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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사목을 하며
우리는 기도하는 선교사입니다


글 김소정 안젤라 | 경찰사목선교사, 성김대건성당

  

2015년 8월, 기동대 담당 선교사가 되어 설레는 마음을 안고 신부님과 처음으로 대원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천주교 신자 대원들과 지하 식당에서 첫 모임을 가졌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준비해간 간식을 먹으려 하는데 갑자기 싸이렌이 울리고 스피커를 통해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대원들은 시위 현장으로 긴급 출동을 해야만 했고, 15분 정도의 짧은 만남으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렇게 경찰사목선교사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세례를 받은 신자 대원과 천주교에 관심이 있어서 온 비신자 대원 구분 없이 모두가 함께 교리를 배워 나갔습니다. 신자라고 해도 대부분 중·고등학생 때부터 쉬는 교우이거나 논산훈련소에서 세례 받은 대원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해 12월에 첫 세례식이 있었습니다. 저의 부족함이 컸던지 제가 맡은 부대에는 세례 받으려는 대원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아쉬움이 컸고, 무엇보다 과연 내가 이 일을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무엇이 부족했을까 돌이켜 보게 되었습니다. 그저 교리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컸던 것은 아닐까? 엄마의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가 사랑을 전해주어야겠다고 생각이 바뀌었고, 교리를 가르쳐 주는 것보다 예수님을 전해주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기동1중대는 성서에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범어동에서 성서까지 가깝지 않은 거리를 양손에 간식과 교재를 들고 대원들을 만나러 가는 그 길에서 초대 한국교회의 선교사들의 고된 발걸음을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방문을 합니다. 하느님께서 이러한 저의 마음을 알아주셨는지 다음해 세례식에서 6명의 대원을 당신의 자녀로 받아주셨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고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기쁨은 배가 되고 벅찬 감동 때문에 우리 대원들 얼굴을 바라보느라 단체 사진에 옆모습으로 찍혔지 뭡니까!

세례성사를 받고 모임에 참석하는 대원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며 그들도 저도 함께 주님께 나아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때가 되면 제대를 해야 하는 예정된 이별이지만 기쁘게 보내주고, 새로운 대원들을 만나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전역한 첫 신자대원이 경찰관 시험을 친다며 기도를 부탁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얼마나 간절하면 전역하고도 나에게 연락을 했을까 싶어 신부님과 선교사분들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사실 저희 선교사들이 전역한 대원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 중에 기도가 가장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활동이 그러하듯 순조로운 흐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찰은 작년부터 의무경찰들에게 근무시간 외에 휴대폰 사용을 허용했습니다. 저는 주로 저녁시간에 부대를 방문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모임에 참석하는 대원들이 줄어들었습니다. 휴대폰 반납시간이 지나고 늦은 시간에도 가보고, 휴대폰을 가지고 모임에 나오라는 권유도 했지만 20대 초반 청년들에게서 휴대폰을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천주교 모임이 제일 활성화 됐을 때는 15명까지 나오던 대원의 수가 절반이 되었습니다. 이 일로 인해 제 마음이 위축되고 5년째 활동을 하면서 타성에 젖은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보게 되었습니다.

또다시 전역한 대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친한 친구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데 신자가 아니라도 좋은 곳에 갈 수 있게 기도를 부탁해왔습니다. 젊은 청년의 안타까운 소식에 마음이 아려와 선교사분들께 기도의 도움을 청했습니다. 갑자기 연락해서 기도를 부탁드려 죄송하다는 대원의 말에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라며 “이렇게 연락해줘서 고맙다.”면서 “꼭 좋은 곳에서 잘 지내리라 믿고 너도 잘 이겨 내렴.”이라고 말하고 나니 코끝이 찡했습니다.

그 순간 ‘그래, 나는 선교사였지.’ 하는 의식이 안일했던 저를 다시 흔들어 놓았습니다. 나에게 기도를 청하는 그들에게 이런 마음을 들켜버려 부끄럽고 그들에게 다시 떳떳한 선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늘 깨어 기도하여라.” 하신 그 말씀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며 처음 발걸음을 내디딘 그날의 결심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2023년이면 의무경찰은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날까지 이들과 함께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주님의 뜻을 따르며 선교사로서의 이 길이 부끄럽지 않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오늘도 기도하는 선교사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 경찰사목을 하며는 이번호로 끝맺습니다. 그동안 연재해주신 조재근 신부님과 경찰사목 선교사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