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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 사무직원회 한티순교성지 벌초행사
한티순교성지 벌초를 다녀와서


글 이숙자(소화데레사)|죽전성당 사무장

  

올 여름은 폭염과 열대야로 어느 때보다 유난히 더웠다. 하지만 한티순교성지 벌초 전 주일, 종일 비가 내리더니 거짓말 같이 무더위가 물러갔다. 한티순교성지 벌초 하는 날(8월 29일 월요일), 이 날도 비 소식이 있어 다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전날 내린 호우(好雨)는 촉촉한 땅과 청명한 하늘, 시원한 바람으로 우리의 벌초 봉사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였다. 주님의 자비가 어찌 이렇게 각별하신지….

추석을 앞두고 매년 시행해 오고 있는 ‘대구대교구 사무직원회 한티순교성지 벌초행사’가 한티순교성지 관장 여영환(오토) 신부님과 부관장 김형수(사도요한) 신부님의 지도 아래 뜻깊게 진행되었다. 이 행사는 1993년부터 시작해 24년째 시행되고 있고, 4대리구는 2014년부터 진목정에서 벌초를 하고 있다. 올해 한티순교성지 벌초행사에는 사무직원회 회장 박희언(미카엘) 사무장 외 각 대리구 사무직원 64명이 참여했다. 시작기도와 대리구별 정해진 구역의 설명을 들은 후 예초기를 메고 갈구리와 호미를 들고 순교자 묘지와 성지 내 순례길, 주차장 주변과 교우촌 주위 정리 작업을 말끔히 하였다.

 작업을 할 때 여 관장신부님의 각별한 부탁이 있었다. “너무 말끔하게 하지 말고 순교 선조들이 살던 옛날 그 모습을 최대한 살려 주십시오.” 그래서 우리는 일을 할 때, “자연스럽게(Natural), 자연스럽게(Natural)”를 소리내어 말하며 열심히 일하였다. 예초기를 어깨에 메고 하는 벌초작업과 호미를 들고 보도블록 사이사이에 박혀 있는 잡초를 뽑는 일들은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이라 온몸이 후들거렸다. 그러나 시원한 바람이 피로를 씻어 주었고, 거룩한 순교 선조들의 기운을 가까이서 느끼니 참 뿌듯하였다.

 총 45.6km인 ‘한티가는 길’(가실성당~한티성지)의 마지막 도착점인 순교자 묘역 입구 십자가 앞마당에는 올해 3월 11일 완공된 ‘한티마을 사람들’ 새로 조성되어 있다. 내력은 돌비석 앞에 새겨져 있는데 내용은 이렇다.

「이곳에 있는 입석은 ‘한티마을 사람들’이라 부른다. 세 가지 의미가 담겨 있는데, 하나는 마을이 존재했음을 뜻한다. 옛날 마을 어귀에 장승을 세우곤 했는데, 박해(迫害,1868) 당시 불 태워진 순교자의 마을이 대형 십자가 뒤쪽으로 자리하였다. 하나는 한티 순교자를 뜻한다. 크고 작은 입석은 십자가에 높이 매달린 예수님을 바라보며 순교한 한티의 남녀노소 순교자이며, 바닥의 둥근 돌은 칼날에 떨어진 순교자의 머리이다. 하나는 한티 순교자의 신앙과 삶을 따르려는 지금 나 자신을 뜻한다. 하느님 아버지, 자자손손 ‘한티마을 사람’을 축복하소서.」

한티마을 사람들을 상징하는 입석들은 다른 곳에서 옮겨온 돌이 아니라 한티에 있는 돌들을 일으켜 세움으로써 마치 순교자들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입석 중 하나는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계시는 성모님의 모습이라서 더욱 마음이 경건해졌다. 우리는 “풀 한포기, 흙 한줌에서도 한티 순교자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가꾸고 보존하겠다.”는 관장 신부님의 열정과 함께하면서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새로운 소식은 부관장 김형수(사도요한) 신부님의 부임으로 9월 순교자 성월부터 순례자성당에서 매일 오전 11시에 미사가 봉헌되며 점심식사도 예약이 가능(054-975-5151)하다는 것이다. 한티순교성지를 찾는 교우들이 개인이든, 단체든 순교자의 무덤을 따라 ‘십자가의 길’, ‘겸손의 길’, ‘인내의 길’로 마련된 순례를 통해 일상의 피로를 풀고 순교자들의 신앙을 본받아 하느님의 사랑과 섭리를 가슴 가득 담아 갈 수 있도록 마음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