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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의 현장에서
“축복 받은 첫 생일! 쭈욱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글 강구희 루시아 | 가톨릭푸름터 사무국장, 진량성당

 

지난주 가톨릭푸름터에 좋은 일이 있었다. 100일 잔치는 자주 있지만 2015년 7월 개소 이후 첫 돌잔치를 하게 된 것이다. 남들은 흔히 하는 돌잔치이지만 푸름터에서는 대단히 특별한 경우로, 입양 절차를 밟다가 다시금 엄마 품으로 돌아와 모든 이들의 귀염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있던 아기가 첫 생일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한 아이와 엄마를 위하여 푸름터 가족들이 한 달 이상 일심으로 돌상준비, 음식메뉴 선정, 영상물 제작, 축하 공연팀 섭외, 엄마를 위한 한복 대여, 지하 시청각실 탁자배열, 음향준비 등 모든 것을 손수 준비하면서 분주하게 보냈다. 엄마 또한 하객을 위한 감사의 메시지를 직접 준비하면서 심경이 남달랐을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고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일들을 하나하나 해보며 본인도 새롭고 벅찬 경험이었고 함께한 입소자 엄마들도 비슷한 마음이었다는 후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주는 긍정적인 경험들이 한솥밥 먹는 가족이고 이런 경험들이 또 한 단계를 넘어서 생각도 마음도 커지는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것 같다.

 

돌잔치 당일! 평소 애써주시는 후원자들과 자원봉사자들, 유관기관 원장님들, 평소 푸름터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신 주무관청 및 동사무소 관계자들, 그리고 푸름터 가족들을 비롯하여 60여 명이 모여 축하식을 시작했다. 맛깔스럽게 차려진 음식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참으로 뜻깊고 감동적이며 따뜻한 돌잔치였다. 그리고 이렇게 양육하는 엄마들이 많아져 푸름터 특허 돌잔치가 많아지길 바라기도 했다.

 

돌잔치와 더불어 또 다른 기쁜 일이 있었다. 다름 아닌 나의 대녀가 결혼을 한 것이다. 대녀와의 인연은 예전 청소년지원시설을 할 당시 학교 담임의 도움으로 통통하게 생긴 중학교 3학년 소녀가 우리 푸름터 가족이 되면서부터 시작됐다. 같이 생활을 하다 하느님 사랑 안에서 대모·대녀의 연을 맺었고 중·고등학교 사춘기를 보내며 고집으로 혼도 많이 났고 여러차례 고비도 있었지만 아이는 음식에 대한 솜씨와 관심이 많았다. 그 솜씨가 아까워 그때부터 노력하여 한식, 양식, 일식 조리사 자격증 3개를 취득하고 꿈이 생겨 대학도 호텔조리과로 입학을 했다. 이후 퇴소를 하여 힘든 상황이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고 호텔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번듯한 회사 셰프로 지내고 있다. 어딜 가든 특유의 유머와 흥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데다 본인이 재미있어 하고 즐기며 창의적인 다양한 솜씨로 사내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대녀는 대학 선후배 사이로 알고 지내던 선배와 서로 사랑하여 혼인을 하고 이제 부부의 연을 맺었다. 글을 쓰는 지금은 신혼여행 중이다. 이 친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려운 상황에 밝고 긍정적으로 자라준 것도 고맙고 수시로 ‘루시맘! 뭐해요~?’라며 자주 톡을 보내며, 딸이지만 친구처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대모로서는 참 좋고 오히려 더 많이 위로를 받고 있다. 언제부턴가 어른들(은퇴하신 전임 원장님, 조리사 선생님 등)을 모시고 식사대접도 할 줄 아는 것이 참 기특하기만 하다. 대녀도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을 통하여 한 단계를 넘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굳건히 자리매김을 하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첫 생일을 맞은 아기와 엄마가 앞으로의 삶에 어려움은 있겠지만 결혼한 대녀처럼 푸름터 가족들이 비빌 언덕이 되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행복한 삶으로 쭈욱 이어졌으면 좋겠다. 마음으로 화살기도를 높게 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