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동(動) 하다
나아가다


글 김관호 리카르도 신부|수성성당 보좌

끝까지 바라보기. 공을 수없이 던지고 치며 알게 된 당연하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사실이다.

 

공을 빠르게 낚아채면 되겠거니 했지만 공은 제대로 날아가지 않았다. 온갖 방법을 찾고 고민했지만 공을 손에서 놓을 때까지 바라보지 않았던 이 미세한 차이 때문에 내공은 참 밋밋했다.

 

야구를 참 좋아하지만 타석에 들어서는 것은 부담스럽다. 수년을 해 왔지만 도무지 실력이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타격은 참 부담스럽다. 괜히 주눅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나의 처참한 타격은 공을 끝까지 바라보지 않았던 것에 있었다.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공이 날아갈 곳을 내가 얼마나 멀리 쳤는가에 내 눈과 마음이 먼저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끝까지 밀어내기. 수영의 큰 재미는 물을 잡고 밀어내는 데에 있다. 힘이 잔뜩 들어가면 물을 잡고 밀어내는 감각을 느끼기가 어렵다. 힘을 빼야 물을 잡을 수 있다. 물을 잡고 밀어 낼 때 물속에서 빠르고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그 촉감을 더 잘 느끼기 위해선 다시 말해 한번의 팔젓기를 통해 더 효율적으로 멀리 나가기 위해선 물을 잡고 밀어내는 마지막 순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물을 마지막까지 잡고 밀어내기 위해선 한번의 팔젓기를 할 때 힘을 써야 하는 순간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물을 잡기 전부터 강하게 팔을 젓게 되면 물을 끝까지 잡고 밀어낼 수 없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참 정직하고 단순하다. 우리의 모든 일이 정직하고 단순하다는 것을 몸을 쓰는 일에서 종종 느낀다.

 

밋밋한 공과 처참한 타격 실력 그리고 조금 더 부드럽고 빠르게 매끄러지는 그 느낌 속에서 새로이 맞이하는 한 해를 생각해 본다.

 

새해를 맞이하며 여러 다짐과 계획들을 세우곤 한다. 이 다짐과 계획들은 어쩌면 지난해에 끝까지 하지 못했던 일들, 끝까지 아쉬움이 남는 일들에서 비롯되는 것이리라.

 

수많은 다짐과 계획들 앞에서 우리는 종종 힘차게 나아가려고 한다. 반복되는 실패를 피하려고 처음부터 많은 힘을 주곤 한다. 1~2월만 빼곡한 채 매년 쌓이고 있는 내 다이어리들을 보면 더욱더 그렇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가 쓸 수 있는 힘과 의지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 힘과 의지를 처음부터 모두 쏟아버리면 계획과 다짐이 이루어지는 중간 즈음에 우리는 쉽게 지쳐버리게 된다.

 

그리고 계획과 다짐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기보단, 섣불리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미래에 대한 낙관과 모두 다 어그러져 주저앉아 버릴 미래에 대한 낙담으로 우리는 새로운 계획과 다짐을 이루어내지 못하곤 한다.

 

끝까지 바라보고, 끝까지 밀어내기. 새로운 계획과 다짐을 채워나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다.

 

주일학교와 청년회의 한해살이를 준비하는 요즘, 이 한해살이를 함께할 이들을 끝까지 바라 볼 마음과 눈을 다짐한다. 미래에 대한 준비는 하되 이 준비를 넘어선 과도한 기대와 절망에 빠져 일을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매일매일에 충실하길. 그리고 이들과 함께 우리가 만들어 갈 다짐과 계획을 밀어나가며 지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