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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 한티가는길
그대, 어디로 가는가?


취재|박지현(프란체스카) 기자

  

200여 년 전 박해를 피해 신앙선조들이 걸었던 길, ‘한티가는 길’이 9월 10일(토)에 개통된다. 칠곡군에서 관광 활성화를 위해 2014년 5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이 길은 왜관 가실성당에서 칠곡 동명 한티순교성지까지 이어지는 순례길이다. 처음에는 한티순교성지 입구에서 끝나는 코스였으나 한티순교성지 여영환(오토) 담당신부의 제안으로 한티순교성지 순례길을 포함해 총 45.6km로 완공되었다.

여 신부는 “이곳에 부임하면서 사람들이 한티성지에서 발견된 37기의 순교자 무덤을 참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산길이 험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씩 길을 연결해서 한티순교성지 순례길을 완성했다.”면서 “이후 ‘한티가는 길’이 시작되면서 신앙선조들이 걸었던 당시 그 길을 중심으로 걷기 좋고, 풍경도 아름다운 코스를 만들기 위해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 등 전국 각지에 있는 ‘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5개 구간으로 만들게 되었다.”고 했다.

구간별 코스는 다음과 같다. 1구간(돌아보는 길) : 가실성당 - 임도입구 - 숲길갈림길 - 전망데크 - 바람쉼터 - 제1연화교 - 도암지쉼터 - 성모상 - 신나무골성지(10.5km / 4시간 30분), 2구간(비우는 길) : 신나무골성지 - 임도입구 - 갈림길 - 전망쉼터 - 댓골지 - 성당묘지 - 양떼목장 - 창평임도 - 숲갈림길 - 창평지(9.5km / 4시간), 3구간(뉘우치는 길) : 창평지 - 쌀바위 - 갈림길 - 금낙정 - 여부재 - 실골삼거리  - 송산지 - 동명성당(9.0km / 4시간), 4구간(용서의 길) : 동명성당 - 동명저수지 - 동명수변공원 - 양지교 - 청산농원쉼터 - 남원교 - 원당공소 - 진남문(8.5km / 4시간), 5구간(사랑의 길) : 진남문 - 소나무골목입구 - 마당재(평산아카데미) - 한티성지 - 한티마을사람(8.1km / 3시간 30분)

구간별 붙여진 이름에 대해 여 신부는 “한티가는 길의 주제가 바로 ‘그대, 어디로 가는가?’이다.”면서 “적어도 이틀 동안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조용히 걸으면서 200년 전 깊은 산중에 숨어 살면서 신앙을 위해 이 길을 걸어갔던 그 분들의 땀과 혼을 느끼며, 자기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계속해서 “종착지인 ‘한티’ 지명을 따라 이름 붙여진 이 길이 산티아고 가는 길처럼 종교를 떠나 모두가 걸을 수 있는 길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19개 구간의 스탬프를 다 찍은 순례객들에게는 한티피정의 집 숙박비가 50% 할인되고, 영성관에는 가족, 단체가 머물 수 있는 콘도형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한티피정의 집(관장 : 여영환 오토 신부, 부관장 : 김형수 사도요한 신부)에서는 매일 오전 11시에 미사가 봉헌되며, 하루 전 미리 신청하면 미사 후 점심식사도 할 수 있다.

아름다운 계절 가을, 한티가는 길을 따라 걸으며 온갖 박해 속에서도 오로지 하느님만 믿고 따랐던 신앙선조들의 깊은 신앙을 되새기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