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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음악칼럼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지만 하느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 있으리라


글 여명진 크리스티나 | 음악칼럼니스트, 독일 거주

여름이 깊어 갑니다.

싱싱한 초록이 눈부신 계절, 생명의 에너지로 가득한 이 여름이 새삼 아름답게 여겨집니다.

 

스웨덴의 작곡가 발데마 알렌(Waldemar Ahlen)은 이 푸르른 여름 풍경을 담은 곡 〈여름 시편〉을 작곡했습니다. 스웨덴의 시인 Carl David af Wirsen(1842-1912)의 시를 가사로 삼았는데, 2010년 6월 스웨덴 빅토리아 왕세녀 결혼식 때도 불려질 만큼 스웨덴에서 굉장히 사랑받는 여름 노래입니다.

 

싱그럽게 푸르른 나무와 수풀, 산비탈 골짜기 수놓고

온화한 미풍 숨결에 나뭇잎 살랑이니

햇살 아래 대지와 숲 깨어나 바람결에 너울대고

여름이 제자리를 찾아가네

 

경쾌한 초원의 노래, 아득한 숲의 속삭임

경외심 가득 담아 가만히 귀 기울이니

지저귀는 새소리 가득하고

향긋한 꽃내음 흩뿌려져 날리네

 

오 선하신 주님, 여름빛 춤사위 세상에 가득하니

이 계절, 축복 가득 당신의 위대하심을 보여주십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지라도 당신 말씀 영원히 머무릅니다

친필 악보 표지를 보면 처음 이 노래를 작곡할 때는 ‘여름 노래’라 제목을 붙였습니다. 이후〈여름 시편〉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으며 가사의 마지막에는 이사야서 40장 8절이 인용되었습니다. 세상에 가득한 여름빛은 주님의 축복이며 이 눈부신 찬란함도 언젠가 사그라지지만 하느님의 말씀은 영원히 머무른다는 가사와 다정다감한 선율이 어우러져 절로 마음에 감사가 일게 합니다.

시편은 하느님을 찬양하는 150편의 노래를 담은 ‘찬양의 책’으로 성경을 통틀어 가장 긴 책입니다. 사실 150편의 시편에 찬양과 감사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쁨, 감사 외에도 슬픔, 두려움, 분노, 의심, 원망 등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담고 있는데, 어떠한 꾸밈과 숨김도 없이 하느님 앞에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마음을 내어놓으며 건네는 기도가 시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싱그럽게 푸른 풀잎, 온화하게 불어오는 바람, 향긋한 꽃내음, 지저귀는 새소리, 반짝이는 햇살. 이 중 어느 것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으면 우리에게 ‘그저’ 주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풀이 마르고 꽃이 시들어도 언제나 곁에 머무를 하느님의 말씀에 희망을 두고 아름다운 여름을 건강히 지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