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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교의 신비를 살아가는 사람들 - 생태환경 및 농어민사목부
지구를 살리는 텃밭


글 김기숙 베네딕다|연일성당 교리교사

저는 주부이며 또 농부로 날씨에 관심이 많습니다. 35도가 넘는 갑작스러운 무더위에 얼마 전 심은 고추가 고개를 늘어뜨렸고 텃밭의 작물들 또한 시들어 안타까웠습니다.

며칠 전 비가 왔지만 때 이른 무더위에 모내기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마음도 애가 탑니다. 물을 가둬 놨지만 빠르게 증발되어 부족하다 보니 서로 물을 대려고 다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뜨거워진 날씨가 사람들의 마음을 각박하게 만든 것입니다.

최근 뉴스에서는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되는 시기가 앞당겨진다고 떠들썩합니다. 기후 위기에 가속도가 붙은 것입니다. 위기의 징조는 너무나 가까운 곳에서 우리에게 다가오고 보여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제가 살고 있는 지역 이웃 마을의 200여 가구가 평균 1.5미터의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만조와 겹친 집중호우로 마을이 배를 타고 다녀야 할 정도로 순식간에 침수됐습니다. 어르신들은 손 쓸 겨를도 없이 물을 피해 옥상이나 좁은 다락으로 올라가 구조를 기다렸습니다. 1년이 되어 가지만 수해의 아픔은 아직도 상처가 되어 비만 세차게 내려도 가슴이 쿵쾅거린다고 합니다.

지난 4월 말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우박이 내려 조금 일찍 심은 작물들이 냉해 피해를 입어 다시 모종을 심어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또 벌을 키우는 이웃은 전국적으로 한꺼번에 아카시아꽃이 만개해 꿀농사를 거의 접었습니다. 이렇듯 비, 바람, 햇빛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농작물을 키우는 농부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후 속에서 건강한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지으신 이 땅을 우리가 너무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나 깊이 반성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생태적 변화를 알고 지구와 새롭게 관계를 맺는 방법들을 제시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환경을 지키는 일로 일회용 컵 사용 금지, EM(유용미생물군) 만들어 쓰기, 장바구니 사용 등과 더불어 탄소 중립 활동으로 식물을 심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연일성당은 올해 주임신부님의 제안으로 생태 텃밭을 가꾸고 있는데 교반별로 화단과 주말 텃밭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일학교 학생들도 매월 마지막 주에는 생태 텃밭 활동으로 3월 말에는 감자를 심었고, 4월 말에는 오이, 토마토, 가지, 딸기, 호박을 심었습니다. 여러 가지 모종을 심은 후에는 텃밭의 상추를 수확해 즐거운 삼겹살 파티도 열었습니다.

텃밭 활동을 하면서 힘 있는 목소리와 작물을 보살피는 따뜻한 표정을 나눌 수 있어 활력과 힐링이 됩니다. 미사 전 성당 텃밭을 찾은 주일학교 학생들은 직접 심은 작물을 가꾸며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을 배우는 동시에 코로나19로 침체되었던 주일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비닐을 덮지 않아 숨을 쉬는 생태 텃밭에는 친환경 덧거름을 만들어 뿌려 줄 예정이고 버려진 페트병에 상추를 심어 걸어두는 행잉 텃밭도 만들어 볼 예정입니다. 주님께서 보시니 참 좋다고 하실 그날까지 연일성당은 어른들과 학생들이 하나되어 지구를 살리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