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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수기 - 세례소감문
하느님 안에 새로 태어난 모습으로


글 안도영(로사)|송현성당

 찬미예수님! 저는 지난 봄 세례를 받은 안도영 로사입니다. 이 자리에서 저의 체험을 이야기하게 되어 참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희 부부는 7개월 전 이 자리에서 하느님을 만나려고 처음으로 성당에 나왔습니다. 제 남편은 당뇨합병증이 와서 작년에 네 번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수술만 10군데 이상 했으며, 신부전증으로 일주일에 세 번 투석을 해야 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오랜 병원생활에 면역력이 떨어져 폐렴까지 와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그 후유증으로 밤이 되면 악몽에 시달리며 무서운 마음에 24시간 불을 켜놓고 지내야 했습니다.

하루는 남편을 휠체어에 태워 병원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중 병원 안에 있는 성당 문 앞에 잠시 머물게 되었는데 남편이 문득 “우리도 성당 다닐까?” 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왜요? 성당 다니고 싶어요?”라고 되물으니 “응. 그러면 당신도 같이 다닐래?”라고 묻기에 저는 대뜸 “당연하지, 혼자 어떻게 보내요. 가면 같이 가야지.”라고 답했습니다. 남편과 약속을 한 저는 퇴원하면 꼭 가까운 성당부터 찾아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퇴원 후 집 근처의 성당을 찾던 중 송현성당에서 10월 11일 예비신자 교리반 환영식이 있다고 해서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저희 부부는 성당 마당에 들어섰습니다. 성당 마당의 성모상을 바라보는 저의 마음은 왠지 모르게 울컥하는 것이었어요. 당시 남편은 혈액투석과 양쪽 눈 망막수술, 발가락 괴사로 조금만 걸어도 힘이 없고 식은 땀이 나서 오래 걷지도 앉아 있기도 힘든 상황이었기에 설령 교리를 시작한다 해도 끝까지 받을 수 있을지 염려도 되고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또 용어도 생소하고 내용도 잘 모르지만 열심히 가르쳐 주시는 신부님과 봉사자의 배려에 끝까지 해야겠다고 굳게 다짐하며 저희 부부는 주일미사 참례는 물론 교리와 기도문을 익히고 배우며 주임신부님께서 강조하시는 아침·저녁기도도 빠지지 않고 같이 바쳤습니다.

교리를 받는 중에도 남편은 몇 번의 고비를 넘겨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결석하지 않았고 저희 부부는 무사히 세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해냈다는 벅찬 감동과 함께 이제는 떳떳하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뿌듯함에 참으로 기뻤습니다. 사실 남편 발가락 수술은 교리 배우기 전에 했어야 되는데 세례를 받고 하겠다고 미루어 놓았고, 세례 후 곧장 입원을 해서 수술을 받으려고 하니 위험 요소들이 많아서 어렵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수술을 했습니다. 다행히 하느님의 은총으로 경과가 좋아 3주 만에 퇴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을 만나기 전에는 힘들고 어려움이 있어도 기댈 곳이 없어 답답하기만 했는데 세례를 받고 나니 모든 것이 저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또 제 자신을 위해 살아왔던 과거와는 달리 남을 위해 기도하는 자세로 점점 변화되어 갔습니다. 어느 날 아픈 남편의 발을 씻겨 주고 있는데 아들이 “우리 아빠는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 봐요. 이렇게 예쁜 아내가 발까지 씻겨주다니 정말 복 받으셨네요.” 그러는 겁니다. 아마 아이들이 봐도 엄마, 아빠가 같이 기도하고 함께 성당에 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모양입니다.

요즘 저희 부부는 아침에 일어나기만 하면 기도부터 합니다. 아침기도와 묵주기도를 바치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지난 주 본당에서 장례미사가 있어 처음으로 참석했는데 저는 생전에 그 할머니를 한 번도 뵌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돌아가신 분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해 주시고 신부님께서 하느님께 천국의 문을 열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며 ‘아! 하느님의 자녀가 되길 잘했구나.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면 나도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많이 배워야 하는 새내기 신자입니다. 이번 달부터는 레지오마리애 회합에도 참석하고 있으며 혼인갱신식도 할 것입니다. 이제 저희 가정에도 주님의 평화가 찾아온 것 같습니다. 하느님 안에 새로 태어난 모습으로 열심히 기도하며 살아가려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