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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희망의 공장
“기. 승. 전. 가정입니다.”


글 강영목(요한보스코) 신부|교구 가정담당

  

기승전결(起承轉結)이라는 말이 있다. 문학이나 글을 쓸 때 하나의 형식과도 같이 글을 시작하고 전개하며 전환하여 변화를 준 뒤 마무리를 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사람들은 이 말을 대화 중에 재미있게 사용하곤 한다. 가령 ‘기승전 자기 자랑이군.’ 이라고 하던지 ‘기승전’이라는 말 다음에 원래 하려고 했던 핵심적인 표현을 넣어 사용하곤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에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를 인용해서 2016년의 마지막 달, 12월을 맞으며 똑같이 기승전결을 사용해보고 싶다. “기. 승. 전. 가정입니다.”라는 말이다. 특별히 12월에 가장 잘 어울린다. 누구나 12월이면 성탄절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전 세계적으로 성탄절은 커다란 연말의 축제 같은 날이다. 하물며 신앙인에게 예수 성탄 대축일은 그저 즐기기 위한 축제가 아니라 구세주께서 세상에 오신 구원의 기쁜 날이다. 그러기에 “기. 승. 전. 가정입니다.”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며 하느님께서 구세주를 통해서 우리에게 알려주신 메시지가 바로 이 말이다. 예수님께서는 갑자기 하늘에서 나타나 왕으로 오신 것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가정 공동체를 통해 이 세상에 오셨다. 그리고 요셉과 마리아와 함께 가정 안에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오랜 세월 살아오셨다. 이것은 단순하지만 확실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참된 공동체의 사랑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알려주신 모습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항상 가정을 위해 기도하며 특별히 요셉과 마리아, 예수님의 성가정을 우리 가정에 이룰 수 있길 청하고 노력해야 한다. 어떤 가르침보다 삶으로 보여주신 가르침 만큼 확실한 모습은 없기 때문이다.

하느님 자비의 해와 더불어 교구 가정의 해를 마무리하며 우리 가정은 어떤 모습으로 올 한 해를 살아왔고 얼마만큼 성가정을 향해 성장해 왔는지 생각해 볼 때이다. 이는 우리 가정 안에서 변화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무거운 숙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 일상의 삶 속에 숨겨진, 그리고 무감각해진 사랑을 끄집어내는 노력이 모여 성가정을 계속해서 닮아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가정 안에 성가정을 알려주신 주님을 모시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이다.

매년 예수 성탄 대축일에 우리는 구유 경배 예식을 통해 예수님을 기억한다. 그러면서 다시 마음속으로 세상에 오신 구세주께서 우리 마음속에도 오시어 새 빛을 주시길 기도한다. 비단 성탄 때만이 아니라 우리 가정 안의 일상 속에서도 빛이신 주님께서 머무시길 늘 함께 기도하고 노력하는 삶은 분명 우리 가정을 조금씩 성가정의 모습으로 변모하도록 이끌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재작년 성탄을 앞두고, 우리가 지향하는 성가정 역시 어려움이 있지만 늘 일상 속에서 주님 안에 머물고자 했음을 설명해 주셨다.

 

“우리 마음과 일상 안에 주님을 위한 공간을 마련합시다. 마리아와 요셉도 그리 하셨습니다. 물론 이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했는지요!.”(2014년 12월 17일, 일반 알현 중 말씀에서)

 

우리는 가정 앞의 크고 작은 어려움과 문제들을 극복하고 다시 한 해의 마지막 달에 와 있다. 돌이켜보면 그 모든 시련과 어려움을 극복한 가장 큰 힘은 바로 우리 가족 안의 사랑이었다. 또 우리 안에 계신 주님이셨음을 고백하고 감사드리며 이 달을 마무리 하면 좋겠다. 성가정이 알려 주셨듯이 마리아와 요셉, 그리고 예수님 안의 사랑의 모습이 이 달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나날들 안에 계속되어야 함을 잊지 말고 다시 희망의 빛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구세주께 나아가는 의미있는 12월을 살아가자. ‘기. 승. 전. 가정입니다.’는 곧 ‘기. 승. 전. 사랑’임을 알게 하는 공간임을 다시 오시는 예수님을 통해 계속해서 배워가야 한다.

 

“그분은 세상을 구원하러 오십니다. 오시는 예수님께 자리를 마련해 드리고 가정 안에, 자녀들과 남편, 아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인격 안에 그분을 영접하는 일, 이것이 가정의 위대한 사명입니다. 예수님이 그곳에 계십니다. 예수님을 가정에 맞아들이십시오. 그분이 가정을 영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우시도록 말입니다. 성탄을 앞둔 이 마지막 날들 동안 주님께서 우리에게 이 은총을 주시도록 기도합시다.”(2014년 12월 17일, 일반 알현 중 말씀에서)

 

● 지금까지 “가정은 희망의 공장”을 애독해주신 독자분들과 1년 동안 집필해 주신 강영목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