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교회음악칼럼
마음을 드높이


글 여명진 크리스티나|음악칼럼니스트, 독일 거주

제가 열다섯 살이던 어느 봄날의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났는데 ‘성당에 가야 할 것 같은데…’ 라는 막연한 생각이 절 사로잡았습니다.

동네를 오며 가며 무심결에 보았던 ‘대명천주교회’ 팻말이 있는 저곳이 성당일까? 교회일까? 고민해야 했을 만큼 성당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던 시절이었고, 당시 제 주변에는 성당에 다니는 친구도, 가족도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도 참 어리둥절한 상황이 었습니다.

잠시면 사라질 것 같았던 이 생각은 일주일이 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용기를 내서 성당이라는 곳에 한번 가 보기로 했습니다. 옆집 아주머니를 따라 처음 참석해 본 미사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나만 빼고 모두가 갑자기 일어났다 앉았다, 심지어 중얼중얼 무언가를 외우는데 어색함과 난처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겠더군요. 행여나 그 모습을 누가 볼 새라 눈앞에 놓여 있던 성가책에 얼굴을 파묻고 열심히 노래만 따라 불렀습니다.

20년도 훨씬 지난 이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 이유는 바로 이날이 제 인생을 완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그해 겨울 성탄 전야 미사 때 저는 세례를 받았습니다.

우연히 누군가의 대타로 미사 반주를 하게 되었고, 그날을 계기로 오르간이라는 악기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던 그 악기를 좀 더 알고 싶어서 대학교에서 오르간을 전공하게 되었고, 독일로 유학을 떠나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독일 뮌헨 교구에 소속되어 3개 지역을 담당하는 종교음악 감독이 되었습니다. 직업과 일상, 취미, 종교가 모두 성당과 깊게 연결되어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있고요.

종종 사람들이 어떻게 종교음악 감독이 되었냐고 물어보거나 집안에 천주교 신자가 없는데 어떻게 성당에 다니게 되었냐고 물어보면 “‘내’가 선택했고, ‘내’가 갔다.”라고 대답해 왔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돌이켜 보면, 잠에서 깨어나 문득 들었던 그 생각이 ‘저를 향한 부르심’ 이었고 ‘새로운 세상으로의 초대였구나.’ 싶어 참 감사한 생각이 듭니다.

물론 모든 날이 즐거웠던 것은 아니었기에 가끔 원망도 하고 차라리 성당에 다니지 않았더라면 하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드높이〉 가사처럼 신앙을 가지고부터 얻어진 평화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값진 것이었고 넘어질 때마다 저를 일으켜 세워 다시 걷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삶이 유독 그리운 요즘 오랜만에 들은 이 노래가 흔들리고 방황할 때에도 늘 주님 곁으로 초대하며 손을 내밀고 계신 하느님께 시선을 두게 합니다.

 

“세상 유혹 시련들이 닥쳐와도 마음 낮은 곳에 두지 않으리라 / 마음을 드높이 주를 향하여 영원히 그분을 향하여”

 

각자의 염려와 고민이 없지 않겠지만 늘 신앙과 사랑 안에 머무르는 건강한 여름 보내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