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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상 안토니오 본당의 〈희망의 목장, 마르지 않는 우물〉 프로젝트 이야기
교통사고 후 이야기


글 김동진 제멜로 신부 | 볼리비아 상 안토니오 본당 주임

 

(지난 호에 이어) 예상치 못했던 교통사고 후 뒤처리는 고통과 괴로움, 그리고 분노와 극적인 드라마의 연속이었다고 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 음주운전 사고자는 사고 직후 경찰에 연행되었기에, 저희는 사고 처리 문제는 나중으로 접어두고 저와 많이 다친 아이들의 치료에 전념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골절된 다리와 아이들의 다친 부분도 주로 다리 부위여서 철심을 박거나 깁스를 하는 등의 치료와 간단한 수술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여학생의 허리 압박 골절 부상은 저의 마음을 너무나 괴롭게 만들었고, 철심을 박는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현지 의사의 소견에 절망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지인들을 통하여 한국의료진들의 조언을 구하면서, 수술 없이 치료를 하도록 결정하였고, 다행히 특별한 장애나 불편함 없이 잘 치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일은 법적인 문제였습니다. 부모님들의 동의를 구하기는 했으나 문서로 확인서를 만들지 못했기에 미성년자 아이들을 데리고 간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부모들이 본당 신자들이었기에 별다른 걱정없이 그 음주운전자에게 청구할 손해배상문제에 대한 처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중앙선 침범에 음주운전이었기에 당연히 그 운전자가 모든 배상을 해야 할 거라 생각했고, 볼리비아 법에 따라 이런 경우에도 소송을 해야 하지만 모든 것이 명백하기에 당연히 승소 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볼리비아의 사법체계와 정의는 상식을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남미의 속담 중에 ‘페루에서는 도둑을 조심하고, 칠레에서는 여자를 조심하며, 볼리비아에서는 변호사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볼리비아 사법정의 수준은 세계 최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고가 난 후 변호사를 선임하라는 조언에 따라 한 지인의 소개로 변호사를 소개받았고, 그에게 사고전말을 설명하며 소송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의 협조를 했습니다. 드디어 첫 재판 날이 되었고, 12명의 피해자 아이의 부모들까지 대동하여 버스와 승합차를 빌려 재판이 열리는 곳으로 일찍 출발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재판의 쟁점은 얼마 만큼의 배상을 받을 수 있는가였습니다. 그 운전자가 그리 부유해 보이지는 않았기에 감수할 수 있는 것은 감수하고 관용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재판장으로 이동하던 중 뜻밖의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마을 병원 원장님의 전화였습니다. 마을 병원장은 제가 전화를 받자마자 다급한 목소리로 이야기했습니다.

“신부님, 지금 재판하시면 절대 안됩니다. 연기 신청하셔야 합니다. 신부님 변호사가 신부님을 배신했습니다. 모든 문서가 신부님께 반(反)하여 쓰여졌답니다.”

상황인즉, 법정이 있는 작은 이웃 도시에서 오랜 기간 동안 보건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마을 병원 원장님께서 지인들을 통해 알아본 결과, 그 음주운전자가 판사, 검사, 경찰뿐만 아니라 제 변호사까지도 돈으로 매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음주운전자는 술을 마시지 않았고, 단지 꼬까잎을 잘 씹기 위해 약간의 알코올을 섞었을 뿐 음주가 아니었으며, 부모의 허가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제가 잘못했다는 걸로 재판의 쟁점을 가져가려고 했다는 겁니다. 까딱하면 제가 모든 잘못을 덮어쓸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재판이 열리는 마을로 이동하며 저는 또 다른 변호사를 수소문했고, 천만다행으로 긴급히 근처에 있던 믿을 만한 변호사를 선임하여 가까스로 그 누명을 쓸 뻔한 재판을 연기 신청 할 수 있었습니다.

 

김동진 신부 : 메일 padregemelokim@gmail.com

카카오톡 아이디 : f-jemello@hanmail.net

 

〈희망의 목장, 마르지 않는 우물, 그리고 건강한 지붕과 벽〉 프로젝트 후원

대구은행 505-10-160569-9 재)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조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