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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
하늘바라기


글 김삼화 아눈시앗따 수녀|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올 2월부터 예담 갤러리 소임과 영천 육군3사관학교 전교 소임을 겸임하게 되었다. 인수인계를 위해 육군3사관학교 성바실리오성당을 찾았다. 제대 뒤 일자 나무 기둥 위의 가녀린 예수님은 마치 춤을 추며 하늘로 오르는 듯 아름다웠고 감실, 십자가의 길, 성당 뜨락에 계신 성모상 등 모든 성물이 단순했지만 마치 곁에 계시는 듯 친근하게 와 닿았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멋진 작품들을 마주하니 작가가 궁금해졌고, 곧 경산 압량대학생거점성당에서 작가의 작품을 만났던 기억이 났다. 영천 육군3사관학교 성바실리오성당의 작품을 통해 예수님을 사랑한 故 장동호 작가를 예수 성심 성월에 소개하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

 

 

故 장동호(프란치스코) 작가(1961년~2007년)

1984년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1994년 이탈리아 까라라 벨리아르티를 수료한 장동호 작가는 1995년 5월 24일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성(聖) 미술에 자신의 삶을 바치겠다고 선언했고, 명동성당 설립 백 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명동성당에서 최초로 야외 조각전을 개최했다. 그 당시 ‘아담과 이브’, ‘카인과 아벨’, ‘십자가 14처’를 포함한 16점을 야외에서, 그리고 문화관 안에 10점을 선보였다. 전시 후 명동성당 뒷마당에 가시관을 쓴 예수님상을 기증한 것이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개신교 신자였던 작가는 중학교 때 찬송가 ‘예수 나를 위하여’를 부르면서 예수님이 너무나도 불쌍해 밤을 새워 울었던 것이 바탕이 되어 성 미술에 몸을 바치게 됐다고 한다. 그 후 작가는 성 미술에 매료되어 가톨릭 세례를 받았고 국교가 가톨릭인 이탈리아 사람들이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모습과 현대인들이 종교와 무관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본인의 작품으로 예수님을 알리고자 했다. 명동성당 전시 때의 인터뷰를 통해 세속적인 모든 것, 즉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하느님께 모두 맡겼다고 한 작가는 실제로도 그렇게 살았다.

 

선화예술고등학교 진학 때부터 성 미술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가르치는 이도, 참고할 만한 교과서도 없었던 그는 사라져 버린 성 미술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명동성당 전시회 후 독일 슈투트가르트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다시 유학했다. 그 후 작가는 주님 수난, 부활 등 다양한 주제를 깊은 묵상과 함께 성찰로 재해석한 독자적인 조형 세계를 펼쳤다. 그는 성경 속 인물을 친근한 이웃으로 담아냈고 성모자상의 마리아 안에는 어머니 모습을 새겼으며 소년 예수의 형상 주변에는 아이들 얼굴을 드러냈다. 또한 예수님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서 작가 스스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단순하면서도 우아하게 만든 성상은 외적인 모습보다 내적인 세계를 차분하게 전해주고 있어 사람들이 기도하는데 영감을 준다. 이것이 장동호 작가 작품의 특징이다.

 

46년이라는 짧은 생애 속에서도 장동호 작가는 마지막까지 구도자의 자세와 뛰어난 재능, 예술혼으로 하느님을 흠모하는 마음을 열정적으로 불태웠다. 그가 온 힘을 다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자 그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이었다.

 

 

“나의 예수님. 아직도 발가벗고 십자가에 매달린 나의 예수님.”

- 2004년 작가 노트 중에서

 

 

“이 모두가 그분께는 아주 아픈, 메고 가기엔 너무나 힘겨웠던 형틀일진대, 오늘도 가벼운 마음으로 십자가를 만들고 있는 저를 볼 때마다 그분께 또 한번의 고통을 드리고 있지 않나 반문해 봅니다. 왜 그분은 십자가의 길을 가셔야만 했을까? 그럼 내가 가는 이 길은 또한 무엇인가? 하지만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멋지게 후회 없이 가고 싶습니다. 저의 일이, 제 작품의 흔적이 이처럼 사람들에게 새롭게 다가선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염원합니다. 십자가를 깎자! 깎은 만큼 봉분처럼 쌓이는 파편, 쌓인 만큼 아우성치는 상념들… 일하자!” 

- 2002년 작가 노트 중에서

 

 

장동호 작가는 선종한 이듬해인 2008년 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가톨릭 미술상’에서 본상을 받았다. 당시 가톨릭 미술상 심사위원이었던 교계 원로 화가와 조각가들은 일제히 ‘쇠뭉치로도 하느님의 온기와 사랑을 전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소유한 조각가’라고 극찬했다. 부활의 삶을 누리고 있을 작가의 작품은 명동대성당, 공덕동성당, 도봉산성당, 한남동성당, 방학동성당, 포이동성당, 전농동성당, 잠실7동성당, 방화3동성당, 신천동성당, 파주교하성당, 인천 성글라라수녀원, 대구 압량대학생거점성당, 영천 육군3사관 학교 성바실리오성당 등지에서 빛을 밝히고 있다.

장동호 작가의 하느님 사랑은 온 존재로 큰 감동을 준다. 예수 성심 성월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예수님을 얼마나 열망하고 사랑하려고 노력했는지 돌아보게 한다. 우리 마음에도 그분을 사랑하는 열망이 자라나기를 더욱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