 드린 사진을 보시고 보내기를 참 잘 했다고 생각하셨단다.

21일간의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느낀 세계청년대회의 가장 큰 매력은 홈스테이의 시간이 아닌가 싶다. 기도나 순례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는 주님의 사랑이지만 지구 반대편의 다른 사람들이 동양의 친구들을 위해 그들의 보금자리 한 켠을 내어주고 식사를 준비해 주는 정성이 너무나 감사하여 이것이 진정 사랑의 베풂이 아닌가 싶다. 그 마음을 담아 기간 내내 매일 아침, 활동을 시작하기 전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외치고 시작하였다. “오늘도 하느님 주신 이 시간에 감사. 하느님 주신 이 가르침에 감사. 하느님 주신 이 인연들에 감사. 하느님 주신 고난에 순응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심에 감사.”

 

출발 전부터 홈스테이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내 뜻이 하늘에 닿았는지 다른 조원들보다 하루를 더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음식은 내 입에 너무나도 잘 맞았지만 용도별로 포크와 나이프를 따로 써야 하는 식문화는 정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종종 라면이 생각나는 밤이 찾아오곤 했다. 고단한 하루를 마친 후에는 친구 피터(Peter)와 함께 맥주를 곁들이는 저녁을 매일 맞이했다. 시원한 맥주와 함께 활동하면서 찍은 사진과 영상을 나눠보며 웃고 뒹굴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언어의 장벽은 이미 무너지고 우리들 사이에는 공감만이 남아 있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처음 본 사람과도 금세 친구가 되어 함께 웃고 즐거움을 나누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것, 그것은 진정 홈스테이에서만 누릴 수 있는 매력이라고 확신한다.

 

세계청년대회 일정 중에는 방문 지역의 각 성당에서 미사 참례를 했다.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면서 한국의 차분하고 엄숙한 미사 분위기와는 다른 자유롭고 편안한 전례에 입이 쩍 벌어졌다. 양복을 갖추신 사무장님으로 보이시는 분께서 미사 전례에 참여하셨다. 독서도 하시고 예물봉헌 예식 때는 한국의 잠자리채 모양의 주머니를 꺼내더니 신자들한테 내밀었고 그곳에 봉헌금을 넣었다. 다른 지역에서 미사를 참례한 인솔 신부님 말씀으로는 복사가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딱딱한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편안하고 즐겁게 전례봉사를 하는 모습이 이곳의 문화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세계청년대회를 하며 만난 그 나라의 사람들은 너무나 유쾌하고 밝고 경쾌한 사람들이었다.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는 신기함과 낯선 마음을 안고 슬며시 다가왔다. 언론을 통해 간간히 소개되는 한국 전통의상인 한복을 실제로 처음 접한 사람들이다 보니 한복을 짓는 비단과 고운 색감, 곡선이 어우러지는 한복의 선(線)을 아름답다고 감탄하며, 같이 사진을 찍자고 요구하였다. 우리는 마치 포토존에 선 연예인 마냥 포즈를 잡고 그들과 어울려 사진촬영을 했다. ‘한류라는 것이 선택받은 누군가만 하는 게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 사는 아주 평범한 청년인 나도 할 수 있는 거구나. 나 자신이 한국을 알리는 외교사절단이 될 수 있구나.’라는 감동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워 마음이 뿌듯해졌다.

 

세계청년대회에서 나는 하느님을 만났다. 나와 연(緣)을 맺은 소중한 사람들이 그렇고, 외국에서 만난 유쾌한 그들이 그렇고, 나를 따스하게 맞아준 홈스테이 호스트들이 그랬으며, 한국에서 나를 기다려 주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그랬다. 나는 조건 없이 사랑해주고, 나를 반겨주고, 나를 보듬어 주는 사람들이 바로 나의 하느님의 모습이었다. 그분께서는 내게 당신이 보내주신 사람들을 하나의 인연으로 엮어 주셨다. 작지만 크게 자신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신 하느님께 나는 더욱 순종하여 그분 뜻대로 길을 가게 되길 기도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당신 곁에도 소중한 인연의 모습으로 함께 동행하고 있는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당신은 분명 하느님 사랑을 가까이 느끼고 있다는 것을. 또 하나의 힌트를 드리자면, 다음 대회지는 파나마라고 한다. 넓은 세상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싶다면 도전해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