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대구대교구 사회복지회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 나눔 캠프 - ‘몽골에 가자’
울란바토르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글 김희주(마리나)|형곡성당

 

“여러분들은 하느님 안에 사는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남들과 다르게 특별합니다.” 이번 나눔 캠프 때 저를 가장 기쁘게 했던 말입니다. 저희가 9박 10일 동안 생활했던 울란바토르의 쌘뽈 초등학교, 2일차 때 방문했던 바양호셔의 유치원, 마지막에 들렀던 종못드의 쌘뽈 초등학교, 세 곳에 계시는 모든 수녀님께서 이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약 30자 정도밖에 되지 않는 문장 하나가 저의 입을 웃게 하고 제 마음을 움직였으며, 제 어깨를 토닥여 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걱정이 많고 겁이 많아서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고, 국내여행도 많은 것을 우려하고 신중히 고민한 후 결정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 나눔 캠프에 조금의 고민도 없이 신청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하느님과 함께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하느님께서는 언제, 어느 곳에서나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그러나 이 캠프는 저만 하느님과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참가자가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과 함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또한 이 캠프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타인과 나눌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꽤 길다고 느낄 수 있는 9박 10일의 기간 동안 충분히 가치 있게 생활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이번 나눔 캠프를 통해 저는 세 가지 기쁨을 배웠습니다.

 

첫 번째, 몽골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나눔의 기쁨”을 배웠습니다. 몽골에 오기 전 저희는 약 한 달에 걸쳐 세 번의 사전모임을 가졌습니다. 몽골에 가서 친구들에게 잊지 못할 최고의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또 이 기회를 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기 위해 가능한 한 완벽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수정하고 또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현지에 와서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날, 성당의 교리실 정도 크기의 교실에 긴장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10명의 학생을 만났습니다. 제가 몽골어로 서툴게 인사했는데도 그 학생들은 제 명찰에 적힌 이름을 보고 “오~미쉘~~와!” 하며 환한 미소와 큰 박수로 저를 맞이해주었습니다.

 우리 한국의 친구들은 선생님이 칠판에 글을 적으면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거나 말씀하시기 전까지 옆 친구와 얘기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10명의 몽골친구들은 달랐습니다. A4용지 한 장과 연필 한 자루에 감사해하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칠판에 적힌 모든 것을 다 받아쓰고 있었습니다. 사소한 것들을 이 친구들과 나눴을 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며 오히려 제가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고 행복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아이들에게 한글을 알려주면서 저희는 그들에게 몽골어를 배우고 서로의 언어를 나누며 기뻐했습니다. 마지막 프로그램을 끝마치고 서로 소감을 말할 때 봉사자든 학생이든 누구 할 것 없이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한글 이름을 ‘우빈’이라고 지은 한 친구가 저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먼 곳에서 와줘서 너무 고맙고, 저는 한국에서 오신 선생님들을 만나러 오는 시간이 너무 기다려졌습니다. 또 오늘은 무엇을 배울지 항상 궁금했고 기대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행복했습니다.” 저희가 한국에 살기 때문에 한글을 안다는 것은 당연히 가질 수밖에 없는 능력입니다. 그 능력을 타인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몰랐고 타인이 이렇게 행복해 할 줄은 더더욱 몰랐습니다.

 두 번째,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 동안에 ‘함께함의 기쁨’을 배웠습니다. 개인적으로 몽골에 간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단체의 일원으로 간 것이었습니다. 5명이 모여 한 조를 이뤘고 5개의 조가 있었기 때문에 총 25명의 인원이 함께했습니다. 학교, 성당을 제외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모인 단체에 속한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많이 불편하고 제한되는 행동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전모임을 통해 저희는 이미 서로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느꼈습니다. 현지에서는 서로의 개성을 이해해주고 보듬어주며 협력해서 많은 것을 해냈습니다. 함께 노래 부르는 것이 즐거웠고 대학생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거웠으며 밥을 먹을 때, 빨래를 할 때, 샤워를 할 때, 자기 전까지의 모든 활동을 함께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희주’라고 불리는 것보다 ‘한글교육조’, ‘한글교육조 조장’이라고 불리는 것이 더 좋았습니다. 9박 10일간 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이제껏 속했던 단체에서 느꼈던 것에 못지 않을 소속감이 생겼습니다. 함께함의 기쁨을 배웠고 그 기쁨이 제 삶의 원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세 번째, 몽골에 머무는 동안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기도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하느님의 자녀로서 느낄 수 있는 기쁨’ 배웠습니다. 평소에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분 마음에 들기 위해 청년회와 교리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씩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나는 진정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성당에 가는 것일까? 그분을 만나기 때문에 신앙생활이 행복한 것일까? 단지 본당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하는 삶이 즐거운 것은 아닐까?’ 이번 나눔 캠프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줬습니다. 이 캠프는 제가 다니는 본당에서 주최한 것도 아니었고 본당사람들과 함께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행복했고 하느님 안에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으며 자랑스러웠습니다. 이 캠프를 통해 하느님께서 함께하심에 너무 감사드렸고 그분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그분께로 한 걸음씩”이라는 성가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서로 넘어지면 일으켜주고 뒤처지면 끌어주어요. 모두가 하나 되어 걸어가는 길, 그분이 함께하세요. 사랑을 속삭이며 걸어가는 길, 모두가 함께 걸어요. 그분께로 한 걸음씩.’ 이 가사에서 저는 나눔, 함께함 그리고 하느님 안에 생활하는 기쁨을 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익히 알고 있던 노래였지만 같은 노래에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기쁨을 이번 캠프를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캠프가 저에게는 더욱더 의미있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