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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구대교구 순교자 현양 기행문 공모전 ③ - 우수상
성모당에 가자!


글 박정숙 마리스텔라|월배성당

모든 사람이 “성모당에 간다.”고 하지 “교구청에 간다.”고 하지 않는다. 왜일까?

대구 가톨릭의 중심인 교구청보다 성모당이 더 크게 와 닿는다. 그 이유는 초대 교구장인 드망즈 주교님께서 루르드의 성모님을 교구의 주보 성인으로 모시기로 선포하셨고, 성모님께 세 가지 소원을 청해 다 이루셨으며 그 감사로 가장 아름답고 좋은 자리에 루르드의 성모동굴을 닮은 성모당을 지어 봉헌하셨기 때문이다. 축성식 날 주교님께서 체험하신 성모님의 사랑을 모든 사람에게 증언하셨고, 세 가지 유시로 남기셨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순례객이 끊이지 않으며 성모님께서 당신을 찾는 모든 사람을 품어 주시고 사랑의 기적을 보여주고 계신다.

어렵게 결혼했지만 아이가 없어 애간장을 태우다 매일 성모당에서 기도를 드린 후 그 응답으로 아들•딸 이란성 쌍등이를 얻은 에스텔은 매 순간을 성모님께 봉헌하며 살고 있다. 또 잘못된 만남으로 어린 아들과 생이별을 하며 살아온 아픔을 성모님께 봉헌했더니 아들이 성장해 찾아왔다는 아가다 언니 등 수많은 증언을 들었다면 누가 성모님께 달려가지 않겠는가?

오늘은 자식의 취업 청원을 위한 마리아 형님과 아들의 입대를 앞둔 에스텔, 그리고 수능을 앞둔 딸이 있는 루시아와 딸에게 좋은 배필이 생기길 바라는 스텔라, 다시 아들을 찾은 것에 감사드리는 아가다 언니와 함께 성모당을 찾았다.

성모당에 들어서는 순간 저마다 간절한 사연을 가지고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숙연해졌고 산란한 마음이 저절로 안정됐다.

성모당의 끊이지 않고 타오르는 따뜻한 촛불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마음속에 애끊는 소망이 타오르는 듯했다.

모두를 위해 촛불을 봉헌한다. 서로가 서로의 간절한 마음을 아는데 어찌 내 형편만 중하다 여기며 내 기도만 들어 달라고 하겠는가? 이심전심으로 함께 빌게 되는 마음, 응답받으면 함께 축하하고 기뻐하는 마음, 나 혼자가 아닌 또 다른 사람이 우리 가정을 위해 기도해 주고 함께 기뻐해 준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동적인가! 성모당에 잘 왔다는 생각에 힘이 불끈 솟았다.

성모당의 필수 코스인 ‘십자가의 길’도 하고 성 유스티노 신학교도 둘러보고, 성직자 묘지도 참배한다. 그리고 촛불을 밝혀주고 함께 기도해 주며 차량 봉사를 해 준 이들이 고마워 차도 한 잔씩 마시며 정을 나누었다.

우리 모두가 속을 펼치면 아픔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나씩 다 간직하고 살아가지만 그 아픔을 보석으로 만들며 기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의 삶 속에 하해와 같은 성모님의 은총이 늘 함께 하시기에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성모님을 찾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 옛날 드망즈 주교님의 허원을 들어 주신 성모님과 현재 우리의 청원을 들어 주시는 성모님, 그리고 앞으로 후손들의 청원을 들어 주실 성모님, 늘 한결같으신 성모님, 사랑합니다.

육신의 어머니와는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성모님은 모든 것을 묵묵히 다 받아 주시고 먼저 헤아려 선을 이루어 주시는 영원한 마음의 동산, 든든한 힘, 끊이지 않는 영혼의 샘물이십니다.

벚꽃이 피면 성모당에 가고 싶고, 또 단풍이 들어도 가고 싶은 성모당에는 살다가 힘이 들 때 위로와 위안을 주는 성모님이 계신다. “아가다, 루시아, 에스텔, 마리아, 스텔라, 우리 성모당에 갈래? 성모당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