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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사목을 하며
우리들의 봉사는 계속 될 것입니다


글 윤운현 프란체스카 | 경찰사목선교사, 만촌1동 성당

  

지금 함께 활동하고 있는 파트너 선교사님의 권유로 맨 처음 경찰사목선교사 회의에 참석했던 날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그리 큰 단체는 아니었으나 모두 열심이었고 따뜻한 느낌의 자매님들과 자상하고 편안함을 주는 신부님이 맞아주셨습니다. 교육부와 유치부(유치장 선교부)로 나뉘어져 있었고 나름대로 하는 일이 달라 교육부에선 의경들을 교육시켜 세례를 받게 하고 유치부에선 유치장 방문활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유치부 선교사 선배들의 활동 보고와 경험담을 들으며 ‘나는 언제쯤 저들처럼 유치장 사목을 나갈 수 있을까?’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하고도 석 달째입니다. 선배 선교사들의 격려와 응원 속에 처음 유치장선교봉사를 갔던 일이 생각납니다. 약 5개월 동안 공부와 규칙들에 대해 익히고 동료 선교사들 앞에서 시연도 해보며 준비했습니다. 처음 유치장을 방문하는 날, 별일 아닐 거라 큰 마음먹고 들어갔습니다. 시작기도를 드리고 입구를 통과해 유치장팀장님과 다른 경관님들에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팀장님이 새내기인 저를 찬찬히 보시더니 잘못하면 오히려 제가 동화되어 실수라도 할까봐 많은 걱정 속에 들여 보내주셨습니다. 유치장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자 가슴이 쿵쾅거리며 겁이 나고 무서웠습니다. 팀장님께서 경관님들을 위한 작은 쉼터에 원탁과 의자를 넣어 주시며 장소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아뿔싸! 유치인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이 튀어 나왔습니다. 교육받은 대로 하자면 ‘밤에 잠은 좀 주무셨느냐?’와 같은 말을 해야 하고, ‘안녕하세요.’와 같은 말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평상시 습관대로 인사말이 튀어나와 당황했지만 태연한 척 옆에서 열심히 애쓰는 파트너 선교사를 보며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먼저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음악을 틀고 따뜻한 차나 커피를 드리고 1~2분의 서로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마주한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어 보였습니다. 그들 속을 들여다 보면 자기의 약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좋은 글을 읽어드리고 나면 그들은 스스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다양한 모습들을 보입니다. 어떤 이는 억울해 울분을 토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이나 그때의 환경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대체적으로는 마음속의 얘기들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거나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관심을 갖는 이도 이해해 주는 이도 없어 방황하며 유치장이 아니어도 이미 고립된 이들이 많았습니다. 누군가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거나 조금이라도 지지해주고 어깨라도 토닥여주면 그대로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분들도 많았습니다.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할까 생각해 보며 지금 나의 처지에 감사드리게 됩니다. 그들에게도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생각하며 좋은 것만 들으며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이 나아갈 때 좋은 것만 주시는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큰 상으로 보상해 주실 것을 믿으라 격려를 해 드리면 대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해가 바뀌고 새 팀장님이 오시면서 유치인들을 만나는 장소가 바뀌어서 이제 유치장 창살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앉으니 너무 낯설어 저쪽이 갇힌 공간인지 이쪽이 갇힌 공간인지 구별이 안 되었습니다.

최근에 만난 유치인 중에 한 분은 우리와 같은 가톨릭 신자였는데 이런 위험한 곳을 방문해 주는 여성분들은 어떤 분들인가 궁금해 신청했다고 했습니다. 그분은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저희에게 관심을 보이며 ‘한 번 들어와 봤으니 다시는 들어오지 말아야죠.’ 하며 반성도 하고 있었습니다. 나가게 되면 어찌 살 것인지 결심도 선 것 같았습니다. 성당에 다닐 때 나름 성공하고 잘 나갔는데 사업에 실패하고 가정이 파탄나면서 성당에서 폼 나고 멋있는 사람들을 보며 비교하다 초라한 자기 모습을 봤고, 돈을 잘 벌 때도 시간여유가 없어 폼도 못 잡아보고 대접도 제대로 못 받았다고 했습니다. 비교할 때부터 불행은 시작됩니다. 그리하여 돈을 많이 벌어 그들과 같이 해 보려다 나쁜 짓을 해 들어왔고 이제야 정신이 든다며 기도를 청했습니다. 같이 동행한 선교사가 진심어린 기도를 해드렸는데 많은 위안을 받았는지 고마워하시며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이런 날에는 활동을 마치고 돌아서 나올 때 저희들의 마음도 정말 기쁩니다. 유치장 선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형제님을 위해 둘이서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 형제님이 좋은 것만 보게 하시고 물질적인 것보다 영적인 것에 더 집중하게 해 달라고요. 또한 물질만능시대를 살아가는 시대에 가진 자들의 도덕적 의무와 책임은 무엇인지 끼리끼리 뭉침으로써 없는 자들에게 낙담과 절망감에 희망조차 없게 하진 않았는지 한 번쯤 돌아보길 바라는 기도도 드렸습니다.

대개는 재범으로 유치장을 들락거리지만 단 한 명이라도 마음의 변화를 일으켜 주님의 자비하심으로 새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매주 유치장 방문 활동을 이어 나갑니다. 수요일 아침이면 오늘은 유치장에서 몇 분이 우릴 기다리며 만나고 싶어 할지 팀장님의 전화를 기다립니다. 유치장에 한 사람도 없다면 좋은 일이나, 허탕 친 것 같은 기분에 실망하는 우리 모습이 우스워 웃을 때도 있습니다.

빈민이나 난민들에 관심이 있다면 “가버나움”이라는 영화를 보시길 권합니다. 카파르나움(가버나움)은 예수님께서 가장 많은 기적을 행하셨던 이스라엘의 도시인데, 저주받은 땅으로 된 그러나 최근에는 기적을 뜻하는 단어로 쓰인다고 합니다. 영화 는 출생 기록조차 없이 살아온 ‘어쩌면 12세’인 주인공의 삶을 보면서 어떤 사람이 유치장에 어떤 죄로 가게 되는지에 대한 답이 될 것 같습니다. 모르는 것도 죄라 했던가요? 없는 것이 죄는 아니지만 불편하다 했던가요? 불편 그 이상일 때도 있습니다.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마태 25,40) 이라는 주님의 말씀을 새기며, 가진 자들의 나눔이 더욱 절실한 때라고 생각됩니다. 유치인이 없어지는 날 까지 우리들의 봉사는 계속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