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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타스 사람들
꿈을 향한 그들의 ‘도전’에 함께하다


글 손영수|카리타스남구보금자리 선임생활지도원

 

10여 년 전 군대를 막 전역한 저는 고향집 청도에서 우연히 아버지께서 이용하시는 어르신 주간보호센터에서 운전하는 일을 하게 되었고, 매일 아침저녁 어르신들의 송영서비스를 지원하는 일부터 프로그램, 식사 지원을 도우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비록 함께했던 어르신들이 노환이나 질병으로 돌아가시는 순간을 겪으며 임종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했지만 현재는 카리타스남구보금자리의 생활지도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카리타스남구보금자리는 성인기 지적장애인 분들이 권리를 보장받고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설입니다. 지적장애인에 대해 많은 정보가 없었던 저는 각종 서적과 온라인을 통해 공부를 했고, 그러던 중 ‘꿈’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었습니다.

 

“꿈이라는 것은 꼭 실현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고, 그 꿈이 있기에 살아가는 목적이 생기기 때문에 꿈을 갖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실 큰 의미가 있다.”

- 마이클 J. 켄드릭 박사의 강의 요약문 중에서

 

이 글귀를 마주하는 순간 저의 마음에 작은 울림이 퍼졌습니다. ‘우리 보금자리에 매일의 일상을 마주하고 있는 장애인이용자 분들은 과연 어떤 꿈을 가지고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솟구쳤습니다. 그래서 이용자 분들께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것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저는 ‘무엇이 되고 싶다. 무엇이 하고 싶다.’ 등의 답을 상상했지만 이용자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무엇을 해 볼 수 있겠냐? 나는 못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을 위한 우리의 꿈, 그리고 그것을 하고 싶은 자신’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바다에서 배 낚시, 남을 위한 봉사 활동,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 패스트푸드점 근무 등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꿈과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 분들이 이야기한 꿈과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실패하더라도 도전하지 않으면 결코 꿈을 갖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저는 도움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함께 부산에 내려가 선상낚시를 해 보기도 하고, 노인주간보호센터에 찾아가 짜장면 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을 위해 도움을 주며 이분들이 꿈에 도전하는 것을 기록하면서 실천하도록 도왔습니다.

그 결과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더 많은 꿈’과 ‘더 많이 하고 싶은 것’이 생긴 것입니다. 흥미롭고 새롭고 모험적이며 때로는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꿈을 향한 일들은 참 재미있는 과정입니다. 어쩌면 이분들을 통해 저 또한 꿈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는 힘을 길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장애인분들의 일상만을 돕는 게 아니라 그들의 꿈과 희망에 앞장서는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