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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음악칼럼
성령 강림 대축일, 오소서 성령이여! Veni Creator Spiritus!


글 여명진 크리스티나|음악칼럼니스트, 독일 거주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50일, 이날은 부활 시기를 마무리하는 날이자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사도 1,11)

부활하신 후 제자들을 떠나 하늘로 승천하신 예수님께서는 성령, 하느님을 우리 곁에 보내주셨습니다. 이날을 기념하는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 제2독서 후에 ‘오소서 성령님’으로 시작하는 부속가를 바칩니다.(Veni Sancte Spiritus) 그리고 이와 함께 Veni Creator Spiritus(오소서, 창조주 성령이여) 라는 성가가 있습니다. 이 멜로디는 가톨릭 성가 146번에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 성무일도 제1, 2저녁기도, 견진성사, 사제 서품식, 성당 봉헌식, 세계 주교회의, 교황 선출 선거인 콘클라베 개최 시에 불립니다.

성대하고 장엄한 예식에 성령이 함께하기를 청하고, 혹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성령의 도움을 청하며 부른 이 그레고리안 성가는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작곡가를 거쳐 다양한 형식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구스타브 말러 교향곡 8번의 1부에도 ‘오소서, 창조주 성령이여’ 그레고리안 선율이 쓰였으며,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여러 개의 오르간 전주곡을 작곡했습니다.

이 그레고리안 성가가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은 것은 단순히 선율이 아름다워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나의 삶 안으로 성령을 청하는 그 마음이 닿아 더욱 살아있는 노래가 되었을 테지요.

제자들은 예수님이 돌아가신 후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자들 앞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나타나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인사하신 후 “성령을 받아 라.”라며 ‘숨’을 불어넣으십니다.(요한 20.19-23 참조)

한 처음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흙의 먼지를 빚어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되었습니다. 부활한 예수님은 다시 하늘로 올라가셨고,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성령의 숨결이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삶을 사는 원동력이 되어 줄 것입니다.

부활 시기를 끝맺으며, 우리는 성령과 함께하는 새로운 삶, 새로운 교회로 초대받았습니다. 이날을 기뻐하고 기념하며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성령 강림 대축일을 위한 칸타타를 9곡이나 작곡했습니다.

 

성령 강림 첫째 날을 위한 칸타타

작품번호 172 높여라, 노랫소리. 울려라, 풍악 소리

Erschallet, ihr Lieder, erklinget, ihr Saiten!

작품번호 59 나를 사랑하는 자, 내 계명을 지키리니

Wer mich liebet, der wird mein Wort halten (I)

작품번호 74 나를 사랑하는 자, 내 계명을 지키리니

Wer mich liebet, der wird mein Wort halten (II)

작품번호 34 오 불멸의 불이여, 오 사랑의 샘이여

O ewiges Feuer, o Ursprung der Liebe

 

성령 강림 둘째 날을 위한 칸타타

작품번호 173 높여진 살과 피

Erhohtes Fleisch und Blut

작품번호 68 하느님께서 세상을 사랑하신 나머지

Also hat Gott die Welt geliebt

작품번호 174 온 맘 다해 사랑합니다, 존귀하신 그분

Ich liebe den Hochsten von ganzem Gemiite

 

성령 강림 셋째 날을 위한 칸타타

작품번호 184 고대하던 기쁨의 빛!

Erwiinschtes Freudenlicht

작품번호 175 양들의 이름을 불러 인도하니

Er rufet seinen Schafen mit Namen

 

칸타타는 합창, 솔리스트, 관악기, 현악기 등의 구성으로 작곡되었고, 작품의 개수만으로도 당시 교회에서 성령 강림 대축일을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었는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또다시 맞이한 오늘의 성령 강림 대축일, 성령의 숨결로 살아갈 우리의 일상에 늘 기쁨과 평화가 넘치기를 기도합니다. “영원히 식지 않는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