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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①
지인, 지인들, 그리고 주님


글 김광고 요한 | 가창성당 ‘인자하신 동정녀’ 쁘레시디움

 

폐렴을 앓아 본 사람들은 그 진행단계를 안다. 나는 네 번이나 아프면서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좀 춥다 하는 느낌으로 체온이 37도, 속이 덜덜 떨리면서 치아가 가끔 딱딱 마주치면 38도, 온몸을 떨면서 치아 마주치는 소리가 요란하면서 가끔 한숨을 쉬고는 조용해지면 39도, 마침내 39도가 넘어가면 비몽사몽 간에 조용해지면서 그때부터 집사람은 바쁘다. 차가 준비되어 있다면 차로, 아니면 구급차를 불러야 한다.

응급실에 실려 가는 동안 나는 내 마지막을 생각하고 있었다. 상태가 조금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응급실에 도착하여 체온을 체크하고 영상촬영을 하고 해열제와 항생제를 투여하면 잠깐 사이에 안정상태로 돌아온다. 집사람의 긴장이 풀려 어깨가 축 처지면 일단 생명이 연장되었다는 신호다. 응급실에서 약간의 생기가 돌면 연명시술을 받을 것인지, 아닌지 질의를 받게 된다. 나는 평소 연명시술을 받지 않겠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어서 받지 않겠다고 하자, 세 가지 사항에 확인서명을 권했다. 막상 서명을 하고 나니 뭔가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치료를 받아야 하니 입원실로 가서 먼저 입실한 환자의 상태를 쳐다보게 되었다. 환자들의 나이가 전부 88세였고 그런대로 양호해보였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커튼을 걷자 맞은편 노인이 “어디가 아파서 왔소?”라고 묻는다. “폐렴이오.”라고 답하니 “몇 살이오?”라고 묻는다. 참고로 나는 만 76세이다. 그런데도 전부 내 나이를 80이상으로 본다.

나는 대구, 서울, 대구, 부산, 정읍, 임실, 서울, 대구로 옮겨 다니며 살다보니 친구가 없다. 비교적 사교적인 성격으로 연고지에서는 많은 사람을 사귀었지만 막상 연고지를 떠나면 멀어지는 악순환을 겪고 살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경조사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을 보면 참 부러웠다. 옛날 어른들의 가장 처절하고 원망 섞인 하소연이 “저 놈은 내가 죽어도 안 찾아올 놈”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내가 죽으면 과연 몇 사람이나 올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 신앙인의 관점에서 보면 죽음은 축복이다.

마지막으로 대구에 정착해 9년째 살면서 나에게도 지인, 지인들이 많이 생겼다. 가창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면서부터였다. 나에게는 모두가 형제자매요, 모두가 소중한 사람들이다. 주님이 계셨기에 이러한 영광을 누리고 가지게 되었다. 이럴진대, 내가 어떻게 마음가짐을 소홀이 할 수 있을까. “하느님, 저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