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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성인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축일 : 10월 17일, 주교, 순교자, 교부 35~107)


글 장성녕(안드레아)|대구대교구 문화홍보실

 

‘성 이냐시오’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예수회의 설립자이신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을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분 못지않게 유명하신 성인이 계시는데 시리아의 안티오키아에서 두 번째 주교가 되셨던 초대교회의 이냐시오 성인이십니다. ‘가톨릭교회’라는 이름을 최초로 사용한 교부이시며, ‘하느님을 모시고 다니는 사람’이란 뜻의 ‘테오포로스’라고도 불리는 성인께서는 107년에서 110년 사이에 있었던 로마 황제 트라야누스의 그리스도교 박해로 말미암아 로마로 압송되어 맹수형으로 순교하셨다고 전해집니다.

 로마로 압송되어 가는 도중에 일곱 교회에 편지를 써 보내셨는데 두 통은 로마에 있는 교회에, 다섯 통은 소아시아 지방, 즉 에페소, 마그네시아, 트랄리스, 필라델피아, 스미르나로 보내는 편지들이었습니다. 절절한 신앙고백과 순교영성, 가르침이 담겨 있는 이 일곱 통의 편지는 ‘그리스도교 문헌학의 진주’로 불릴 정도로 그 내용이 풍부하고 가치가 높아 오늘날까지도 교부학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연구되고 있습니다.

 성인께서는 순교야말로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안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전승에 의하면 다른 신자들이 성인을 구출할 뜻을 밝히자 “하느님을 얻고 만날 수 있는 이 길에서 나를 방해하지 말아 주십시오.”, “맹수들이 빨리 달려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뜨거운 순교 열망을 드러내시며 신자들에게는 주교님을 중심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할 것과 그릇된 이단들을 조심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성인께서는 말하고 썼던 대로 로마의 콜로세움(원형경기장)에서 그리스도의 순결한 빵이 되기 위하여 굶주린 사자들에 의해 밀가루처럼 부수어졌습니다. 그리고 성인의 육신 중에서 남은 일부는 안티오키아로 다시 모셔졌습니다.

 

“내가 하느님을 얻고 만날 수 있도록 나를 짐승들에게로 가게 하십시오. 짐승들은 나를 하느님께로 가게 하는 길입니다. 나는 하느님의 밀입니다. 나는 짐승들의 이빨로 부수어져서 그리스도의 순결한 빵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