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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사목과 후원회 이야기
성당에서 주는 영성체가 문제다


글 이종엽 라파엘 신부 | 국군정보사령부 성가브리엘성당

필승! 〈빛〉잡지 애독자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군종신부로 파견을 받아 군사목을 하며 지나온 시간이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네요. 정든 교구를 떠나 10년 넘게 지내다 보니 요즘은 대구·경북지역을 방문하면 고향 같은 기분이 아니라 낯설고 생경한 느낌마저 듭니다. 그동안 공군 군종신부로 살아오면서 특별히 생각나는 일이 있어 제 삶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힘들지만 보람되었던 훈련병들과의 생활

“군종신부로 살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였냐?”고 물어보면 저는 “공군교육사령부에서 지낼 때”라고 대답합니다. 반면에 “군종신부로 살면서 가장 행복 했을 때가 언제였냐?”고 물어보면 이 또한 “공군교육사령부에서 지낼 때”라고 대답합니다. 힘들게 보냈으면서도 보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종교행사 시간에 간식을 주지 않는다

공군교육사령부는 공군이 되려는 이들이 훈련을 받는 곳입니다. 병사, 부사관, 학사장교, 학군후보생, 항공과학고등학교 학생들까지 공군사관학교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군인이 되기 위해 처음으로 훈련 받는 곳이지요. 군대의 모든 신분들이 다 있다 보니 미사도 많고 세례식과 교리반도 늘 있는 곳입니다. 특히 훈련병 미사 때 는 성당을 처음 와보는 훈련병들이 이곳에서 천주교를 처음 접하고 첫인상을 가지는 곳이라 부담이 많이 되었지요. 훈령병들에게 세례를 주기 위해서는 먼저 첫 주에 예비신자교리반에 등록을 가능한 한 많이 시켜야 되는데 성당에 끌어 들일 수 있는 방법은 종교 소개 교육이었습니다. 참고로 공군 훈련병들에게는 간식을 주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초코○○와 음료수 등의 간식을 줬으나 개신교에서 이번 주에 초코○○를 주지 않고 피자를 주겠다고 하니 훈련병들이 몽땅 예배당으로 몰려가는 일이 생겨났지요. 그러자 불교에서도 다음 주에 피자를 주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훈련병들이 몽땅 불교로 몰려가는 일이 생겼습니다. 점잖은 신부님이 보니까 성당이 2주째 거의 텅 비다시피해서 “안 되겠다. 성당에서도 이번 주에 피자를 주겠다.”고 하니 그 주에는 성당으로 훈련병들이 몰려왔습니다. 그 뒤 햄버거, 피자, 나중에는 불교에서 닭다리까지 주는 등 간식 경쟁이 극에 달했지요. 상황이 경쟁적인 간식 싸움으로 흘러가니 당시 공군교육사령관이 간식 전면 금지령을 내리게 됐고, 간식을 주는 종교의 해당 군종장교는 징계를 주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때부터 훈련병들에게 간식을 주는 일이 없어져 간식비에 대한 부담은 좀 덜었습니다.

 

 

지루한 종교 소개 교육

문제는 종교 소개 교육인데 천주교 신부, 불교 법사, 개신교 목사가 차례로 각자의 종교를 소개하고 홍보하는 것에 따라서 훈련병들이 얼마나 오는지가 결정되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백짓장 같은 훈련병들에게 하느님, 가톨릭, 세례 등을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 처음에는 요령이 없어서 성당에 오면 좋고 가톨릭이 원뿌리이며 세례를 받아야 구원 받고 천국에 간다고 소개를 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지루하고 따분한데 훈련병들이 듣기에 얼마나 더 따분했을지 이해됩니다. 그 주간에 훈련병들이 교리반에 30명 정도 등록했나….(전체 훈련병은 1천 6백 명 정도) 교리를 담당하시는 수녀님이 타종교에 비해 턱없이 적게 오는 훈련병을 보면서 “이번에는 너무 적어서 안타깝네요.” 하며 들어가셨고, 정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좀 더 성의 있게 준비를 하고 자료를 정리해서 다음 번 종교 소개 교육 때는 많은 훈련병들이 성당을 찾게 되었고 앞으로 잘 해보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법당의 반칙

성당으로 오는 훈련병들의 숫자가 점점 증가할 무렵 법사가 바뀌고 새로운 법사가 오게 되었지요. 그런데 법사가 바뀐 뒤 훈련병들이 점점 법당으로 가기 시작하는 겁니다. 아무리 종교 소개 교육을 잘 준비해도 법당으로 가는 훈련병들은 증가했지요. 이유를 몰라 왜 그럴까 싶었는데 복사를 서던 훈련병이 “신부님, 법당은 꿀떡을 준다고 합니다.” 아니 어찌 이럴 수가! 간식을 못주게 되어 있는데… 그래서 법사한테 따졌습니다.

신부 : 법사님, 훈련병 법회 시간에 꿀떡 준다면서요? 주시면 안 됩니다.

법사 : 신부님, 그건 꿀떡이 아니라 법식입니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공양했던 방식을 재현하는 겁니다.

신부 : 전임 법사님은 안 주셨고 법식이라는 것이 예불이 끝나고 나누는 간식이니 법식을 주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주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법사 : 네, 그럼 법식을 주지 않을 테니 성당에서는 영성체를 없애 주십시오. 성당에서 영성체를 하듯이 저희는 법식을 행하는 겁니다.

성당에서 주는 영성체가 문제니까 미사 때 영성체를 하지 말라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었습니다. 법당의 법식과 함께 개신교에서는 성찬식을 한다고 카스테라와 포도 주스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어이가 없고 기가 찼지만 아무리 이야기를 하고 토의를 해도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사령부쪽에서도 법식을 주는 것으로 제재를 가하면 종교 탄압적인 부분도 있을 것 같아 종교인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라며 방관적인 태도여서 막막하고 답답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저는 ‘나의 기도와 희생이 부족했구나.’ 싶어 매일 묵주기도와 희생과 단식을 바치며 지냈습니다. 그리고 불교의 꿀떡과 개신교의 카스테라에 마음을 뺏기는 훈련병들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 진정 성당에서 느낄 수 있는 위로와 감동을 주자고 생각했고, 먼저 강론부터 싹 바꾸었습니다. 매주 밤을 새다시피하며 준비한 PPT와 동영상을 이용해 복음을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성악을 전공한 군가족의 봉사로 풍성해진 성가가 온 성당을 가득 메우며 미사의 은총을 듬뿍 느끼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니 성당으로 오는 훈련병들이 점점 늘어나서 백 명이 넘게 세례를 받았습니다. 백 명을 넘기니 요령이 붙어서 몇 달 뒤엔 이백 명, 또 몇 달 뒤엔 삼백 명, 사백 명에게 세례를 주며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에는 안 되는 것이 없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공군교육사에서 3년 동안 5천 명이 넘는 훈련병들에게 세례를 주는 동안 어려움도 있었지만 주님께서 함께하신다는 체험을 하며 지낸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군의 복음화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기도와 물질로 지원해주시는 교구 신부님들과 군종후원회 회원 분들, 그리고 교구 신자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그동안 군종사목과 후원회 이야기를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과 연재를 맡아주신 군종사목담당 신부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