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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 온 편지
예수님의 생각을 옮기는 사람이 되게…


글 김호균(마르코) 신부|파키스탄 선교

내가 바르게 살지 못했다고 해서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고

내가 바르게 살았다고 해서 너도 나처럼 살라고

말하지는 않으렵니다.

어차피 그 말들 속에는 강요라는 의미가 들어 있으니까요.

 

어떤 사람은 일이 생기면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까 하고 고민을 하지만

어떤 사람은 헐뜯고, 책임을 따지려고만 듭니다.

저는 입을 다물렵니다.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수습해야 할 일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생각하기 때문에 말하게 되고

말하기 때문에 행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저는 말하기보다 속으로 생각하고

겉으로 행동하렵니다.

어차피 말은 가볍고, 생각은 깊이가 있으며

행동은 무게가 있기 때문입니다.

영성과 십자가는 나의 운명이거든요.

 

변명할 일이 많더라도 변명하지 않으렵니다.

변명하게 되면

나의 잘못된 말과 행동을 정당화시키게 되고

반성과 통회의 시간을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변명을 하게 되면

그 소문을 만든 사람을 무안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신속함 속에는 경솔함이 들어있고

신중함 속에는 때늦음이 있기에

항상 생각하고, 묻고, 듣고, 기도한 뒤에 결정하렵니다.

그리하여 치우치지 않는 결정으로

최소한의 아픔으로 다가가렵니다.

 

내가 토한 말에 대해 그 오물을 다시 먹는

무책임한 사람으로 살지 않으렵니다.

그렇기에 더욱 쉽게 말할 수 없고,

말을 하더라도 해낼 수 있는 말만 하렵니다.

그것이 예수님의 믿음을 드러낼 수 있는

나의 신분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 사람답게 살아낸다는 것은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것을

쏟아버리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인격은 말과 행동을 여과시켰을 때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거든요.

 

예수님을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예수님이 원하는 사람이 적은 이때에

예수님을 찾는 사람은 많지만

예수님처럼 살려는 사람은 적은 이때에

다시 한 번 제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나의 말을 드러내기 전에

예수님의 생각을 옮기는 사람이 되게 해 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