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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
희망을 노래하다


글 김삼화 아눈시앗따 수녀|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영천 육군3사관학교 교리 시간에 2007년 ME 제32차 아시아 회의 때 각국 대표들에게 배포된 영상 ‘희망의 식탁(Hapagng Pag-asa)’을 봤다. 필리핀 마닐라 거리의 아이들과 필리핀 화가 조이 벨라스코(Joey Velasco) 작가에 관한 이야기이다.

 

오래전 마닐라에 있을 때 마닐라 성 바오로 대학교(St. Paul University Manila) 공동체 수녀님들과 대학생들과 함께 조이 벨라스코 작가 추모 자리에 초대받아 미망인과 아이들이 살고 있는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집은 벨라스코 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진 작은 갤러리였다. 고통 중에도 희망과 나눔의 삶을 살았던 작가를 추모하기 위해 주교님과 신자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작가의 삶을 지향하자는 자리였다.

네 아이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조이 벨라스코는 사업가였으나 신장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후 깊은 좌절과 절망으로 우울함과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꿈에서 '마돈나’를 본 그는 그 이미지를 기억하려는 강한 의지로 그림을 그렸는데 이것이 첫 번째 그림이었다. 벨라스코는 훈련된 예술가는 아니었지만 모든 경험에서 의미를 찾으며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43세의 짧은 생애를 마칠 때까지 선물로 받은 예술적 재능을 신앙의 힘으로 펼쳐 내며 고통을 봉헌한 그는 희망과 치유를 얻었고 그것을 가난하고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었다.

작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속 열두 사도 대신 마닐라 거리의 아이들을 그려 넣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들을 모델로만 생각했던 벨라스코는 아이들의 비참한 삶을 통해 필리핀 사회의 고통에 대해 알게 되면서 예수님과 함께 연민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작가가 그린 ‘희망의 식탁’은 음식 한 접시로 만족할 수 없는 더 큰 배고픔에 관한 이야기로, 아이들의 굶주림은 단순히 물질적인 음식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벨라스코는 작품에 ‘빈곤’과 '하느님의 사랑’을 주제로 담았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가진 신앙에 놀랐다. 그들은 가족에게 학대를 당하거나 보살핌을 받지 못해 거리에서 지내고 있었지만 예수님께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랑이 많으신 아버지 하느님을 굳게 신뢰한 그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지만 미소를 지으며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로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땅이 무너져도 하느님께서 결코 그들을 버리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벨라스코 작가는 크게 감동했다.

살아생전 베풀었던 나눔은 그가 사망한 2010년 조이 벨라스코 재단 설립으로 이어졌다. 청소년들이 벨라스코의 작품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마음에 치유를 얻어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재단은 ‘희망의 식탁’ 그림 속 12명의 아이를 실제로 돌보고 있다. 동시에 가난한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교육, 생계 기술 등을 제공 받아 지역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운데 다양한 환자와 가족들이 서로 교류하며 영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도 벨라스코는 그림과 조각뿐만 아니라 책을 쓰고 단편 영화 제작에도 몰두했다. 2006년에는 영상 작품 ‘희망의 식탁’으로 가톨릭 매스 미디어 상을 수상했다.

 

“나는 그 순간을 삽니다. 그림을 그릴 때마다 나는 그것을 나의 마지막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벨라스코가 세상을 떠난 지 13년이 된 지금도 그의 작품은 전국 순회 전시를 하고 있다. 가난한 아이들과 그 가족들,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이들, 특히 소아암 어린이와 가족들은 벨라스코의 생애와 예술에서 위로와 희망을 얻고 있다. 벨라스코는 하느님께 대한 크나큰 믿음을 통해 질병을 극복했으며 고통 속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완성했다. 그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표현함으로써 희망과 치유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