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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의 현장에서
요리에는 별로 관심 없는(?) 김치찌개 식당 사장 신부님 이야기


글 허진혁 바오로 신부 | 교구 사회복지국 차장

 

교구 사회복지국은 예전부터 한 달에 한 번 법인 전체 사회 복지시설 직원들을 대상으로 밀알교육을 실시해 왔습니다. 밀알교육은 카리타스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지는 시간이지만 오랜만에 홑어져 있는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오후 4시 대구카리타스 직원들로 이루어진 밀알밴드의 오프닝 콘서트를 시작으로 초청 강사를 통한 밀알교육, 그리고 일정을 마치면 삼삼오오 흩어져 함께 저녁 식사를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 때문에 지난 2년이 넘도록 함께 한자리에 모일 수가 없었고, 부득이 밀알교육은 유튜브 채널 ‘카리타스 TV’를 통해 온라인 교육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반쪽 짜리(?) 모임이어서 그동안 많이들 아쉬워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조금 나아진 지난 4월부터 드디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오프라인 밀알교육을 시작했습니다. “다리 놓는 사람들”이라는 올 한 해 대구 카리타스의 캠페인 방향에 따라 4월 강사로 초청된 분은 작년 TV 방송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셨던 ‘청년밥상문간’ 대표 이문수(가브리엘, 글라렛 선교 수도회) 신부님이셨습니다. 이 시대의 사회적 약자인 청년들을 응원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의 식당을 직접 운영하시는 신부님의 사연에 많은 분들이 감동을 받았고, 그것은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강의 내용과는 별개로 제가 신부님께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점은 도대체 ‘어떤 계기로 이런 일(신부님이 김치찌개 식당을 직접 운영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충분히 있었을 법한 주위 사람들의 우려와 걱정, 혹은 무관심 속에서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식당을 시작할 때만 해도 분명 수도회와 교회 차원의 애덕과 자선사업의 일환이었겠지만 지금은 식당 운영뿐만 아니라 청년들을 위한 문화 공간 제공, 청년 영화제 등등 청년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과 기업체, 정부 부처와도 함께하는 사회적 기업(청년문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그 변화의 과정과 사정도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강의 섭외를 위해 직접 연락을 취했는데 신부님께서 ‘대구는 첫 방문’이란 말씀과 함께 바쁘신 와중에도 흔쾌히 응해 주셨습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르 6,37)는 복음 말씀을 주제로 진행된 신부님의 밀알교육 특강은 방송에서 미처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 특히 사업을 구상하고 시작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사실 ‘유 퀴즈’ 방송 때문에 신부님이 하시는 일이 전국적으로 크게 알려졌지만, 알고 보니 그 이전부터 소위 메이저 신문사들을 포함해서 각종 언론 매체 인터뷰만 지난 2년간 백번도 넘게 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언론이 관심을 가지는 대목 위주로 인터뷰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강연은 허심탄회하게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합니다. 사실 이 일을 통해서 신부님이 바라는 것은 딱 한 가지, ‘이 시대의 고통 받는 청년들을 하느님께서 얼마나 염려하고 사랑하시는지’ 전해 주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하셨습니다. 보잘것없는 김치찌개 한 그릇이지만 이것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이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밖의 다른 모든 것은 부차적인 것들인데, 그야말로 ‘어쩌다 보니’ 이렇게까지 진행되었다는 뜻이었지요.

밀알교육을 마치고 신부님을 동대구역으로 모셔다 드리면서, 그리고 역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그 밖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습니다. 사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신부님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식당을 운영하니까 요리를 잘한다거나 적어도 요리에 관심이 많을 것이고, 또 어떤 특별한 사업가적 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편견 말이지요.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신부님은 라면 밖에 끓일 줄 몰랐고, ‘김치찌개 한 그릇에 천 원 정도면 괜찮게 운영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을 정도로 세상 물정을 몰랐다고 합니다. 참고로 현재 김치찌개 한 그릇에 3천 원이라는 가격을 받고 있지만 순수 운영 측면에서는 적자라고 합니다. 물론 애초에 흑자를 내기 위한 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현재 후원금과 물품 기부로 적자를 메꾸어 가며 어렵게 운영을 하고 있지만 그만큼 ‘1천 원 식당’ 발상은 사업적인 능력으로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사람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직원이라고는 주방장 한 명뿐인 작은 김치찌개 식당이지만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하는 일이 이어졌던 처음 몇 년은 너무 힘들어서 정말 다 그만두고 싶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조금씩 진행된 변화는 놀라울 정도였고, 지금은 더이상 내려올 수 없는 거대한 파도를 타고 있는 느낌이라고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요리하는 것에 별로 관심 없는 식당 사장이라는 말씀도 귀뜸하듯 덧붙이셨습니다.

밀알교육을 통한 짧은 만남이었지만 신부님과 대화하면서 저는 교회가 세상 속에서 복음을 전하는 일, 특히 사랑을 실천하는 일(카리타스)을 할 때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이어야 하는지를 잘 배울 수 있었습니다. ‘교회는 야전병원 같은 곳이 되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처럼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강론)하는 교회(사제)보다는 사랑을 먼저 실천하는 교회여야 한다는 것. 세상이 보기에 다소 무모하고 투박한 방식일지라도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과 의도라면 분명히 하느님께서 함께하시고 축복하실 것이란 것. 마지막으로 모든 것은 수단이고 도구일 뿐 우리가 마지막까지 품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 그 자체라는 것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