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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
우리의 중재자


글 김삼화 아눈시앗따 수녀|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카자흐스탄에 선교사로 몇 년 있었을 때 마리나문 작가를 만났다. 그녀의 작품은 카자흐스탄 성당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 평범했지만 묘한 매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카자흐스탄 가톨릭교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재능 있는 화가로 교회의 귀한 보물이었다. 나는 그녀가 더욱 성장하기를 응원하며 우리 수녀원 갤러리에서 그녀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는 날을 꿈꾸고 있다.

성모 성월을 맞이하여 중앙아시아에서 유일하고 유명한 마리나문 작가의 작품 ‘아죠르나에(Oziornoje)’ 성모 성지 기적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마리나문 작가는(1979년~ ) 할머니 때 북한에서 탈출해 러시아에서 살다가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한 고려인이다. 어릴 때 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유치원 교사의 권유로 그림을 시작하게 된다. 청소년기에 그림을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 러시아 톰스크주에서 3년 정도 여러 장르의 그림을 배우고 또 그에 맞는 기술들을 익혔다.

작가가 톰스크주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알마티교구 호세 루이스 주교의 부탁으로 아죠르나에 성모님을 그렸다. 이는 가톨릭 화가가 그린 최초의 카자흐스탄 느낌을 담은 성모 마리아 그림이 되었다.

 

성모님의 기적이 일어난 아죠르나에 지역은 카자흐스탄 북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러시아와 가깝고 겨울이 길어 추운 곳이다. 아죠르나에 마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과 우크라이나에서 강제로 추방된 폴란드인들이 이송된 곳이다. 이 척박한 땅에서 추위와 굶주림의 고통에 시달리던 그들은 기아를 극복하게 해 달라고 성모님께 간절히 도움을 청했다. 1941년 3월 25일 현재의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에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갑작스런 기온 상승으로 끝없이 쌓인 얼음과 눈이 녹아 3일 만에 길이 5km의 큰 호수가 형성되었고 그곳에 물고기가 가득차 사람들이 굶주림을 면하게 되었다. 어려운 시기에 믿음을 지키면서 한 가족으로 뭉친 이들이 오늘날까지 4대째 살고 있다.

1990년에 평화의 여왕 성모성당이 지어졌으며, 1997년 6월 24일에 물고기가 가득 찬 그물을 들고 있는 성모상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호수의 높은 기둥 위에 봉헌하면서 카자흐스탄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에 유일한 성모 순례지가 되었다. 또한 1999년 8월부터는 매년 여름 중앙아시아의 젊은이들이 모여 신앙을 키워가는 장소이기도 하다.

 

마리나문 작가가 그린 성모님은 전형적인 카자흐스탄 여인이다. 성모님 품에 안긴 어린 예수님이 물고기를 성모님께 집어주고 성모님이 물고기를 호수로 내려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 그림을 보며 많은 성모님 작품 중에서 기도의 중재자이심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예수님의 모습은 마치 오병이어의 기적을 연상시키고 성모님 발밑의 수많은 물고기는 마치 예수님이 하늘을 우러러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나누어 주시니 셀 수 없을 만큼 끝없이 나오는 물고기의 기적을 말해 주는 듯했다. 이 아죠르나에의 기적은 카자흐스탄 신자들 마음 안에 성모님께 대한 특별한 사랑을 자라게 했다. 이처럼 우리도 성모님의 중재로 일상의 작은 기적을 체험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를 위해 끝없이 전구해 주시는 성모님께 감사드리는 성모 성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죠르나에 가르멜수녀원에 며칠 머물면서 성모님의 기적이 일어난 호수, 평화의 여왕 성모성당과 강제 이주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십자가상을 순례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평화의 여왕 성모성당 성체조배실의 감실이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축성을 받아 가져온 성모님의 기적 이야기를 모티브로 제작된 대형 감실은 너무 아름다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