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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상 안토니오 본당의 〈희망의 목장, 마르지 않는 우물〉 프로젝트 이야기
굿바이, 볼리비아!


글 김동진 제멜로 신부 | 볼리비아 상 안토니오 본당 주임

 

얼마 전 우리나라의 다른 교구 선교사 신부님을 만날 일이 있었습니다. 그 신부님은 이웃나라 칠레에서 선교사목을 하고 계십니다. 사실 칠레는 한국과 큰 차이가 없을 만큼 남미에서 여러 면으로 발전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왜 볼리비아로 오시지 않냐고 여쭤보니, 당신들도 볼리비아에서 사목하고 싶지만 당신 교구의 교구장 주교님 귀에까지 볼리비아에서 대구대교구 신부들이 너무 잘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갔고, 이미 잘 하고 있는 곳에 타교구가 들어 갈 수 없다고 하셨답니다. 저희가 있다 해서 다른 교구가 손길이 필요한 곳에 선교지를 여는 것이 아니 될 리 만무하지만, 저희에 대한 칭찬과 격려의 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면전에서 칭찬으로 하시는 말씀에 낯뜨거웠지만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무엇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책임감이 느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대구대교구 남미 선교 25주년’이 됩니다. 지금껏 제가 사목을 맡은 상안토니오데로메리오본당 이야기만 했지만 여기 볼리비아에는 각자 삶의 자리가 다른,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3개 본당을 맡고 있는 우리 교구의 젊은 신부 9명이 있습니다. 선교 경험도, 하는 일의 종류도 삶의 자리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저마다 각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25년 전 첫 볼리비아 해외 선교사목을 열었던 남쪽 크리스도 살바돌본당은 고태권(그레고리오) 신부를 주임으로 김요한(요한) 신부와 김건호(그레고리오) 신부가 사목하고 있습니다. 25년 전 시작한 한국 신부들의 사목이 더욱 발전하고 부흥되어 현재는 기존 성전 안에 주일미사 신자 수용이 불가하여 새로운 성전 건축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열었던 선교지인 북쪽 뉴에스트라 세료라아빠레시다본당에는 오창영(바오로) 주임 신부, 구승모(바오로) 신부, 그리고 배영인(바오로) 신부가 사목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안데스 산맥의 수많은 이민자들로 인해 급속하게 팽창되어 가고 있는 위성도시로, 큰도시에 유일한 성당을 한국 신부님들이 수녀님들의 도움없이 하고 있어, 많은 어려움 중에 최선을 다해 사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미션지는 도시에서 떨어진 치끼따노인디오들의 공동체인 저희 상안토니오본당입니다. 저와 최용석(스테파노) 신부, 그리고 송준민(안토니오) 신부가 콜롬비아 수녀님 세 분과 국제선교회 신부님 한 분과 함께 사목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계속되는 가뭄과 지난 달에도 여러 건이 발생해 큰 피해를 남겼던 집들의 화재로 계속된 우물착공과 주택개선사업이 절실하지만 주님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 정신으로 무장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희들 정말 잘하고 있습니다. 글 처음부터 시작해서 계속 이렇게 낯뜨거운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이유는, 제가 이제 볼리비아에서의 미션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듭니다. 좌충우돌 초보 선교사로 시작해서 선교 사제단의 맏형이 되기까지 우여곡절과 감동과 보람이 뒤엉켜 있는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6년 간의 선교 일정을 마치고 11월경에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입니다. 대주교님께도 귀국 일정에 대해 연락을 드렸고 송별미사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이루었고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희망의 볼리비아 상 안토니오 본당의 〈희망의 목장, 마르지 않는 우물〉 프로젝트 이야기 목장, 마르지 않는 우물, 그리고 건강한 지붕과 벽〉 프로젝트는 계속됩니다. 제 후임으로 주임 신부를 맡을 듬직하고 충실하고 따뜻한 최용석 신부님께서 잘해 나가시리라 믿습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은 사랑하는 신자들을 두고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체 분배를 할 때마다 내미는 손에서 보이는 거칠고 때 묻은 그들의 손 마디마디가 그들의 거친 삶을 대변해 주고 있어 그 삶이 눈앞에 아른거려 마음이 너무나 아파옵니다. 그리하여 교구민들께 다시 한 번 호소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계속해서 여러분의 지속적인 정성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역사상 교회가 어려울 때 항상 선교지의 선교정신으로 쇄신되었다는 것을 기억하며, 새로운 쇄신된 교회를 위해 또다시 선교의 정신으로 무장해야 할 때입니다. 그동안 영적으로 물적으로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계속된 도움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주님의 축복을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 볼리비아 상 안토니오 본당 이야기’ 11월호와 12월호는 선교를 마치고 귀국하시는 김동진 신부님을 대신해서 새로이 본당을 맡으신 최용석 신부님이 써주시겠습니다. 그동안 연재해주신 김동진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희망의 목장, 마르지 않는 우물, 그리고 건강한 지붕과 벽〉 프로젝트 후원

대구은행 505-10-160569-9 재)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조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